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12일 낮 12시께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완벽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예전에도 마트에서 치킨을 자주 사 먹었어요. 맛만 따지면 프랜차이즈 치킨이 낫지만, 가격까지 생각하면 이것(마트 치킨)만 먹게 돼요. 메뉴가 바뀐 뒤로 한번 먹어봤는데 이전보다 더 맛이 좋아져 또 구매하러 왔습니다.” 12일 낮 12시,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완벽 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60대 남성 A씨의 말이다. 이날 이마트 왕십리점 델리 코너에서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12시가 되기 전부터 ‘완벽 치킨’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로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소비자는 30분이나 일찍 와서 기다릴 정도였다. 12시가 되자 주방에서 갓 조리한 치킨이 박스에 담겨 나왔다. 카트 가득 담긴 치킨은 직원이 직접 한 명당 한 개씩 나눠주자 금세 바닥났다. 12시에 준비된 물량은 30마리였지만, 10여명의 소비자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지막 치킨을 받아 든 소비자와 바로 앞에서 치킨을 놓친 소비자 사이에는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마트 왕십리점 델리 코너 직원은 “금요일부터 ‘완벽 치킨’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많은 고객이 몰려 준비한 물량이 꾸준히 완판되고 있다”면서 “맛도 맛이지만 가격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니 시간대별로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 정도가 치킨을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통업계, ‘가성비 치킨’ 판매 꾸준히 늘어 이마트 '어메이징 완벽치킨'. (사진=김성준 기자) 최근 유통업계는 ‘치킨값 3만원’ 시대를 연 프랜차이즈업계에 보란 듯 ‘가성비 치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9일 1팩에 6480원에 불과한 ‘어메이징 완벽치킨’을 내놨다. 지난 2022년 1팩 9980원으로 출시돼 누적 판매량 250만팩을 넘어선 ‘생생치킨’에서 가격은 낮추고 맛은 개선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6일 ‘만쿠만구 치킨 순살’을 선보이며 ‘가성비 치킨’ 라인업을 확장했다. 2022년 출시했던 ‘만쿠만구 치킨’ 가격 1만900원을 유지했다. 이는 비슷한 중량(600g)의 프랜차이즈 순살치킨 대비 가격을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한 세븐일레븐 점주는 “즉석 치킨은 저녁 시간대에 판매가 집중돼 낮에는 소량만 준비하는데, 점심이 지나면 대부분 판매된다”면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한 만큼 순살 신메뉴도 곧잘 판매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가성비’를 강조한 치킨 판매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홈플러스가 지난 2022년부터 연중 6000원에 선보인 ‘당당치킨’은 누적 판매량 1000만팩을 넘어섰다. 롯데마트·슈퍼는 10호 냉장 계육 한 마리를 튀긴 ‘큰 치킨’과 9~11호 계육 한 마리 반을 튀긴 ‘뉴한통가아아득 치킨’ 등을 1만원 초반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GS25도 자체 브랜드 ‘치킨25’를 통해 한 마리 치킨 콘셉트 ‘뉴쏜살치킨’ 2종과 ‘쏜살닭강정’ 등을 판매 중이다. ■고물가·가격 인상에 뒤집힌 인식…“일단 산다” 12일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완벽 치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진=김성준 기자) ‘가성비 치킨’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바뀌면서 치킨 경쟁은 유통업계로 확장된 모습이다. 실제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5000원에 ‘통큰치킨’을 선보일 당시엔 ‘대기업에 의한 소상공인 상권 침해’, ‘손해보고 파는 미끼상품’ 등 각종 비판이 잇따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호평받았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롯데마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치킨을 선보였지만, 5000원대 가격을 상시가로 유지하진 못했다. 하지만 2022년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을 출시하면서 ‘가성비 치킨’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배달료를 포함해 3만원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 불만이 커지던 시기였기에 가격이 저렴한 치킨에는 소비자들이 몰렸고 인기를 더해갔다. 이에 롯데마트는 ‘뉴 한통가아아득 치킨’을 선보여 맞불을 놨고, 이마트도 '5분치킨'으로 뒤따랐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꾸준히 인상되고,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즉석 치킨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했다. 유통업계에서 판매하는 즉석 치킨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실제 이날 이마트 왕십리점에서는 치킨 구매 계획이 없던 소비자도 구매를 위해 줄을 선 소비자에게 가격을 듣고는 뒤이어 줄을 서는 모습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줄을 선 소비자 대부분이 구매에서 ‘가격’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답할 정도로, 치킨 1마리에 6480원은 ‘일단 구매하고 보는 가격’인 셈이다. 여기에 즉석 치킨의 맛이 꾸준히 개선된 데다 에어프라이어가 대중화되며 눅눅해진 치킨을 바삭하게 데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날 ‘완벽 치킨’을 구매한 50대 여성 B씨는 “(마트 치킨을) 당장 먹지 않고 나중에 데워서 먹어도 맛이 괜찮아서 장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일단 사놓게 된다”면서 “1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그마저도 못살 때도 있지만, 배달 치킨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라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기자가간다] "이젠 마트·편의점 치킨 사요"…'치킨 3만원 시대'가 연 가성비 전쟁

이마트 ‘완벽 치킨’ 출시후 연일 완판…세븐일레븐도 치킨 신제품 출시
“브랜드 치킨 못 미쳐도 가격이 만회”…유통업계 ‘즉석 치킨’ 판매 확대
가성비 찾는 소비자 “저렴하면 OK”…‘치킨 3만원 시대’가 뒤바꾼 인식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8.12 17:07 | 최종 수정 2024.08.13 07:00 의견 0
소비자들이 12일 낮 12시께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완벽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예전에도 마트에서 치킨을 자주 사 먹었어요. 맛만 따지면 프랜차이즈 치킨이 낫지만, 가격까지 생각하면 이것(마트 치킨)만 먹게 돼요. 메뉴가 바뀐 뒤로 한번 먹어봤는데 이전보다 더 맛이 좋아져 또 구매하러 왔습니다.”

