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밤 티라미수 컵’. (사진=BGF리테일)
요리를 주제로 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계에서 반사이익을 노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정체된 밀키트 시장도 프로그램 속 메뉴 제품화를 통해 ‘방송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오는 12일 흑백요리사 출연진 ‘나폴리 맛피아’와 손잡고 프로그램 속 메뉴 ‘밤 티라미수 컵’을 선보인다. 최근 6일간 메뉴에 사용된 ‘HEYROO 맛밤 득템’, ‘연세우유 마롱 생크림빵’ 상품 매출은 각각 42.7%, 31.1% 오르며 방송 효과를 톡톡히 봤다. CU는 나폴리 맛피아와 함께 추가 상품도 연달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컬리도 최현석 쵸이닷 셰프 등이 방송에서 선보인 '마라크림짬뽕'을 이달 중 제품화할 예정이다. 컬리는 흑백요리사 출연자와 협업했던 제품이 방송 후 수혜를 입었다. 실제로 최현석 쵸이닷 셰프의 이름을 건 스테이크·파스타 등 제품은 방송 후 마켓컬리 일평균 매출이 32.4%, 김도윤 윤서울 셰프의 생들기름면, 매콤 고사리 비빔면 등은 방송 후 매출이 71.3% 급증했다. 컬리는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관련 제품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누가’ 선보인 메뉴인지가 판매량 핵심 요인
최근 밀키트 시장 성장세가 꺾이자 주요 업체들은 고급화와 다양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프레시지는 전문 셰프, 유명 맛집과 협업해 조리가 번거로운 메뉴나 인기 메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hy는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과 협업해 매주 유명 출연자가 선보인 메뉴들을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재료 구성으로 다양한 메뉴를 구현할 수 있다는 밀키트 장점을 살려 소비자 관심도가 높은 메뉴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업체들이 ‘흑백요리사’에 주목하는 것도 출연자들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가격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누가’ 선보인 메뉴인지도 밀키트 판매량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hy 편스토랑 제품의 경우, 인지도 높은 출연자가 선보인 메뉴일 때 초기 판매량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흑백요리사’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계산이다.
편스토랑 ‘김재중의 들깨 들기름 비빔 막국수’. (사진=hy)
밀키트는 원재료와 양념 등을 소분한 포장으로 구성돼, 비교적 간단하게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재료를 곧바로 조리하는 만큼 간편식보다 신선한 맛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밀키트 시장도 급성장했다. 밀키트 전문 판매점이 생기고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면서,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일상 회복이 이뤄지자 밀키트 성장 동력은 얼어붙었다. 외식 수요가 회복되면서 줄어든 시장 파이를 두고 간편식과 다퉈야 했는데, 장점으로 꼽히던 밀키트의 특징들이 발목을 잡았다. 다양한 재료를 소량씩 포장해야 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고, 간편식과 비교하면 조리 과정 역시 번거롭기 때문이다. 간편식 대비 높은 품질도 비교 대상이 외식 메뉴로 바뀌면서 입지가 애매해졌다. 시장 규모 전망치는 2025년 4000억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대중적인 메뉴에서 특색있는 메뉴로 제품이 세분화되는 추세”라며 “유명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조리법이 간소화됨에 따라 간편식과 밀키트를 나누는 경계도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