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여객기. (사진=티웨이항공)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티웨이항공, 통합 진에어, 제주항공 3파전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렴한 항공료를 앞세워 급성장한 LCC 업계는 이제 대형 항공사(FSC) 못지않은 규모를 갖추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의 1대 주주 티웨이홀딩스 지분 46.2%를 2500억원에 확보,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11월 LCC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11%를 인수한 바 있다. 오는 6월 콜옵션 행사로 추가 지분 11%를 확보하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만약 대명소노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인수, 합병하게 된다면 보유 항공기 수만 43대로,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41대)를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에 따른 '통합 진에어'의 탄생도 예고됐다. 각 계열사의 항공기 수를 합치면 보유 항공기 수는 총 58대로, LCC 중 가장 많다.

그간 국내 항공업계는 FSC(대형항공사)와 LCC가 양분하는 구도를 유지해 왔으나, 각 사의 합병·통합이 마무리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몸집을 불린 LCC들이 FSC 못지않은 무게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관광 사업 연계, 단거리 노선 특화…차별화 힘쓴다

LCC 업계는 다가올 경쟁의 시대에 대비해 차별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의 호텔·리조트 사업과 연계한 관광 패키지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향후 에어프레미아와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에어프레미아가 보유한 미주 노선,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을 활용해 전세계 중·장거리 노선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의 글로벌 항공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 중이며, 가입이 성사되면 글로벌 항공사들과 마일리지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LCC 사업 모델을 넘어 대형항공사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대명소노 측의 설명이다.

통합 진에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단거리 노선에 집중한다. 조 회장은 지난 11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개 사의 통합을 위한 운영 체계 및 인프라 정비 등의 과제를 수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대한항공의 산하 LCC로서 단거리 노선 및 관광수요가 높은 노선에 통합 진에어를 특화시킨다는 게 조 회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A321 Neo 기종을 적극 활용한다. 해당 기종은 연료 효율성이 높고 운영 비용이 낮아 LCC에 적합한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달리 독점 노선에 대한 우려가 적은 만큼, 통합 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의 반발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무안공항 사고로 주춤했던 제주항공도 수습 작업이 마무리되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사고 이후 올해 1분기 항공기 1900여편을 감축, 안전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LCC 전체 이용객 수 1위에 오르며 여전한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 합동감식팀이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 안전성은 '숙제'…인력 확충, 안전 대책 마련한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고는 LCC 업계에 여전한 숙제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 후 1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2월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진에어 여객기 회항 등 승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비 인력 부족, 높은 정비 외주 의존도, 운항 시스템 등을 안전 사고의 원인으로 꼽는다. 그간 LCC 업계가 저렴한 항공료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소홀했던 분야가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요 LCC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의 평균은 ▲2021년 10.34명 ▲2022년 9.19명 ▲2023년 10.94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가 권고하는 항공기 1대당 최소 정비사 수인 12명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LCC업계는 정비 인력을 확충하며 안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신규 채용 규모는 약 300명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올해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을 추가 채용해 연말까지 약 560명의 정비인력을 확보한다. 티웨이항공 역시 올해 말까지 총 170여 명의 정비 인력을 추가 채용한다. 진에어는 올해 대항항공과 비슷한 수준인 60여명의 항공정비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기단 현대화도 추진 중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월 B737-8 항공기 1대를 구매한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보유 항공기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춘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B737-8 기종 20대를 투입하고, 기존 노후화된 B737-800NG 기종을 단계적으로 교체한다.

특히 최근 에어부산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기내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면서, 관련 안전대책도 강화하고 있다. LCC 업계는 보조배터리 관련 규정을 신설, 탑승 전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기내 화재 진압용 장비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정부도 안전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4월 발표할 '항공안전 혁신 대책'에 항공안전 전 분야에 걸친 제도개선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최근 사고가 잦은 LCC 업계의 안전성과 서비스 질을 높여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