12일 낮 12시,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완벽 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60대 남성 A씨의 말이다. 이날 이마트 왕십리점 델리 코너에서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12시가 되기 전부터 ‘완벽 치킨’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로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소비자는 30분이나 일찍 와서 기다릴 정도였다.

12시가 되자 주방에서 갓 조리한 치킨이 박스에 담겨 나왔다. 카트 가득 담긴 치킨은 직원이 직접 한 명당 한 개씩 나눠주자 금세 바닥났다. 12시에 준비된 물량은 30마리였지만, 10여명의 소비자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지막 치킨을 받아 든 소비자와 바로 앞에서 치킨을 놓친 소비자 사이에는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마트 왕십리점 델리 코너 직원은 “금요일부터 ‘완벽 치킨’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많은 고객이 몰려 준비한 물량이 꾸준히 완판되고 있다”면서 “맛도 맛이지만 가격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니 시간대별로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 정도가 치킨을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통업계, ‘가성비 치킨’ 판매 꾸준히 늘어

이마트 '어메이징 완벽치킨'. (사진=김성준 기자)

최근 유통업계는 ‘치킨값 3만원’ 시대를 연 프랜차이즈업계에 보란 듯 ‘가성비 치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9일 1팩에 6480원에 불과한 ‘어메이징 완벽치킨’을 내놨다. 지난 2022년 1팩 9980원으로 출시돼 누적 판매량 250만팩을 넘어선 ‘생생치킨’에서 가격은 낮추고 맛은 개선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6일 ‘만쿠만구 치킨 순살’을 선보이며 ‘가성비 치킨’ 라인업을 확장했다. 2022년 출시했던 ‘만쿠만구 치킨’ 가격 1만900원을 유지했다. 이는 비슷한 중량(600g)의 프랜차이즈 순살치킨 대비 가격을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한 세븐일레븐 점주는 “즉석 치킨은 저녁 시간대에 판매가 집중돼 낮에는 소량만 준비하는데, 점심이 지나면 대부분 판매된다”면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한 만큼 순살 신메뉴도 곧잘 판매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가성비’를 강조한 치킨 판매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홈플러스가 지난 2022년부터 연중 6000원에 선보인 ‘당당치킨’은 누적 판매량 1000만팩을 넘어섰다. 롯데마트·슈퍼는 10호 냉장 계육 한 마리를 튀긴 ‘큰 치킨’과 9~11호 계육 한 마리 반을 튀긴 ‘뉴한통가아아득 치킨’ 등을 1만원 초반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GS25도 자체 브랜드 ‘치킨25’를 통해 한 마리 치킨 콘셉트 ‘뉴쏜살치킨’ 2종과 ‘쏜살닭강정’ 등을 판매 중이다.

■고물가·가격 인상에 뒤집힌 인식…“일단 산다”

12일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완벽 치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진=김성준 기자)

‘가성비 치킨’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바뀌면서 치킨 경쟁은 유통업계로 확장된 모습이다. 실제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5000원에 ‘통큰치킨’을 선보일 당시엔 ‘대기업에 의한 소상공인 상권 침해’, ‘손해보고 파는 미끼상품’ 등 각종 비판이 잇따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호평받았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롯데마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치킨을 선보였지만, 5000원대 가격을 상시가로 유지하진 못했다.

하지만 2022년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을 출시하면서 ‘가성비 치킨’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배달료를 포함해 3만원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 불만이 커지던 시기였기에 가격이 저렴한 치킨에는 소비자들이 몰렸고 인기를 더해갔다. 이에 롯데마트는 ‘뉴 한통가아아득 치킨’을 선보여 맞불을 놨고, 이마트도 '5분치킨'으로 뒤따랐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꾸준히 인상되고,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즉석 치킨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했다.

유통업계에서 판매하는 즉석 치킨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실제 이날 이마트 왕십리점에서는 치킨 구매 계획이 없던 소비자도 구매를 위해 줄을 선 소비자에게 가격을 듣고는 뒤이어 줄을 서는 모습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줄을 선 소비자 대부분이 구매에서 ‘가격’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답할 정도로, 치킨 1마리에 6480원은 ‘일단 구매하고 보는 가격’인 셈이다. 여기에 즉석 치킨의 맛이 꾸준히 개선된 데다 에어프라이어가 대중화되며 눅눅해진 치킨을 바삭하게 데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날 ‘완벽 치킨’을 구매한 50대 여성 B씨는 “(마트 치킨을) 당장 먹지 않고 나중에 데워서 먹어도 맛이 괜찮아서 장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일단 사놓게 된다”면서 “1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그마저도 못살 때도 있지만, 배달 치킨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라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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