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관련업계나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드물다. 이에 정부 당국은 왜 보험개혁에 나서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7회에 걸쳐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순서> ①지금, 왜 보험개혁인가 ②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③삼성화재는 왜 방카에서 철수했나 ④교보생명은 왜 디지털에 뛰어들었나 ⑤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⑥KB라이프는 왜 시니어사업에 뛰어들었나 ⑦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이경근 대표이사(사진 왼쪽에서 여덟번째),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및 챔피언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2021년 설립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GA업계 최초로 해외채권 발행(500억원)과 기업신용등급(A+) 획득에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자료=한화생명) “모두 윈-윈(Win-Win) 했다.” 한화생명이 제판분리 3주년을 맞아 스스로 평가하고 내린 결론이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영업을 전담하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본사 소속의 설계사 조직을 판매 자회사로 전격 분리한 것. 본사는 상품제조와 자산운용만 담당하고 상품판매는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가 전담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의 시작이다. 사실 제판분리는 20년 전 푸르덴셜생명을 시작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도했다 모두 실패했던 경영기법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형사인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에 나섰을 때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당시 이런 안팎의 우려 때문인지 이후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흥국생명 등이 제판분리에 동참했을 때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으로선 그간 강력한 전속채널의 힘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기에 제판분리는 ‘자존심을 구기는 선택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실험 3년 만에 ‘대성공’을 선언하면서 삼성생명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지난 3월에는 첫 배당도 실시했다. 11.1% 지분을 보유한 한투PE를 대상으로 약 15억원을 배당하며 미래 성장성을 입증했다. 2026년을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 본사인 한화생명 실적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GA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경쟁력에 힘입어 지난해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전년 대비 52% 상승했다. 특히 보장성 APE는 전년 대비 114% 급증하며 작년 한 해에만 신계약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2조5000억원이나 달성했다. 보험설계사들 역시 우상향하는 수입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제판분리 직전인 2020년 4221만원에 머물렀던 연간 소득이 지난해에는 6942만원을 찍었고, 올해 1분기에는 7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체 설계사(2만2609명)의 22.8%가 ‘꿈의 소득’이라고 불리는 1억원 이상을 벌고 있다. 한화생명 표현대로 GA, 본사, 설계사 모두 ‘윈-윈’ 중인 것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보험업 전체로 보면 과연 ‘윈-윈’이 맞는지 의문도 있다. 보험 민원이 급증하면서 또 다른 시장 참여자인 소비자와 당국은 ‘루즈-루즈(lose-lose)’ 중인 형국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9만3842건으로, 전년대비 7.7%(6792건) 늘었다. 이 가운데 보험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수준이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해마다 전체 민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설계사의 설명 불충분, 부당 승환계약 유도 등 불완전판매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손해보험 역시 2021년 3만2112건, 2022년 3만5157건, 2023년 3만6238건 등 매년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에서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민원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최근 보험업권 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가장 큰 현안 리스크”라고 한탄하는 상황. 이에 당국은 보험사, GA 등 판매채널 리스크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 검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생보업계 전속설계사 인원은 2020년 8만9355명에서 2023년 5만9297명으로 약 3만명 감소했다. 한화생명(2만명), 미래에셋생명(3000명), KB라이프생명(2000명) 등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전속설계사 감소는 최근 3~4년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9만명이나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 전인 2014~2020년 기간에도 약 6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손보업계 전속설계사 수가 최근 10년 동안 10만명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돼 온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는 생보·손보 모두 취급 가능한 제3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생보사 설계사들이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GA 또는 손보업계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GA 설계사 증가와 최근의 악성 민원 증가 간 명확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당국은 이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자회사형 GA가 단기간에 몸집은 커졌지만 내부통제는 본사 소속일 때보다 느슨해졌다고 보고 있다. 본사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를 사업비로 책정해 신계약 목표치를 제시하면 나머지는 GA가 알아서 실행하는 것이 ‘제판분리’의 영업 구조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져도 책임은 설계사 몫이지 회사 몫이 아니다. 설계사 입장에서 최우선 고려 순위는 완전판매보다는 모집수수료(소득)다. 보험개혁에 발맞춰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GA의 주요 위법사례를 추려 월 1회씩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작성계약(허위·가공계약), 승환계약, 경유계약, 특별이익 제공 등 지금까지 총 4회가 나왔다. 설계사들의 기상천외한 편·불법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 GA와 설계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원수보험사는 GA의 일탈을 묵인·방조하거나 독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사-GA-설계사가 윈-윈하고 있다’는 선언의 이면이다.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불합리한 보험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2021년 시행에 들어갔다. 해약환급금 개선을 통한 보험료 인하, 보장성보험의 저축성보험 오인 요인 개선, 수수료 지급기준 명확화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보험계약 차익거래 방지 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시행에 맞춰 보험사들이 CSM 확보 경쟁을 펼치면서 기존 법과 제도가 보험소비자 보호에 별무효과임이 확인됐다. 지난해 저해지환급형 단기납종신보험 열풍에서만 보더라도 단기 성과 중심의 과당 경쟁, 고액 수수료 위주의 모집관행, 보장성보험의 저축성보험 오인 유발 등 기존의 나쁜 악습이 모두 드러났다. 비싼 보험료를 낮춰 가입 허들을 낮춘 ‘무·저해지 보험상품’도 소비자들의 단골 민원 상품이 됐다. 이와 관련해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 중인 개선 방안은 △과도한 보장한도 확대 경쟁 방지 △무·저해지보험 상품 구조의 적정성 제고 △모집수수료 공시 확대 검토 △수수료 분할지급 확대 유도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 △소비자에 대한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 △GA 판매책임 강화 △GA 제재 실효성 제고 △판매채널 관리 관련 경영진 책임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 소비자에 대한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와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만 소개됐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계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시된 여러 대책 가운데 사업비와 수수료 등 판매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설계사들의 과도한 경쟁과 일탈은 원수보험사의 과도한 사업비 책정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지금까지 영업위축 등을 우려해 당국이 느슨하게 접근해 온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분양원가 공개가 심각하게 검토되듯 보험업계의 사업비·수수료 공개는 일탈을 일삼는 보험사와 GA에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수준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갔고, 시장 포화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영업위축보다는 신뢰확보에 방점을 두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인 것이다.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의 제3보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는데 질병담보 수에서부터 3배나 차이가 나고 위험률 통계의 질도 생보에 비해 우수하다”며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생보업계가 불리하다 보니 영업현장 역시 상대적으로 더 혼탁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과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주요 경영지표(자료=한화생명)

