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랜기간 가상자산은 '제도권 밖'에 있었다.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입법에 참여하겠다고 하고, 금융감독원은 ETF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니 이제서야 비로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확인한 느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도자료를 내고,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2단계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한은이 제출한 가상자산 관련 자료도 26일 최초 공개됐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1559만명으로 10월 말 대비 61만명 증가했다. 이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 수를 집계한 수치로, 같은 사람이 여러 거래소에 계정을 가진 경우는 중복 합산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한국 국민(약 5123만명)의 30% 가량이 가상자산 투자자인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지난 7월말 1474만 명, 8월말 1482만 명, 9월말 1448만 명, 10월말 1498만 명, 11월말 1559만 명 등으로 완만한 증가 추세다. 가상자산 보유금액도 지난 7월말 58조 6000억원에서 11월말 102조 6000억원으로 늘었다. 11월의 압도적인 증가폭은 미국에서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여파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이용자 및 보유금액 규모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스탠스도 달라진 것으로 해석했다.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이 워낙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관련 입법을 서둘러 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ETF가 승인되고, 국가 전략자산 비축 논의가 진행되는 등 파격적인 변화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자칫 국내 입법 부재로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가상자산 규제의 명확성이 확립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에서는 미카(MIKA)법이 빠르게 수정 보완되며 선진화되고 있다. 미카법에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 요건, 준비자산이나 상환정책, 상환에 대한 권리 보장 등을 모두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 같은 법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도 빠른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3.0 포럼'에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비트코인은 부인할 수 없는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지금은 1만여종의 코인이, 시가총액 3조달러의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세계에 유통 중"이라며 "우리 또한 지금부터 노력해서 세계 금융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고, 이를 위해 빠른 입법과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미국 등에서는 기업과 기관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등 시장에 참여한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가상자산 투자가 개인투자의 영역에 남겨져 있는 한계를 지적했다. 앞서 지난 19일 해시드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입법 제안' 세미나에서도 가상자산 ETF 도입과 전문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을 위협할 자산으로 급부상하는 등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주가 가치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도 강조됐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빚으로 쌓아올린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바꾸기 위해 새롭게 발굴한 자산군이 바로 비트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미국의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화하겠다고 연일 공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미국 달러 기축통화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2단계 입법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 여러 현실자산 등이 디지털 자산화되어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규제는 많이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2단계 법안에 ▲가상자산의 발행 자격요건과 공시의무 ▲사고 발생 시 입증 책임 전환 ▲사업자 영업행위 규율 ▲실명계정 발급제도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정비도 절실한 상황. 지난 1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한 이유에는 블록 검증으로 주어지는 리워드나 에어드랍 등 기존 세금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들에 관한 정책적 연구가 미비한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과세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셈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앞장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가산자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국내 입법이 늦어질수록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매우 떨어질 것"이라며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가상자산', 거스를 수 없는 대세...한은도 '예의주시'

국민 30%(5123만명)는 가상자산투자자
가상자산업계 "규제라도...빠른 입법 절실"
한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적극 참여"

황보람 기자 승인 2024.12.26 15:03 의견 0
지난 10월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랜기간 가상자산은 '제도권 밖'에 있었다.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입법에 참여하겠다고 하고, 금융감독원은 ETF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니 이제서야 비로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확인한 느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도자료를 내고,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2단계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한은이 제출한 가상자산 관련 자료도 26일 최초 공개됐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1559만명으로 10월 말 대비 61만명 증가했다.

이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 수를 집계한 수치로, 같은 사람이 여러 거래소에 계정을 가진 경우는 중복 합산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한국 국민(약 5123만명)의 30% 가량이 가상자산 투자자인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지난 7월말 1474만 명, 8월말 1482만 명, 9월말 1448만 명, 10월말 1498만 명, 11월말 1559만 명 등으로 완만한 증가 추세다. 가상자산 보유금액도 지난 7월말 58조 6000억원에서 11월말 102조 6000억원으로 늘었다. 11월의 압도적인 증가폭은 미국에서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여파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이용자 및 보유금액 규모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스탠스도 달라진 것으로 해석했다.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이 워낙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관련 입법을 서둘러 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ETF가 승인되고, 국가 전략자산 비축 논의가 진행되는 등 파격적인 변화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자칫 국내 입법 부재로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가상자산 규제의 명확성이 확립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에서는 미카(MIKA)법이 빠르게 수정 보완되며 선진화되고 있다. 미카법에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 요건, 준비자산이나 상환정책, 상환에 대한 권리 보장 등을 모두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 같은 법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도 빠른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3.0 포럼'에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비트코인은 부인할 수 없는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지금은 1만여종의 코인이, 시가총액 3조달러의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세계에 유통 중"이라며 "우리 또한 지금부터 노력해서 세계 금융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고, 이를 위해 빠른 입법과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미국 등에서는 기업과 기관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등 시장에 참여한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가상자산 투자가 개인투자의 영역에 남겨져 있는 한계를 지적했다.

앞서 지난 19일 해시드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입법 제안' 세미나에서도 가상자산 ETF 도입과 전문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을 위협할 자산으로 급부상하는 등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주가 가치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도 강조됐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빚으로 쌓아올린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바꾸기 위해 새롭게 발굴한 자산군이 바로 비트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미국의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화하겠다고 연일 공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미국 달러 기축통화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2단계 입법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 여러 현실자산 등이 디지털 자산화되어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규제는 많이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2단계 법안에 ▲가상자산의 발행 자격요건과 공시의무 ▲사고 발생 시 입증 책임 전환 ▲사업자 영업행위 규율 ▲실명계정 발급제도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정비도 절실한 상황. 지난 1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한 이유에는 블록 검증으로 주어지는 리워드나 에어드랍 등 기존 세금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들에 관한 정책적 연구가 미비한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과세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셈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앞장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가산자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국내 입법이 늦어질수록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매우 떨어질 것"이라며 빠른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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