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ING
tvN ‘청일전자 미쓰리’는 답답하지만 착한 드라마였다. 악역이 있긴 하지만,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었다.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이들의 모습이 빛을 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혜리가 있다.
어렸을 때 시골 마을에 살면서 어머니가 다니는 공장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이혜리는 ‘청일전자’에 대한 마음도 남달랐다. 환경이 좋아졌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고달픔은 여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선심을 연기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혜리는 드라마를 하면서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꼽았다. 과거 활동 당시에는 팬 중심으로 자신을 지지했다면, 이번에는 지지 세력(?)이 달라졌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특별했던 점은 팬 분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청자분들이 SNS 메세지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공감이 많이 된다’라던가 ‘선심이를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 기쁘게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이 특별했던 이유는 이혜리가 그간 선택한 작품들을 돌아보면 된다. 따뜻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주로 선택했던 이혜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성향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착한 드라마’가 ‘공간되는 드라마’랑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 불안감도 있었다. ‘덕선이가 커서 청일전자에 취직한 이야기’라는 평가가 우선 나왔다. 이혜리에는 ‘응답하라 1998’의 그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혜리는 덕선이도, 선심이도 모두 자기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 어느 것을 넘어서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들을 하나하나 적응해 나가고, 표현할 때 스스로도 성장함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도 그런 이혜리를 보고 공감한다. 드라마 초반 작업복에 덜렁거리는 모습이었던 이혜리가 극 마지막에 확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할 때, 오히려 ‘적응이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혜리는 화려한 치장이 어울리는 연예인은 아니다. 과거 걸스데이에 합류, 연예계에 데뷔할 당시 인터뷰를 하러 들어온 이혜리의 의상은 트레이닝복이었다. 그 상태로 체육대회에 나가도 무방할 정도였다. 인터뷰 사진을 찍지 않고 진행한 인터뷰라지만, 여타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의상이었다. 그때부터 걸스데이 혜리는, 이혜를 거쳐 덕선이었고, 선심이었다. 그리고 아마 추후에도 ‘발전된 덕선이’ ‘성장한 선심이’로 시청자들의 공감 사는 캐릭터를 맡을 것이다. 스스로가 화려한 배우가 아니라, 대중에게 위로를 주는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