[보험개혁 Why②] 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9.03 14:13 | 최종 수정 2024.09.10 14:12 의견 0

금융당국이 ‘보험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관련업계나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드물다. 이에 정부 당국은 왜 보험개혁에 나서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7회에 걸쳐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순서>

①지금, 왜 보험개혁인가
②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③삼성화재는 왜 방카에서 철수했나
④교보생명은 왜 디지털에 뛰어들었나
⑤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⑥KB라이프는 왜 시니어사업에 뛰어들었나
⑦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이경근 대표이사(사진 왼쪽에서 여덟번째),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사진 왼쪽에서 여섯번째) 및 챔피언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2021년 설립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GA업계 최초로 해외채권 발행(500억원)과 기업신용등급(A+) 획득에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자료=한화생명)


“모두 윈-윈(Win-Win) 했다.”

한화생명이 제판분리 3주년을 맞아 스스로 평가하고 내린 결론이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영업을 전담하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본사 소속의 설계사 조직을 판매 자회사로 전격 분리한 것. 본사는 상품제조와 자산운용만 담당하고 상품판매는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가 전담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의 시작이다.

사실 제판분리는 20년 전 푸르덴셜생명을 시작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도했다 모두 실패했던 경영기법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형사인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에 나섰을 때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당시 이런 안팎의 우려 때문인지 이후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흥국생명 등이 제판분리에 동참했을 때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으로선 그간 강력한 전속채널의 힘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기에 제판분리는 ‘자존심을 구기는 선택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실험 3년 만에 ‘대성공’을 선언하면서 삼성생명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지난 3월에는 첫 배당도 실시했다. 11.1% 지분을 보유한 한투PE를 대상으로 약 15억원을 배당하며 미래 성장성을 입증했다. 2026년을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

본사인 한화생명 실적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GA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경쟁력에 힘입어 지난해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전년 대비 52% 상승했다. 특히 보장성 APE는 전년 대비 114% 급증하며 작년 한 해에만 신계약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2조5000억원이나 달성했다.

