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BYD 아토3 (사진=각 사)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기 위해서는 가성비가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할인 폭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중국 BYD의 아토3 등 가성비 모델이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BYD는 지난달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모델 아토3의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
아토3의 국내 판매가는 기본 모델 3150만원, 플러스모델 3330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 적용시 2000만원 후반대로 구매가 가능하다. 정확한 보조금은 2월 중 고객 인도 전 확정될 예정이다.
BYD의 가성비 전략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아토3는 경쟁 차종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142만원), 기아 EV3(3995만원)에 비해 최대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판매가만 비교했을 때 확실한 가격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완성차업계는 올 초부터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BYD의 저가 보급형 전기차 전략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보조금 개편으로 보조금이 최대 650만원에서 58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할인 규모를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현대차·기아는 이달 말까지 주요 전기차 라인업의 할인을 진행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5·6는 300만원, 코나 일렉트릭 400만원, 캐스퍼 일렉트릭은 100만원 내린다. 기아차는 ▲EV6 150만원 ▲니로 EV 200만원 ▲EV9 250만원의 할인폭을 내세웠다. 지난해 생산분에는 추가 할인을 적용한다.
KG모빌리티는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토레스 EVX(밴포함)에 75만원을 지원해 실구매가를 3000만원대로 낮추고,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의 택시용 모델에는 각각 150만원, 100만원을 지원한다. 이는 토레스 EVX에 중국산 LFP 배터리가 장착돼 올해 보조금이 100만원 이상 줄어든 것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 브랜드 역시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볼보코리아는 소형 SUV 전기차 EX30의 판매가를 최대 333만원 낮췄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어벤저와 푸조 e-2008에 대해 각 모델의 예상 보조금인 212만원, 209만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iX 등 전기차를 원가격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EQE를 7% 할인해 판매 중이다.
업계는 전기차 판매량의 둔화 역시 할인 경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정보 포털 카이즈유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4만6883대로 2023년(16만2593대)에 비해 9.7% 감소했다.
테슬라(2024년 2만9750대 판매)를 제외하면 지난 2024년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1만7133대로 2023년보다 27.9%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1월 2531대보다 6% 감소한 2378대에 그쳤다.
다만 눈여겨볼 점은 3000만~4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 2023년 12.5%에서 2024년 32.8%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KAMA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격 경쟁력이 높은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전기차는 소형급 신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