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
20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 한석규와 최민식은 그간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는 완벽함으로 영화를 빛냈다.
26일 개봉한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종 24년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가 부서진 사건)이 일어난 이후 장영실은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춘다. 영화는 장영실이 역사에서 사라진 배경을 두고 영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그동안 세종과 장영실은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됐었다. 대중들의 존경을 받는 역사적 인물이지만, 영화의 소재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특별함이 가능할지,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천문’은 최민식과 한석규라는 든든한 두 배우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두 사람이 한 영화에서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천문’을 향한 관심의 시선이 이어졌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홍보 인터뷰 내내 서로에 대한 칭찬을 하고,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난 감격을 거듭 설명하며 기대를 고조시켰다. 한석규는 “든든하고 편했다. 제작보고회를 할 때 긴장감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라며 무한한 신뢰를 표했으며, 최민식은 “‘쉬리’ 이전 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더라. 신기하기도 했다. ‘다른 데 한눈 안 팔고, 이곳에서 하다보니 나이를 먹고 또 만나서 작품을 하는 구나’ 싶더라. 보람을 느꼈다”라며 감격을 표했다.
사진=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
관객들에게도, 그들에게도 특별했던 재회는 영화 안에도 고스란히 담기며 그 의미를 더했다.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을 보여주는 데 방점이 찍힌 영화가 아니었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파고들며 새로운 결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며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긴 세월에 걸쳐 그들의 어떤 감정을 나누고, 또 관계 변화가 이뤄지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물론 그들의 연기력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은 없지만, 함께 하니 시너지가 더욱 컸다.
마음을 나누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애틋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세종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에 잠시 소원해질 때는 질투심과 서운함을 담은 복잡 미묘한 감정까지 보여주며 입체감을 더했다.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야기할 때에는 신뢰와 믿음,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을 통해 멜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은 언론시사회 직후 그들의 남다른 우정이 만든 차별화에 만족을 표했다. 허 감독은 대학 시절을 포함하면 무려 30년을 함께한 두 배우에 대해 “그들의 인연이 영화에도 잘 묻어난 것 같다. 현장에서 그들의 연기를 보다가 컷을 못 외친 적도 있었다. 그들이 가진 느낌을 직접 보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그런 부분들이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 이상의 감정들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출연 자체만으로도 ‘천문’에 특별함을 만들어낸 두 사람이다. 20년 전 함께 만들어낸 영광을 이을만한 결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이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