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 속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거래량은 전월 대비 반토막 났다. 하지만 정작 체결된 계약의 과반수는 직전 거래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은 쌓이는데 호가는 떨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는 거래 위축에 따른 희소성 때문이라기보다 대출 규제로 저가 매수세나 갭투자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현금 여력이 있는 소위 '똘똘한 한 채' 수요만 통계에 잡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모습. (사진=연합)

■ 한강벨트의 비명… 광진·성동·마포 등 거래 90% 증발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6일 기준)는 총 237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8663건)과 비교해 72.6% 줄어든 수치.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남아있어 건수는 늘어나겠지만, 업계에서는 최종 건수가 10월의 절반 수준인 4000건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한강변 인기 지역인 마포·성동·광진·강동구에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 묶임과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며 갭투자 수요가 원천 차단됐다.

지역별로 보면 광진구가 10월 210건에서 11월 18건으로 91.4% 급감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성동구(383건→39건, -89.8%), 강동구(568건→59건, -89.6%), 마포구(424건→46건, -89.2%)도 거래가 90% 가까이 사라졌다. 사실상 거래 마비 상태인 셈이다.

■ 거래 끊겨도 가격은 꼿꼿… 서울 상승거래 비중 되레 늘어

주목할 점은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상승거래 비중은 54.1%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52.2%보다 오히려 1.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규제 한파 속에서도 전국에서 상승거래 비중이 늘어난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상승거래는 직전 최고가보다 높거나 같은 가격에 거래된 것을 말한다.

특히 거래량이 90% 가까이 급감했던 마포구를 비롯해 영등포, 동작구 등 도심권 주요 지역이 상승거래 비중 확대를 견인했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영끌 수요는 차단됐지만 현금 동원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이 알짜 매물을 신고가에 사들이며 가격을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현금 부자 매수세 여전"… 강남의 방어력 규제

내성이 강한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의 가격 방어력은 두드러졌다. 11월 강남권의 상승거래 비중은 60.7%에 달했다. 전월 64.1%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이 상승 거래인 셈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강남권 상승거래 비중이 10월 64.1%에서 11월 60.7%로 낮아진 것은 규제 이후 수요자들의 관망 흐름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체 거래의 60% 이상이 상승거래라는 점은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이 여전히 가격 방어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김 랩장은 서울 시장 전반에 대해 "수도권 거래량 자체는 줄었지만, 도심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실수요자들이 틈틈이 매수에 나서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양상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자들이 호가를 쉽게 낮추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거래가는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며 가격대는 여전히 상단에서 지지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시장은 지역별 산업과 공급 여건에 따라 온도 차가 있었다. 김 랩장은 "울산은 최근 조선업 회복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흐름 속에 주택시장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전북은 지역 내 신규공급 부족으로 매매거래 시장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