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밀크앤허니 파베이크 식사빵’ 3종.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 ‘블랑제리’에 역량을 모은다. 성과가 미진한 신사업보다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품·유통 서비스에 집중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힘을 실었던 대안식 사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실무 조직 인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개편에서 핵심사항은 ‘베이커리 효율화’ 작업이다. 특히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가성비 빵’에 집중한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만큼 그간 미래 먹거리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신사업보단 본업을 살려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앞서 10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기존 ‘식품유통본부’와 ‘베이커리본부’ 조직을 폐지하고 '대표-담당 체계'로 전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각 조직이 가진 무게를 낮추는 대신 의사 결정 단계를 줄여 신속하고 유연한 업무 처리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팀장급 등 실무자 인선은 이르면 12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조직이 가진 위상과는 별개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는 식품유통과 베이커리에 집중해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그룹 기조에 따라 사업 고도화를 위해 강점이 있는 분야에 좀 더 힘을 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개선’ 삭풍에 대안식 ‘찬밥 신세’
신세계푸드 홈페이지에 활용된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 캐릭터들. (사진=신세계푸드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푸드가 이 같은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은 수익성과 무관치 않다. 신세계푸드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8.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2.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같은 기간 매출은 38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 줄었다.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가운데 그룹 재무통으로 꼽히는 강승협 대표를 새로 맞이 한 것도, 매출이 뒷걸음질 친 와중에 영업이익 6억8000여만원 증가로는 ‘신상필벌’ 인사에서 ‘상’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배경에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신세계푸드가 신임 대표 체제 아래 강도 높은 수익성 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용진 회장이 강조해 왔던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 기조가 이번 인사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의 3분기 기준 매출 61%는 식재유통, HMR 등을 운영하는 유통서비스 부문에서, 38%는 베이커리와 외식 가맹 사업 등을 운영하는 식품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했다.
판매조직도 F&B와 베이커리, B2B 등이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식품서비스 매출 핵심인 베이커리는 ‘빵집 규제’로 인해 자체 매장이 아닌 이마트 내 ‘블랑제리’를 통해 사업을 이어 왔다. 최근 진행된 임원인사에서 원정훈 상무가 베이커리담당과 F&B담당을 겸직한 것도 베이커리 사업 확대에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사업 간 시너지에 무게를 싣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선택과 집중’에서 대안식 등 신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대안식은 지난 4년간 신세계푸드를 이끌던 송현석 전 대표가 미래먹거리로 택하고 역점을 뒀던 사업분야로, 신세계푸드는 2021년 대안육 ‘베러미트’, 2023년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와왓유잇’을 론칭하는 등 적극 육성해왔다. 그러나 자사 베이커리 및 HMR 사업과 연계해 외연을 넓혀 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전문가였던 송현석 전 대표는 현장 일선에서 ‘대안식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신사업에 힘을 실어 줬지만, 강승협 대표는 재무 전문가인 만큼 기존 경쟁력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안식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투자가 줄어들 경우 사업 연속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