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이 독특한 포지션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한 시즌이 끝나고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 스카우트 등 새로운 시즌이 들어가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스포츠 드라마가 보통 경기를 중심으로 긴장감과 선수들의 성장기 등을 그렸다면, ‘스토브리그’는 그 뒤에서 노력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토브리그’는 이를 평범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야구’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영진은 구단의 해체를 바라고 있지만, 신임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는 우승을 위해 팀을 재정비한다. ‘우승 후 해체’라는 백승수의 이력에서 경영진은 ‘해체’만을 요구했지만, 백승수는 ‘우승’이 먼저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백승수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씁쓸함을 준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동규(조한선 분)는 구단 전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자신과 부딪치는 또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강두기(하도권 분)를 내보내고, 팀 구성원을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한다. 급기야 자신을 내보내려는 백승수에게 지역 건달을 이용해 청부 폭력도 가한다. 백승수는 이런 임동규의 인성을 일찍감치 알아채고 그를 결국 내보낸다. 구단 구성원들과 팬들도 처음에는 반발했지만, 오히려 강두기가 다시 온다는 소식에 임동규에 대한 아쉬움을 바로 버린다.
스타우트 팀장인 고세혁(이준혁 분)도 쳐낸다. 드림즈 유력 차지 감독으로 자주 거론되던 고세혁은 드림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구단과 팬들의 신망이 두텁다. 그러나 고세혁은 선수 발굴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는 부정을 저지른다. 한 고교 선수를 드림즈에 스카우트 한다는 명목으로 그의 부모에게 5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백승수는 이를 밝혀내고 고세혁을 해고한다.
‘스토브리그’가 가진 드라마의 성격은 고세혁의 비리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감독(이얼 분)과 백승수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감독은 백승수에게 “임동규도 그렇고, 단장님은 가장 단단하게 박힌 돌만 건드리네요”라고 말하자, 백승수는 “박힌 돌이 이끼가 더 많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야구가 아닌, 야구를 하는, 야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양심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되어 가는지 예고한 것이다.
‘검사내전’도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검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속 검사들에 대해 벌써‘ 직장인 검사’ ‘공무원 검사’ 등의 이름이 붙었다. ‘검사내전’은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권력에 맞선 강력한 검사나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정치 검사가 아닌, 90%의 평범한 ‘직장인 검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 방영 전후로 ‘검사내전’은 비판이 많았다. 최근 윤석렬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이 과잉 수사를 하는 등 법 위에서 군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내전’이 이를 희석시키고 검사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 비판의 요지였다.
방송 직후 이런 우려는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검사 드라마인데, ‘검사’가 보이질 않는다. 1회부터 이선균(이선웅 역)은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들이 미디어에서 화려하게 보이거나, 권력에 아부하는 정치 검사와는 거리가 먼 그냥 평범하게 출퇴근하고,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서류와 싸우고, 피해자 가해자를 출석시키기 위해 온갖 말로 구슬리는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라 말한다. ‘검사=엘리트’ ‘검사=무소불위’ 등의 공식은 1회부터 깨버렸다.
드라마가 코믹하게 구성된 것도 한몫했다. 이선웅 검사가 속한 진영지청 형사 2부 소속 검사들에게는 엘리트 느낌이나 ‘법 위에 군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직장인’이다 못해, ‘웃긴’ 직장인들이다. 더 크게는 진영지청장부터 비범한 인물이 아니다. 불법 낚시하다가 경찰에 발견되자 이선웅을 버리고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쳐 홀로 살아남았다. 우리가 아는 검사라면 “나 진영지청장이다”라고 소리를 질렀어야 했다.
물론 향후 ‘검사내전’에서 정치 검사나 대형 비리의 등장도 충분히 예견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검사내전’에서 우리가 아는 ‘검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야구 없는 야구 드라마’와 ‘검사 없는 검사 드라마’가 이 야구와 검사를 뒤로 감춘 채 언제까지 순항할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