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관련 정보. (자료=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한 방송에서 "(집값의) 추세적 상승 전환이 어렵다"는 발언 이후 "추세적 상승 전환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최근 표현 수위를 높였다. 묘한 기시감이 든다.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1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책적 엇박자는 차치하고서라도 시장 가격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확신은 분명 위험하다는 교훈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정책적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추후 무리수에 가까운 대책들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갈팡질팡하게 됐다. 일단 박 장관은 현재의 상승세를 '부분적 상승'으로 진단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상승세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논지다. 또 금리가 여전히 높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지금의 시장을 수급불균형 보다는 금리와 연관된 금융장세로 해석하면서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만큼 진정될 거라는 거다. 당장은 서울 아파트 값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6주 연속 상승이다. 상승세가 언제인가는 꺾이겠지만 상승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봤을 때 7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0%로 2년 9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었는데 일주일만에 0.24%가 올랐다. 이는 5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의 이 같은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9월 이후로는 처음이다. 물론 부동산 침체기였던 지난 2022년 말에 하락율이 0.74%를 찍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전 고점을 회복한 수준으로는 판단된다. 다만 공급 부족과 신축 분양가의 상승, 비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하락 등을 보면 아파트 값 상승세가 일순간에 수그러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행은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면서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당장 손대기에 난관이 많다. 금융계와 산업계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착륙에 힘을 쏟는 상황. 스트레스 DSR 시행을 연기하기도 했다. 국가 소멸 위기 속에 내놓은 저출생 극복 승부수도 가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대표적이다. 결국은 정공법 외에 묘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3기 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은 공급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요인들이다. 국토 균형 발전을 통한 수요 분산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고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실한 정책적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데 집중할 때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부동산 자신있다" 데자뷰

정부의 시장 가격 확신, 신중해야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7.12 13:38 | 최종 수정 2024.07.15 08:45 의견 0
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관련 정보. (자료=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한 방송에서 "(집값의) 추세적 상승 전환이 어렵다"는 발언 이후 "추세적 상승 전환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최근 표현 수위를 높였다. 묘한 기시감이 든다.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1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책적 엇박자는 차치하고서라도 시장 가격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확신은 분명 위험하다는 교훈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정책적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추후 무리수에 가까운 대책들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갈팡질팡하게 됐다.

일단 박 장관은 현재의 상승세를 '부분적 상승'으로 진단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상승세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논지다. 또 금리가 여전히 높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지금의 시장을 수급불균형 보다는 금리와 연관된 금융장세로 해석하면서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만큼 진정될 거라는 거다.

당장은 서울 아파트 값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6주 연속 상승이다. 상승세가 언제인가는 꺾이겠지만 상승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봤을 때 7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0%로 2년 9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었는데 일주일만에 0.24%가 올랐다. 이는 5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의 이 같은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9월 이후로는 처음이다. 물론 부동산 침체기였던 지난 2022년 말에 하락율이 0.74%를 찍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전 고점을 회복한 수준으로는 판단된다. 다만 공급 부족과 신축 분양가의 상승, 비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하락 등을 보면 아파트 값 상승세가 일순간에 수그러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행은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면서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당장 손대기에 난관이 많다. 금융계와 산업계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착륙에 힘을 쏟는 상황. 스트레스 DSR 시행을 연기하기도 했다. 국가 소멸 위기 속에 내놓은 저출생 극복 승부수도 가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대표적이다.

결국은 정공법 외에 묘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3기 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은 공급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요인들이다. 국토 균형 발전을 통한 수요 분산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고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실한 정책적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데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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