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 대표들까지 갈라져 대립하면서 그룹 전체가 갈등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어 국내 굴지의 제약기업이 소모적인 비방전 때문에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와 이를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대결로 시작됐다. 지난 3월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벌어진 첫 표 대결에서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이 형제들을 지지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4월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체제가 확정됐지만 한 달만에 모친을 해임시키고 사실상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형제연합의 승리로 기우는 듯 했으나 7월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이 돌연 임주현 사장 모녀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3자 연합을 구축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에 과반이 근접(48.19%)하는 지분을 확보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한미약품은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선언하고 그동안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했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임종윤 대표의 선임 안건 등을 부결시켰다. 현재 한미약품은 인사팀, 법무팀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이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이사, JVM 이동환 대표이사,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 사업 부문 박준석 부사장 등 한미약품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비판하고 나섰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고, 그룹 내의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3자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박 대표는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 이번 한미사이언스의 일부 계열사 대표들의 성명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의 중단을 위해 사모펀드 등 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또한 "올해 3월 당시 경영진을 지지했던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때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됐던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의 이름이 성명서에 날인된 것을 보면서 독단적인 오너 경영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꼈다"며 "한미약품은 독단적인 지주회사 경영 방식을 건강하게 견제하고, 지주회사 위법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으며, 지주회사와 계열사가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3자 연합과 장·차남들이 서로를 회사를 매각시키려는 당사자로 규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실무 경영진까지 참전하면서 향후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후폭풍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그동안 제약산업에서 쌓아온 한미약품의 기업역량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일부 계열사에선 전산망이 통제되는 등 제대로 된 업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분쟁이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자 연합은 이번 임시 주총 안건으로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이사회 정원 정관변경은 주총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5:5 동률을 이룰 경우 12월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포함해 각종 법정 분쟁 등 교착 상태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기업 역량이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한다"며 "연초 대비 주가가 13% 하락했는데 이는 기업 역량 훼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장기화되는 경영권 분쟁에 계열사 대표들 까지 뛰어들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2015년 6건의 글로벌 기술수출로 R&D 투자 성과를 거둔 한미약품의 위치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뷰+] 한미약품家 분쟁, 계열사 대표들까지 가세한 이유

3자 연합VS장·차남 싸움서 회사 전체 싸움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들 "외부세력 개입으로 혼란 가중"
박재현 대표 "사모펀드 등 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

이한울 기자 승인 2024.11.05 17:48 의견 0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 대표들까지 갈라져 대립하면서 그룹 전체가 갈등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어 국내 굴지의 제약기업이 소모적인 비방전 때문에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와 이를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대결로 시작됐다.

지난 3월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벌어진 첫 표 대결에서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이 형제들을 지지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4월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체제가 확정됐지만 한 달만에 모친을 해임시키고 사실상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형제연합의 승리로 기우는 듯 했으나 7월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이 돌연 임주현 사장 모녀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3자 연합을 구축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에 과반이 근접(48.19%)하는 지분을 확보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한미약품은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선언하고 그동안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했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임종윤 대표의 선임 안건 등을 부결시켰다.

현재 한미약품은 인사팀, 법무팀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이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이사, JVM 이동환 대표이사,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 사업 부문 박준석 부사장 등 한미약품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비판하고 나섰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고, 그룹 내의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3자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박 대표는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 이번 한미사이언스의 일부 계열사 대표들의 성명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의 중단을 위해 사모펀드 등 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또한 "올해 3월 당시 경영진을 지지했던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때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됐던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의 이름이 성명서에 날인된 것을 보면서 독단적인 오너 경영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꼈다"며 "한미약품은 독단적인 지주회사 경영 방식을 건강하게 견제하고, 지주회사 위법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으며, 지주회사와 계열사가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3자 연합과 장·차남들이 서로를 회사를 매각시키려는 당사자로 규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실무 경영진까지 참전하면서 향후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후폭풍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그동안 제약산업에서 쌓아온 한미약품의 기업역량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일부 계열사에선 전산망이 통제되는 등 제대로 된 업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분쟁이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자 연합은 이번 임시 주총 안건으로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이사회 정원 정관변경은 주총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5:5 동률을 이룰 경우 12월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포함해 각종 법정 분쟁 등 교착 상태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기업 역량이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한다"며 "연초 대비 주가가 13% 하락했는데 이는 기업 역량 훼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장기화되는 경영권 분쟁에 계열사 대표들 까지 뛰어들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2015년 6건의 글로벌 기술수출로 R&D 투자 성과를 거둔 한미약품의 위치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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