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NH투자증권)
복수 거래소 시대를 앞두고 증권가가 떠들썩합니다. 오는 4일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 개장을 계기로 70년 가깝게 이어져온 한국거래소(KRX) 독점 체제가 깨지게 됩니다. 증권사들도 시스템 점검부터 수수료 체계 개선까지 준비가 한창입니다. 당장 며칠 뒤로 다가온 대체거래소 시대, ‘동학 개미’인 나에게 일어날 변화들은 뭘까요?
■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출근길, 퇴근 후에도 '매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식 거래 시간이 하루 12시간까지 늘어난다는 겁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한정됐던 주식 거래 시간이 대체거래소 개장을 통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로 확대됩니다. 직장에서 눈치보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창을 껐다 켰다 해야했던 김 과장도, 아이들 육아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현이 엄마도 퇴근과 육퇴 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는 올빼미 공시의 무력화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주가에 불리한 내용을 장 마감 후, 특히 금요일 늦은 오후 공시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래 시간이 확대되면서 공시에 따른 영향이 그대로 반영될 예정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간밤 미국 증시의 변동성에 대응한 매매를 할 기회도 생깁니다.
(자료=미래에셋증권)
길어진 시간만큼 체결되는 거래 가격도 세분화됩니다. 오전 8시에서 오전 8시 30분에는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NXT가 호가의 기준이 되지만 8시 30분에서 8시 50분까지는 KRX의 시가 단일가 주문이 가능한 시간대이기 때문에 NXT와 경쟁 매매가 이뤄지는 NXT 시장이 우선적으로 표시됩니다.
오전 8시 50분에서 9시까지 10분간은 NXT가 중단되고 KRX의 시세가 실시간 호가로 반영되다가 본래 정규장이던 9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는 양 시장이 경쟁 매매를 통해 통합 호가가 제공됩니다. 이후 오후 3시 20분부터 3시 30분은 다시 KRX 종가 단일가 시장만 운영되고 KRX의 거래가 종료된 이후에는 NXT의 실시간 호가가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직접 선택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주식 투자 중인 고객들이라면 거래 증권사로부터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내용을 이미 공지받으셨을텐데요, 고객들은 별도의 설정 없이도 각 증권사들이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가격, 거래비용, 매매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서 최선의 거래 조건을 주문하게 됩니다. 물론 개인이 희망할 경우 직접 거래소를 지정해 거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낮아지는 수수료, 거래 가능 종목은?
거래 수수료가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모든 거래에 대해 0.0023%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NXT에서는 0.0013~0.0018%를 부과하기 때문에 최대 40% 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당장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포함해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대체거래소에 적용할 거래수수료 조정에 나섰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4일부터 매매 수수료율을 0.146%로 통합 인하했고 미래에셋증권도 오프라인은 0.490%에서 0.486%로, 온라인 수수료는 0.140%에서 0.16%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자료=미래에셋증권)
다만 내주부터 모든 증권사에서 종목이 거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오는 4일 참여하는 증권사는 총 15개로 일부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 우선 참여하는 등 초기 적응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전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오는 9월 정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4일부터 14일까지 거래 가능 종목은 코스피에서 5개 종목(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LG유플러스, S-OIL), 코스닥에서 5개 종목(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YG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총 10개로 한정됩니다.
이후 개장 3주차부터 100개 종목이 추가되고 4주차에 총 350개 종목으로 늘어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은 모두 4주차인 24일부터 거래 가능해집니다. 최근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한 거래는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층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해당 이벤트들에 대한 실시간 대응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과 낮은 비용은 ‘단타족’들에게는 장점일 수 있다”며 “다만 최선집행기준에 대해서는 거래가 안정화될 때까지 좀 더 세분화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