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사진=SNE리서치)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LG 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캐즘의 영향은 물론 연말 수요 둔화, 중국 LFP 배터리 강세 지속에 따른 영향이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1~12월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8.4%를 기록, 전년 대비 4.7% 하락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은 전년 대비 27.2% 증가한 약 894.4GWh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3.5%에서 10.8%로, SK온은 4.9%에서 4.4%로, 삼성SDI는 4.7%에서 3.3%로 감소했다.
배터리 사용량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1.3% 성장하며 95.1GWh를 기록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테슬라 모델3 배터리 사용량이 늘었고,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 판매 확대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배터리 사용량은 테슬라가 가장 많이 차지했고 폭스바겐, 쉐보레, 포드 등 순이었다.
SK온은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12.4%)을 보이며 총 39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했다.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의 전기 상용차 판매량이 줄었고, 연초 아이오닉5 및 EV6의 부진한 판매 흐름 영향을 받았으나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배터리 사용량은 현대차그룹이 가장 많았으며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순이었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10.6% 역성장했으며, 총 29.6Gwh를 기록했다. BMW의 i5향 배터리 사용량이 호조를 나타냈으나, 유럽 및 북미 시장 내 리비안, 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이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강세를 이어갔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과 2위 BYD의 합산 점유율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절반 이상(55.1%)을 차지했다. 여기에 10위 내 중국 업체 6곳의 점유율은 전년 63.4%에서 67.1%로 3.7%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1.7%(339.3GWh) 상승한 배터리 사용량과 함께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ZEEKR와 AITO, Li Auto 등 주요 OME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는 영향이다. 이에 더해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주요 OEM 또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2위 BYD 역시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37.5%)을 보이며 총 153.7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했다. 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BEV+PHEV)도 자체 생산한 것이 원인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이며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4년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414만대에 달했으며, BYD는 2025년 약 600만대의 신차 판매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점유율 방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 IRA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배터리 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 능력 확장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 원가 절감,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