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지난 7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업계의 숙원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허용되면서 가상자산 ETF 준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ETF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향후 정치권의 관련 공약 및 금융업계의 요청과 맞물려 ETF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가상자산위원회(가상자산위)는 법인의 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가상자산위는 오는 12일 2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날 권대영 사무처장은 "코인 관련 상장 기준을 어떻게 만들지,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할지, 가상자산거래소의 행위 규칙을 어떻게 만들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시장의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을 맞춰 가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실명 인증을 마친 계좌만이 가상자산에 투자 할 수 있다. 법상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법인의 실명 계좌 발급을 하지 않도록 권고해 왔다.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제휴를 맺고 있는 은행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빗썸은 농협은행과,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빗썸은 최근 법인 영업 담당자 채용에 착수하는 등 법인 시장 선점에 발빠르게 나서기도 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어 향후 법인 영업을 위해 새로운 제휴 은행을 물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금융위는 국내 가상자산 현물ETF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가상자산위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가상자산 ETF 도입에 키를 쥐고 있는 건 정치권이다. 탄핵 정국 속에서 양당이 때이른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각 정당 후보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은 가상자산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회가 가상자산과세 유예안에 합의하는 등 가상자산 이용자 표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가상자산 ETF 도입을 위한 금융업계의 요구도 높아질 전망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및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ETF를 자본시장의 새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한목소리로 밝히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선거를 앞둔 만큼 가상자산 ETF 관련 공약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법인 계좌가 단계적으로 허용됨으로써 ETF 도입을 위한 준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