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어게인'을 외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 상위 5%다."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요즘같이 살벌한 경제 상황에선 차라리 투자하지 않는 게 돈 버는 거라는 자조섞인 말입니다. 장이 좋으나 나쁘나 버는 사람은 번다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살아남으려면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분산투자인데요. 몰빵은 금물입니다. 손절만 잘해도 큰 화는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투자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버는 건 없어도 잃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투자가 있습니다. 바로 '선거'입니다. 선거는 전 국민이 권력을 뽑는, 일종의 '리더십 투자'입니다.
안타깝게도 리더십 투자에서 상위 5%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령 투표를 포기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당선자'라는 같은 주식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리더십 투자에선 벌어도 같이 벌고, 잃어도 같이 잃습니다. 전국민 '몰빵'인 셈이지요.
말할 필요도 없이, 요즘 대한민국의 리더십 몰빵 투자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국민이 선택한 주식(대통령)이 재차 상장폐지(탄핵) 되었으니까요.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며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쥐고 흔드는 사람도 일부 있습니다만, 이는 언급할 가치 없는 '투자 실패'입니다. 재상장을 꿈꾸며 상폐된 주식에 물타기를 하기에 우리 국민 수준은 꽤나 높아져 있습니다.
한편으로 놀라운 점은, 대통령 자리가 비어 있는 동안에도 국가 시스템은 돌아가고, 나라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고조에 이르렀던 남북간 긴장 관계는 되레 완화됐습니다. 관세 전쟁 상황에서 대미 협상에 나선 총리에게 큰 권한이 없다는 현실이 차라리 안심이 되는 국면입니다. 이렇게 위중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며 무역 협상에 나섰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 가장 큰 리스크는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시점입니다.
이렇게 대통령 한 사람이 국가의 명운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투자로 치면 몰빵이나 다름 없습니다. 소액 투자자라면 까짓것 시원하게 '가즈아'를 외쳐볼 수도 있겠지만, 운용 자금이 677조원(2025년 대한민국 예산) 수준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초고수 트레이더라도 리스크팀 없이는 운용이 불가합니다. 권력에 리스크 헤지 시스템 간절한 시점이란 의미입니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대통령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개헌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일부에선 '내란 세력 척결'을 이유로 개헌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척결'도 중요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은 아랑곳없이 감히 내란을 실행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구조를 '개혁'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더 심도 있는 고민, 대안 찾기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국가의 가장 큰 리스크를 이대로 두고선 대한민국의 상한가, 아니 일정부분의 상승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