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마지막’에서 오는 아쉬움은 관객들 느끼는 감동의 크기를 키웠다. 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총 네 번의 공연을 국내 무대에 올렸다. 국내 마지막 시즌이기도 한 이번 무대는 그랜드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지난 13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매회 공연 때마다 감동의 후기가 줄을 잇는 것도 일부 마지막이 주는 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마지막이라 하지 않아도 ‘아이다’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은 이미 입증됐다. 초연 이후 네 번의 시즌 동안 732회 공연, 73만 관객을 모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국내외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품은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장군 라다메스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주제 자체는 지극히 보편적이다. 이집트가 인근의 모든 국가들과 그 백성들을 노예화하던 혼란기에 펼쳐지는 운명적이고 신화적인 사랑 이야기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샀다면, 관객들의 눈은 화려한 무대와 의상, 조명이 담당한다. 특히 ‘아이다’는 화려한 조명과 의상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40톤 컨테이너 9대 물량으로 6주간 무대가 제작되고, 화려한 무대를 위해 고정조명 900개와 무빙라이트 90여대가 사용된다. 풍성한 색채의 마술이 펼쳐지면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대를 연신 만들어 낸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의상은 고대 이집트라는 시대적 배경에 집착하지 않는다. 작품의 음악과 어우러지는 현대적인 의상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에는 800여 벌의 의상과 60여 개의 통가발 등이 사용되며 시시각각으로 의상과 분장이 달라진다. 화려한 의상은 모든 배우들에게서 도드라져 보이지만, 특히 극중 18번 의상을 갈아입는 암네리스 공주에게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암네리스가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My strongest suit) 넘버를 부르며 선보이는 패션쇼는 화려함 그 자체다.
여느 성공적인 공연과 마찬가지로 ‘아이다’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건 배우들의 힘이 가장 크다. 지난 16일 공연은 윤공주와 정선아, 김우형 등 앞선 시즌에서부터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며 극찬을 받았던 배우들이 무대를 책임졌다. 아이다를 만난 건 ‘운명’이라고 말하는 윤공주, 세 번의 시즌에 걸쳐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온 정선아와 김우형이 펼치는 호흡은 관중을 압도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주조연 배우의 활약만큼 돋보이는 건 앙상블의 활약이다. “앙상블은 ‘아이다’ 안무를 할 수 있는 배우와 없는 배우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다’에서 선보이는 안무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공연에는 16명의 앙상블 배우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그보다 족히 두 배는 되는 인원이 무대를 누비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더구나 앙상블 배우들은 정해진 안무를 칼 같은 호흡으로 맞추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명확히 드러나기도 한다. 배우 한 명이 몇 명 분량의 연기를 거뜬히 책임져 주면서 뮤지컬 ‘아이다’의 풍성함이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다.
뮤지컬 ‘아이다’는 2020년 2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