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가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축적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빵회사를 이룩해 대한민국을 빵의 메카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수감생활을 하면서 과연 이런 건강을 갖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제대로 해서 마무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에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말이다. 허 회장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2차 보석심문에서 부정맥과 공황장애, 불면증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하면서도 해외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허 회장은 공판에서와 달리 “예의를 갖추겠다”면서 수의 대신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손에는 이면지에 자필로 빼곡히 쓴 메모가 들려 있었다. 방청석에는 허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보석심문에서는 허 회장이 보석될 경우 증거인멸에 대한 염려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구두변론을 통해 “허 회장이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한 증인은 황 대표가 유일한데, 황 대표의 증인신문이 마쳐진 만큼 황 대표에 대한 회유와 증거인멸의 가능성은 소멸했다고 보인다”면서 “실제로 황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진술회유에 대한 정황이 발견된 바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허 회장이 부당노동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됐는지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만큼, 이에 대해선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 진술에 부동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부 진술 기재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해 반대신문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이지,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또 “검사가 부당노동행위라 지적한 부분에 직접 관여한 황 대표는 그 중 상당수를 부인하고 있지만 보석이 허가된 상황”이라면서 “구체적 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허 회장에 대해서는 더욱 증거인멸 염려가 소멸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판단 달라질까…황 대표 증인신문, 건강 악화 변수
허 회장은 지난 7월 건강 악화와 방어권 행사, 증거인멸 염려 없음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95조 제3호(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의 사유가 있고, 달리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서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당시와 달리 허 회장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인 황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마무리 됐고, 다른 증인들이 실무 단계에서 행한 부당노동행위에 허 회장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만큼 이번에는 재판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허 회장 측은 줄곧 허 회장이 75세로 고령이라는 점, 부정맥 등 지병이 있다는 점, 오랜 수감생활로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건강 문제를 호소해 왔다. 실제로 허 회장은 지난 3월 증상 악화로 인해 심장 부정맥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는 허리 통증으로 의자에 똑바로 앉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불면증과 불안 증상이 반복돼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고, 최근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에 이상을 느끼는 때가 있다. 갈수록 먹는 약 종류가 늘어나 불안하다”면서 “구금 기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이 많이 악화된 상황이다.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보석을 허가해준다면 악화된 건강을 먼저 추스리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여생을 사회와 기업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해보도록 하겠다”면서 심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