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에 레드소스를 바르는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교촌치킨’을 대표하는 세가지 맛이 있죠. 감칠맛 나는 간장소스와 달콤한 허니소스, 매콤한 레드소스까지, ‘맵단짠’을 아우르는 ‘시그니처 소스’는 교촌을 상징하는 정체성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촌에서 이 소스만큼이나 중요하게 내세우는 요소가 있는데요. 바로 붓으로 소스를 골고루 펴 바르는 교촌만의 독특한 조리법입니다.

지난달 30일 교촌치킨 가맹점주 교육시설 정구관에서 체험해본 ‘붓질’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품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교촌치킨 조리 매뉴얼에 따르면 치킨 한마리에 소스를 입히는 데 대략 72번의 붓질이 필요합니다. 20여개로 나뉜 치킨 한조각당 3~4번 정도 붓질한다는 계산인데요. 직접 소스를 발라보니 한조각당 앞뒤로 세번씩 여섯번 정도, 많게는 열번 넘게 붓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울퉁불퉁한 치킨 구석구석엔 붓이 잘 닿지 않고, 치킨 크기나 집게로 잡는 위치 등 여러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백번을 훌쩍 넘는 붓질이 필요한 셈입니다.

서툰 손짓으로 치킨 한마리에 레드소스를 모두 입히기까지는 거의 20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레드소스가 세 소스 중에서는 그나마 바르기 쉬운 편에 속하는데도 그랬죠. 간장소스에는 미세한 마늘 입자가 포함돼 있어 이를 균일하게 바를 수 있도록 신경 써줘야 하고, 허니소스는 점도가 더 높아 소스를 바르는 난이도가 더 높다고 합니다. 숙달된 교촌 가맹점주들에게도 ‘소스 바르기’는 치킨 조리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얼핏 소스를 버무려서 묻히면 되는 일 아닌가 싶지만, 교촌이 이런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고집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고객에게 정성 다한 요리 대접”…창업주로부터 이어진 깐깐함

냉장 숙성을 마친 생닭(왼쪽)과 튀김 조리를 끝낸 치킨. (사진=김성준 기자)

치킨을 튀긴 뒤 기름을 털어내더라도 튀김옷 표면에 미세한 기름막이 남아 있게 되는데요. 기름막은 튀김옷에 소스가 배어드는 것을 방해하고, 치킨을 너무 느끼하게 만들 수 있죠. 교촌은 소스 고유의 맛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은만큼 이런 문제를 해결할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했습니다. 교촌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고안한 것이 바로 붓으로 소스를 펴 바르는 방식입니다. 붓질을 통해 치킨 표면에 있는 기름막을 걷어내는 동시에, 치킨 구석구석까지 소스가 잘 발릴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번거롭긴 하지만 맛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사실 교촌치킨 조리법 곳곳에는 이런 ‘번거로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가맹점에서는 생닭이 들어오면 이를 토막낸 뒤 하루에서 이틀간 냉장 숙성시켜야 합니다. 닭에서 핏물과 수분을 제거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죠. 숙성이 끝난 닭에 튀김옷을 입힐 때도 메뉴마다 전용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사용합니다. 반죽에도 차가운 얼음물을 사용해 튀김옷을 한층 바삭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튀기는 과정은 좀 더 깐깐합니다. 튀김옷이 풀어지지 않도록 한조각씩 천천히 튀김기에 넣은 다음, 충분히 튀긴 후 기름을 털어내고 튀김옷을 깎아내는 ‘성형’ 과정을 거칩니다. 튀김옷이 얇아야 소스 맛이 잘 살아나기 때문이죠. 성형 뒤에는 곧바로 재벌 튀김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과정에서 치킨에 남아있는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바삭함이 배가됩니다. 두번 튀긴 뒤 다시 기름을 털어내면 소스를 바를 준비가 끝납니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며 약 200g에 달하는 중량이 줄어드는데요. 튀김옷이 깎여 나가 작아 보이는 크기에 중량까지 가볍다 보니 “교촌은 작은 닭을 쓴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죠. 하지만 교촌도 일반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10호닭을 사용합니다. 실제로 냉장 숙성 후 핏물이 빠져 914g가 된 닭에 튀김옷을 입혀 조리하자, 725g으로 무게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보통 후라이드 치킨이 조리 후 튀김옷 무게가 더해지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교촌이 조리가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는 데다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조리법을 고집하는 것은 권 회장이 창업하면서부터 ‘정성’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치킨 한마리가 아니라 ‘정성을 다한 요리’를 고객에게 대접한다는 철학이죠. 치킨무에 최초로 사각형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도입하고, 비닐 봉투 대신 쇼핑백을 도입한 것 역시 권 회장의 경영 철학에 기반한 혁신이었습니다. 교촌은 앞으로도 창업주의 '진심경영' 철학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치킨은 1991년 탄생한 이래 현재 국내에서 1359개, 해외에서 83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의 기반이 된 것은 책임과 정성을 다하는 ‘정도경영’ 가치였다”라면서 “교촌이 30여년간 지켜온 가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