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사진 좌)와 김현영 하림지주 차장(사진 우). (사진=전지현 뷰어스 기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녀와 삼녀가 'NS푸드페스트 2025 in 익산' 현장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림의 근본적 철학을 담아 이어온 행사가 18년새 국내 최대 식품문화축제로 확대된 만큼 관련 경영에 참여한 자녀들을 집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회장의 장녀인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1988년생)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장을 지위진두하는 '지휘형'으로, 지난해부터 경영에 합류한 삼녀 김현영 하림지주 차장(1995년생)은 밑바닥부터 현장을 경험하는 '말단 사원형'으로, 사뭇 대조적인 위치와 역할로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6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NS푸드페스 2025 in 익산'에는 김 회장을 비롯한 두 딸들이 현장에 등장했다. 이날 20여분간 환영인사를 하는 김 회장 모습을 기자간담회장 뒷편에서 처음부터 지켜본 뒤 행사장으로 걸음을 옮겼던 장녀 김 상무는 식품 계열사 시식 부스와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요리경연장을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며 동행하는 관계자에게 다양한 품평을 남겼다. 이후에도 김 상무는 행사장 입구를 돌며 방문객들의 동선을 살폈고 현장내 다양한 행사 부스 점검을 1시간 가량 지속했다.

반면, 삼녀 김 차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하림이 최근 선보인 신선 식품 플랫폼 '오드르로서' 브랜드존을 내내 지키고 있었다. '오드그로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사슬 전과정의 통합 경영 기반을 갖춘 하림그룹이 신개념 C2C(Cut to Cosume) 서비스를 표방하는 신선 직배송 식품 플랫폼으로 9월 초 첫 공개됐다. '오드그로서' 브랜드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입는 녹색 티셔츠에 캡모자를 눌러 쓴 김 차장은 가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와중에도 당일 산란한 달걀의 신선함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체험존과 당일 도계한 신선한 닭고기로 만든 요리를 시식할 수 있는 코너에서 브랜드존을 벗어나지 않은 채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경영 합류 10년 장녀 김주영 상무, 독보적 존재감으로 진두지휘

장차녀의 상반된 현장행보는 경영합류 시점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김 상무는 지난 2015년 하림지주 경영에 합류한 이후 '더미식', '하림펫푸드' 등 브랜드 사업을 주도하며 하림의 신사업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특히 '하림펫푸드'는 '휴먼그레이드 프리미엄 사료'란 컨셉트로 사업 초기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지난 2023년부터 시장에 안착, 출범 5년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이는 기염을 토하면서 김 상무의 경영능력도 덩달아 높게 평가됐다. 펫사료시장은 외국산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서 국내 기업의 도전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던 세간의 시선을 보기 좋게 씻어낸 결과였다.

이 때문에 김 상무가 주도하는 '더 미식' 역시 시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더미식'은 인공조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진짜 닭고기나 사골, 돼지뼈 등 진짜 재료를 음식장인들이 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20시간 이상 저온으로 고아 만든 액상 스프 라면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높아 하림산업 '적자폭을 키우는 주범'이란 지적으로, 김 상무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26일 'NS푸드페스타 2025' 환영사에서 이 같은 시선마저 일축시켰다. 김 회장은 "더미식 장인라면은 하림의 철학, 원칙, 기술, 책임이 집약된 상징적인 작품"이라며 "이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반드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단순히 잘 팔리는 라면이 아닌, 한 끼의 식사로서 당당한 식품으로, K 라면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데 기여하는 제품으로 성장시켜나가겠다"며 더 미식이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음을 분명히했다.

하림지주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상무의 경영스타일은 김 회장의 맛과 품질에 대한 열정을 넘어설 만큼 완벽의 완벽을 추구한다"며 "검소함을 추구한다는 점도 아버지와 닮은 점"이라고 말했다.

■삼녀의 경영수업 도전기…밑바닥부터 스.타.트

하림그룹 3·4녀 이름이 언론에 거론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김 회장에게는 장녀 김주영, 장남 김준영, 삼녀 김현영, 사녀 김지영(1999년생) 등 1남3녀가 있는데 하림그룹 승계구도가 이미 장남을 중심으로 뚜렷해진 상태다. 더군다나 삼사녀는 하림지주와 팬오션에 합류한 장녀·장남과 달리 걸음을 내딛지 않아 경영수업에서도 배제된 듯 여겨졌었다. 하지만 올해 초 현영씨와 지영씨는 각각 지난해 하림그룹 차과장으로 입사,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맡았다는 소식이 뒤늦에 알려졌다.

두 딸이 맡은 신사업이 바로 이달 초 공개된 '오드그로서'다. 그룹의 역점 신사업란 점에서 비중이 있는 사업을 통해 그룹 내 장약력을 높여주려는 것 아니냔 시선이 제기됐다. 실제 '오드그로서'는 하림그룹 역량을 통해서만 가능한 사업구조를 가졌다는 특징이 있다. 하림이 온라인 첨단물류센터인 FBH(Fulfilment by Harim)를 통해 제조 직후의 상태가 그래도 유지된 채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고 물류센터와 인접한 지역 농가 등과 협업해 신선한 채소 등을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지역 농가 상생과 식품 품질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룹내 비중이 높은 신사업인 만큼 김 차장이 초기부터 사업을 주도해 안정화 시킨다면, 향후 장녀만큼의 영향력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26일 'NS푸드페스타 2025 in 익산'에서 보여준 김 차장의 모습을 놓고 볼 때, 그는 단숨에 입지를 강화하기 보단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위로 올라가는 경영수업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