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국내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는 중남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약품 자급률이 낮고 현재 다국적 제약사의 경쟁이 극심하지 않으면서 의약품 수요가 늘고 있어 선제적 시장 공략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멕시코 제약사 실라네스와 당뇨 복합제에 대한 라이선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실라네스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제약사로 견고한 유통망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중남미 주요 제약사 중 하나다. 계약에 따라 한미약품은 우수한 제형 기술과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실라네스는 멕시코 내 허가, 유통·판매를 담당한다. 양사는 2019년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협력 관계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실라네스는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을 높이는 한미약품의 복합제 기술에 큰 관심을 보여왔으며 2023년부터 아모잘탄큐(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고혈압 치료제), 구구탐스(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 복합제)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협력 제품군을 지속 확대해왔다.

대웅제약은 지난 8월 콜롬비아 제약사 발렌텍 파르마와 341억원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 콜롬비아 계약까지 완료하면서 나보타의 중남미 사업 전략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콜롬비아는 브라질, 멕시코에 이은 중남미 3위 미용·성형 소비 시장으로 최근에는 합리적인 시술 가격과 잘 갖춰진 인프라, 높은 의료기술 수준 등을 갖춘 중남미 주요 의료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톡신과 같은 비침습 시술에 대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대웅제약과 발렌텍 파르마는 현지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애브비 보톡스와의 동등성 비교 임상을 통해 확인한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의 뛰어난 효능·효과 글로벌 최고의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출시하여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현지 맞춤형 마케팅 활동을 통해 5년 내 콜롬비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와 업계 2위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셀트리온도 중남미 지역에서 입찰 성과를 이어가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우선 중남미 최대 의약품 시장인 브라질에서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트라스투주맙)’의 공급 기간 연장에 성공했다. 셀트리온 브라질 법인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트라스투주맙 연방정부 입찰에서 5년 연속 낙찰을 이어온 데 이어 2026년 3월까지 허쥬마를 공급하게 됐다. 해당 입찰은 브라질 트라스투주맙 시장에서 97%를 차지하고 있어 안정적 매출 확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테말라에서는 전이성 직결장암·유방암 치료제 ‘베그젤마(베바시주맙)’가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중앙정부 산하 사회보장청(IGSS) 입찰 수주에 성공하며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선점하게 됐고 코스타리카에서는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각각 2019년과 2021년부터 매년 입찰 수주를 지속하며 90%가 넘는 점유율로 처방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은 대표적인 파머징 시장 중 하나다. 파머징은 제약(Pharmacy)과 떠오르다(Emerging)의 단어를 합친 신조어로 새롭게 떠오르는 제약시장을 뜻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마켓 데이터 포캐스트'에 따르면 중남미 제약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70억 5000만달러(약 176조3327억원)에서 2033년 2341억7000만달러(약 325조 4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7.03%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남미 시장은 의료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어 의약품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성장하는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경우 추가 품목 진입이나 주변국 시장 개척 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