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1462년 트란실바니아, 가문에 흐르는 피의 저주를 거부한 드라큘라는 사랑하는 아내 아드리아나와 함께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런 그의 앞에 십자군이 나타나고, 드라큘라는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거부해왔던 흡혈귀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그려지는 드라큘라는 흔히 생각하는 분노와 광기에 둘러싸인 흡혈귀로 귀결되지 않는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그려지는 공포의 흡혈귀의 모습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흡혈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지독히 아프고, 고독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13년 만에 돌아온 만큼 캐릭터에도 변화를 줬다. 드라큘라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에게도 모두 ‘결핍’이라는 키워드를 입혔다. 피의 저주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키려는 드라큘라, 환생 후 드라큘라가 부모님의 원수라고 오해해 복수를 꿈꾸는 아드리아나, 드라큘라에 대한 외사랑을 보여주는 로레인, 그런 그녀를 마음에 품은 디미트루, 복수에 눈이 먼 반헬싱 등 모든 인물의 서사 한편엔 ‘결핍’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극은 전체적으로 긴장감 보다는 서정적인 스토리에서 오는 감동의 코드에 더욱 집중된 듯 보인다. 이번 시즌에서 새로 추가된 드라큘라의 솔로 ‘당신의 별’은 변화된 드라큘라의 성격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넘버다. 드라큘라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 때문에 결핍을 겪고 있는지를 음악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다만 드라큘라 역을 맡은 엄기준의 딕션은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번 시즌에서 대사 전달력은 캐릭터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엄기준의 뛰어난 연기력 덕에 감정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연기하거나 노래하는 중에 딕션이 정확했다면 그의 상황에 관객들이 더 몰입될 수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안타까움은 다행히 무대의 연출로 보조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의 한계를 스크린으로 극복한 부분이었다. 스크린에 비친 CG와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칼싸움, 총싸움 등의 전투 장면도 영상 덕에 한층 세련되게 변화한다. 또 1462년 피로 물든 트란실바니아부터 400년 뒤 프랑스 파리라는 시대의 변화를 유려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영상 덕이다.
이번 ‘드라큘라’에는 신성우·임태경·엄기준·켄(VIXX)이 드라큘라 역, 권민제·김금나나 아드라아나 역, 소냐·최우리·황한나가 로레인 역, 김법래·이건명·문종원이 반헬싱 역, 최성원·조지훈이 디미트루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오는 12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