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8일 국내외 시장분석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준금리는 올 들어 4.25%~4.50%로 줄곧 유지되다 지난 9월과 10월 2회 연속 0.25%포인트씩 인하된 바 있다. 이달에도 인하되면 3.50~3.75%로, 약 3년 2개월 만에 3%대로 내려가게 된다.

주식, 채권, 금, 부동산, 코인 등 위험·안전자산 가리지 않고 모든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씽 랠리’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추가 인하되면 ‘자산 가격의 버블 리스크’가 한층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영향으로 경제지표 파악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신호가 뚜렷하다는 것이 경제 분석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례로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향후 몇 분기 동안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의 급격한 인상이 상품 가격에 최종 전이될 것이란 전망이다. IMF(국제통화기금) 또한 유사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올 하반기 물가가 연준의 목표 수준을 계속 상회하고 있음에도 연준이 또다시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트럼프 효과’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재정·무역적자 완화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하를 연준에 요구해 왔고, 일부 연준 이사들은 내년 상반기 새로운 의장 선출을 앞두고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트럼프 성향인 스티브 미란 이사의 경우 2%대까지 금리를 신속히 내려야 한다며 맞장구를 치는 상황.

허성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12월 FOMC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 25bp 인하를 전망한다”면서도 “슈미드, 무살렘, 콜린스 총재가 동결 소수 의견을,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가 50bp 인하 소수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만장일치로 금리를 결정해 온 연준에 소수 의견 4명 발생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 1992년 이래 세 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온 적이 없다.

다만 달러당 1500원을 바라보는 환율 때문에 고심 중인 외환당국 입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가 반가울 법하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한국(2.5%)과의 금리 격차(1.25%포인트)가 축소돼 달러 유출 유인이 줄어든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는 경제학의 상식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다. 미국은 물가가 오르는 데도 금리를 인하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피 4000 돌파에도 환율은 1400원대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선호 현상을 감안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경제정책 대응이 상식을 벗어나고 이에 따라 각종 시장 불균형이 심화하면 경제는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의 우려처럼 ‘AI 거품’ 시나리오가 현실화 할 경우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대한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으로 보일 만큼 미국 상황이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에브리씽 랠리라는 게 언젠가는 거품이 터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하와 상관없이 보수적 마인드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