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화생명
한화생명이 한화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일원화를 완성했다. 다만 그룹 계열사 내부 거래인만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보험은 한화글로벌에셋으로부터 한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1785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한화저축은행은 1983년 경기도 부천시에 설립된 삼화상호신용금고가 모체다. 1994년 한보그룹에 인수됐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제일화재가 새로운 주인이 됐고, 2008년에는 한화그룹이 제일화재를 인수하면서 한화금융그룹의 일원이 됐다.
당초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테크엠 등 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이 저축은행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으나 2021년 3세 경영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 당시 한화글로벌에셋에 지분을 몰아줬다. 한화글로벌에셋은 한화솔루션에서 물적분할된 완전 자회사로, 기업명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석유화학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주업으로 한다.
한화글로벌에셋이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한화저축은행의 기업가치는 약 1842억원이었다. 3년여가 지나 한화생명이 당시 가치와 비슷하게 값을 쳐주고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이다.
그룹 자회사 간 거래이긴 하나 2021년과 달리 한화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고가 인수 논란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2021년 한화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 187억원, ROE(자기자본순이익률) 14.2%를 기록한 회사였지만 지난해 각각 26억원, 1.6%로 쪼그라들었다. 저축은행 업계에 불어닥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파장이 컸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1년말 2.25%(252억원)에서 올해 2분기 10.31%(1109억원)로 크게 악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솔루션과 한화글로벌에셋이 미국에 대규모 태양광 투자를 진행했지만 실적이 악화돼 자회사인 한화저축은행을 일찌감치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부동산 PF 부실로 업계가 초토화된 상황이라 거래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화저축은행이 대기업 계열사이긴 하지만 부천과 분당 지역에서 소규모 영업활동을 펼쳐왔고 그마저도 부실화된 형편이다보니 인수가가 높다는 게 중론"이라며 "한화솔루션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로 한화생명은 K-ICS 비율(지급여력비율) 하락 등 건전성 지표에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는 관점에 따라선 한화그룹 경영진의 자회사 우회 지원이란 판단도 들 수 있어 한화생명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란 해석의 여지도 있는만큼 금융당국이 대주주 변경을 무난하게 승인할 지도 관심이다. 금융회사의 대주주 변경은 당국의 허가 사항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한화저축은행 인수는 과거부터 진행돼 온 한화생명 중심의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일원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인수가격 역시 외부평가기관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8~2023년 한화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 규모(단위:백만원)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