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국회의원 주최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가상자산시장육성법에 대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견 없는 것들은 빨리 처리해서 사업하시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하겠다"(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22대 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가 가상자산 분야의 2단계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다만 정무위와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안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2단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1단계 법안을 통해 가상자산을 정의하고 예금 보호 등 이용자의 보호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2단계 입법에선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자금조달 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아직 2단계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잡히지 않았다. 규제 정도와 육성책 등은 난상 토론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와 별개로, 가상자산 업계의 숙원 사업인 '법인 계좌 허용'이나 '예금토큰' 등의 사안은 신속히 법안을 마련,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국회서 열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가상자산시장육성법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토큰 증권'과 '법인 계좌'와 같은 업계가 요구사항에 몇 가지에 대해 '신속 처리'할 의향을 내비쳤다. 민 의원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 등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이자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으로 법안 통과에 입김이 센 자리에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금융위 측도 긍정적으로 답변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이강일 의원과 김남근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블록미디어가 주관했다. 발제자로는 ▲금융위원회 신상훈 디지털금융정책관 ▲법무법인 태평양 박종백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김용태 디지털금융센터장 ▲DAXA 김재진 상임부회장 ▲한성대 조재훈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자로는 웨이브브릿지 오종욱 대표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곽도성 정책팀장이 참여했다. 두나무 이석우 대표도 이날 참석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 자리에선 2단계 가상자산산업법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 허용 등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와 가상자산 생태계 구성과 인허가 등 사항이 집중 논의됐다.
■ 토큰증권(STO), 예금토큰 → 프리패스
"법인 계좌와 STO 조각투자에 대해선 21대 정무위에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관련된 것은 크게 이견이 없기 떄문에 22대 국회에서 조만간 논의되고 입법화 될 것이다."(금융위 디지털금융정책관 디지털금융총괄과 신상훈 과장)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화시킨 증권으로, 미술품과 저작권 등 유무형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나타낸다. 분할 소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각투자'로도 불린다. 시중은행들은 토큰증권 플랫폼이 은행을 중심으로 운영되면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조각투자를 위해 예치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한국거래소의 'KRX 신종증권 시장 개설'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은행과 증권업계에서는 각종 '조각거래'가 가능한 신종증권을 속속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오는 4분기 중 한국은행과 예금토큰(CBDC : 중앙은행 디지털활폐) 네트워크 내 은행들은 예금토큰의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료의 50%를 지원하는 바우처 기능이 포함된 '예금토큰' 발행을 금고 은행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서울 시민의 전자지갑에 예금토큰을 보낼 수 있다.
■ 가상자산 '법인계좌' → 청신호
가상자산 관련 법인 계좌를 개설하는 내용에도 정무위와 금융위 측의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핀테크 업계 대표로 토론에 참여한 오종욱 웨이브브릿지 대표는 "2단계 입법에 따라서 기업 명운이 결정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법적 체계에서 규제와 용어가 정립되지 않으면 창업자들이 범법자가 될 확률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오 대표의 경우 한국의 법적 미비로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싱가폴 등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성대 조재우 교수는 "아무리 블록체인 기술로 외국에서 큰 돈을 벌어와도, 법인들은 국내서 현금화하지 못한다"면서 "돈을 현금화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업화 하라는 것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금융위 측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 인식에 공감했다.
한편 법인계좌 허용은 가상자산 ETF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조건으로도 풀이될 수도 있다. 법인 계좌가 허용될 경우 가상자산의 ETF 관련 허들이 하나 제거되는 효과가 될 수 있다.
■ 은행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 노란불
시중 은행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가상자산 커스터디 관련 법 정비에도 일부 공감대가 형성됐다. 가상자산 커스터디는 외부 도난이나 사고 예방 등을 위한 목적으로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앞서 국내 은행들도 커스터디 분야 진출을 위해 여러 법리 검토를 거쳤으나 직접 진출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별도 사업자와 커스터디 사업을 영위하는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커스터디 관련 투자금액은 KB국민은행(한국디지털에셋 2.7억원), 신한은행(한국디지털자산수탁 5억원), 우리은행(디커스터디 100만원), NH농협은행(카르도 2억원) 등이다. 아직 법적 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크게 투자할 수도, 투자를 회수할 수도 없는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은행 커스터디' 부분에 대부분의 발제자들이 효용성을 주장했다. 국회나 정부 측은 반대도 찬성도 표하지 않은 만큼 추후 논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커스터디 분야는 법령이 정비돼 기존 금융권에 가상자산 사업이 열리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 가상자산 현물 ETF → 빨간불
"가상자산 현물 ETF를 국민들이 미국가서 직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법무법인 화우 김용태 디지털금융센터장)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에서 성공한 유통 상품인데 한국에서 거래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블록미디어)
"미국 ETF처럼 개인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가장 큰 시장의 요구사항"(김기홍 블록체인포럼 회장)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비트코인 ETF 등 ETF의 도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무위나 금융위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물 ETF의 경우 대상 자산을 자본시장법에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과는 맥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답변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