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한다. 국내에선 앙상블 배우들을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주>
사진=CJ ENM 제공
뮤지컬 ‘빅 피쉬’는 다니엘 월러스의 소설 ‘빅 피쉬’(1998)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2003)를 원작으로,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작품의 특성상 실재하는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 즉 상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무대 효과와 음향과 함께 앙상블 배우들의 역동적인 안무와 노래로 판타지적인 요소가 완성된다. 배우 권상석은 이번 ‘빅 피쉬’에서 무대 곳곳을 누비며 극을 더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배우 ‘권상석’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뮤지컬 ‘빅 피쉬’에서 앙상블하고 있는 배우 권상석입니다. 제 전공이 레크리에이션이라 이벤트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우연찮은 기회로 ‘루나틱’이라는 공연을 봤는데, 당시 정상인 역할에 매력을 느끼고 공연이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고 이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Q. 뮤지컬 ‘빅 피쉬’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요?
A. 개인적으로 영화 ‘빅 피쉬’를 좋아했는데, 팀버튼 감독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과연 무대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너무 궁금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오디션장에 지원한 배우들이 정말 많았어요. 안무 동작을 선보일 때 많은 배우들로 자리가 빼곡했었는데 아는 동료배우들도 많았고요.
Q. 연습 과정에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많다고요?
A. 네, 맞아요. 일단 오프닝 씬에서 에드워드가 뛰어 들어오는 모습부터 제 눈물샘을 건드렸죠. 그리고 산드라 역의 원영이 누나, 지우가 부르는 ‘쉼터’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처음 부르는 데도 부르는 배우나 듣는 배우들이 다들 눈물을 훔쳤어요. 아! ‘빅 피쉬’ 퍼펫이 연습실에 들어오기 전에는 몇몇 배우들과 함께 요가매트로 ‘빅 피쉬’를 표현했었는데 그 부분도 꽤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Q.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상대 배우를 배려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려 속에는 기본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실력이 좋든, 좋지 않든 솔직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극에 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는 무대를 만들지 못하니까요.
사진=CJ ENM 제공
◇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권상석은 오프닝과 서커스 씬의 차력사, 결혼식 씬의 하객, 마녀와 함께 하는 씬에서는 마녀의 수하, 애쉬턴 마을 씬의 마을사람들로 거의 모든 씬에 등장한다. 각 장면에서 필요한 모습들을 설명할 수 있게끔 만화적으로 평면적이게 표현도 하고, 역동적인 연기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Q. ‘빅 피쉬’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르는 것에 힘든 점이 있다면요?
A. 힘든 건 없어요. 늘 ‘빅 피쉬’ 배우들끼리 서로 응원해주고, 에너지를 나누면서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Q. 뮤지컬에서 앙상블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A.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구체화 시키는데 앙상블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의 디자인과 메커니즘으로 시선을 끌 수도 있겠고, 당연 주연 배우들의 역량으로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겠지만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면 관객 분들이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하고 극 전체를 보시기에 재미와 감동이 배가되겠죠? 하하.
Q. 앙상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 것 같나요?
A.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인식은 ‘앙상블이다’라고 하면 주·조연들 뒤에 있는 코러스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 점도 틀리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하나의 배우로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개선되어야 할 점들도 있을까요?
A. 제가 생각하는 개선되어야 될 점은 회사의 시스템이라기보다 각자 배우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를 볼 때, 앙상블들은 배역을 할 수 있는 실력들을 갖추고 있어요. 그저 단지 이미지나 목소리로 주·조연을 가리는 것뿐이죠. 저도 물론 똑같지만 배우들 자신이 얼마나 갈망하는지, 그만큼 실력을 쌓고 있는지, 또 얼마나 겸손하게 모두를 품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각자의 배우들이 스스로 역량들을 갖춘다면, 앙상블 1,2가 아닌 배역의 이름으로 작품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실까요.
A.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매번 똑같은 공연을 연기 하지만 매번 첫 공연처럼 하고 싶은 것. 매일 매일 공연하면서 다짐하고 기도하면서 무대에 섭니다.
사진=CJ ENM 제공
◇ 뮤지컬 ‘빅 피쉬’는..
‘빅 피쉬’는 가족을 위해 위대해질 수밖에 없었던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와 한때는 아버지를 우상으로 여겼던 아들 윌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드워드 블룸 역의 남경주·박호산·손준호, 산드라 블룸 역의 구원영·김지우, 윌 블룸 역의 이창용·김성철, 조세핀 역의 김환희를 비롯해 김태현, 주아, 이든, 나하나, 황이건, 김성수, 임지영, 류석호, 이우진, 주현준 그리고 권상석을 포함한 12명의 앙상블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월 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