보험설계사들 역시 우상향하는 수입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제판분리 직전인 2020년 4221만원에 머물렀던 연간 소득이 지난해에는 6942만원을 찍었고, 올해 1분기에는 7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체 설계사(2만2609명)의 22.8%가 ‘꿈의 소득’이라고 불리는 1억원 이상을 벌고 있다. 한화생명 표현대로 GA, 본사, 설계사 모두 ‘윈-윈’ 중인 것이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보험업 전체로 보면 과연 ‘윈-윈’이 맞는지 의문도 있다. 보험 민원이 급증하면서 또 다른 시장 참여자인 소비자와 당국은 ‘루즈-루즈(lose-lose)’ 중인 형국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9만3842건으로, 전년대비 7.7%(6792건) 늘었다. 이 가운데 보험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수준이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해마다 전체 민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설계사의 설명 불충분, 부당 승환계약 유도 등 불완전판매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손해보험 역시 2021년 3만2112건, 2022년 3만5157건, 2023년 3만6238건 등 매년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에서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민원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최근 보험업권 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가장 큰 현안 리스크”라고 한탄하는 상황. 이에 당국은 보험사, GA 등 판매채널 리스크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 검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생보업계 전속설계사 인원은 2020년 8만9355명에서 2023년 5만9297명으로 약 3만명 감소했다. 한화생명(2만명), 미래에셋생명(3000명), KB라이프생명(2000명) 등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전속설계사 감소는 최근 3~4년의 일이 아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9만명이나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 전인 2014~2020년 기간에도 약 6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손보업계 전속설계사 수가 최근 10년 동안 10만명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돼 온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는 생보·손보 모두 취급 가능한 제3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생보사 설계사들이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GA 또는 손보업계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GA 설계사 증가와 최근의 악성 민원 증가 간 명확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당국은 이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자회사형 GA가 단기간에 몸집은 커졌지만 내부통제는 본사 소속일 때보다 느슨해졌다고 보고 있다.

본사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를 사업비로 책정해 신계약 목표치를 제시하면 나머지는 GA가 알아서 실행하는 것이 ‘제판분리’의 영업 구조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져도 책임은 설계사 몫이지 회사 몫이 아니다. 설계사 입장에서 최우선 고려 순위는 완전판매보다는 모집수수료(소득)다.

보험개혁에 발맞춰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GA의 주요 위법사례를 추려 월 1회씩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작성계약(허위·가공계약), 승환계약, 경유계약, 특별이익 제공 등 지금까지 총 4회가 나왔다. 설계사들의 기상천외한 편·불법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 GA와 설계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유발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원수보험사는 GA의 일탈을 묵인·방조하거나 독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사-GA-설계사가 윈-윈하고 있다’는 선언의 이면이다.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불합리한 보험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2021년 시행에 들어갔다. 해약환급금 개선을 통한 보험료 인하, 보장성보험의 저축성보험 오인 요인 개선, 수수료 지급기준 명확화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보험계약 차익거래 방지 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시행에 맞춰 보험사들이 CSM 확보 경쟁을 펼치면서 기존 법과 제도가 보험소비자 보호에 별무효과임이 확인됐다. 지난해 저해지환급형 단기납종신보험 열풍에서만 보더라도 단기 성과 중심의 과당 경쟁, 고액 수수료 위주의 모집관행, 보장성보험의 저축성보험 오인 유발 등 기존의 나쁜 악습이 모두 드러났다. 비싼 보험료를 낮춰 가입 허들을 낮춘 ‘무·저해지 보험상품’도 소비자들의 단골 민원 상품이 됐다.

이와 관련해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 중인 개선 방안은 △과도한 보장한도 확대 경쟁 방지 △무·저해지보험 상품 구조의 적정성 제고 △모집수수료 공시 확대 검토 △수수료 분할지급 확대 유도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 △소비자에 대한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 △GA 판매책임 강화 △GA 제재 실효성 제고 △판매채널 관리 관련 경영진 책임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 소비자에 대한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와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만 소개됐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계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시된 여러 대책 가운데 사업비와 수수료 등 판매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설계사들의 과도한 경쟁과 일탈은 원수보험사의 과도한 사업비 책정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지금까지 영업위축 등을 우려해 당국이 느슨하게 접근해 온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분양원가 공개가 심각하게 검토되듯 보험업계의 사업비·수수료 공개는 일탈을 일삼는 보험사와 GA에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수준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갔고, 시장 포화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영업위축보다는 신뢰확보에 방점을 두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인 것이다.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의 제3보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는데 질병담보 수에서부터 3배나 차이가 나고 위험률 통계의 질도 생보에 비해 우수하다”며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생보업계가 불리하다 보니 영업현장 역시 상대적으로 더 혼탁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과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주요 경영지표(자료=한화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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