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 SK, 현대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합산 8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대미 투자에 따른 국내 투자 공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의지에 기업들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와 주요 기업인 7명을 초청해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산업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회의 직후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오는 2029년까지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한다. 신규 반도체 라인인 평택 5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이달 초 인수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의 생산 라인을 광주광역시에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평택사업장 2단지에 조성 예정인 5공장은 최근 골조 공사 승인을 받았고, 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5년간 약 6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AI 데이터센터 건립 등 비수도권 지역 투자도 전방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128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한다. 그룹은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며, 용인 팹(공장)만으로도 장기적으로 600조원 정도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SK는 매년 80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첨단산업 생태계 활성화, 글로벌 AI 허브 국가로 위상 확보에도 정부와 함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직전 5년(2021~2025년) 대비 연평균 국내 투자액이 40% 늘어난 규모로, 그룹은 AI,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신제품 및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는 38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1차 협력사가 올 한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 전액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공장도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도 화성 PBV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 구축에 매진한다.
LG그룹도 향후 5년간 10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그룹은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할 계획으로, AI 도입을 추진하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HD현대는 향후 5년간 약 15조원의 국내 투자를 추진, 에너지 분야와 AI 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한다. 한화그룹은 국내 조선 및 방산 분야에서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