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예능으로 끌어들여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스포츠의 룰도 알아야 되지만, 무엇보다 대중들의 관심이 있는 종목이어야 한다. 또 경기에 임하면서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어렵다. 때문에 보통 ‘스포츠 스타’ 출신을 내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예능인들을 배치하는 형식이다.
JTBC ‘뭉쳐야 찬다’는 이러한 형식을 절반만 차용했다. 축구 스타 안정환을 감독으로 내세우고,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진종오, 김동현 등의 스포츠 스타에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의 예능인들을 채웠다. 적절한 전략이었고, 시청자들에게 먹혔다. 특히 이미 예능에서 어느 정도 ‘감’을 익힌 안정환이 예능과 스포츠를 적절하게 오가며 조율했던 것이 주효했다. 시청률도 6~7%를 오간다.
‘씨름의 부흥’을 목표로 한 KBS2 ‘씨름의 희열’은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젊은 씨름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지상파로 옮긴 예능이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천하장사’ 이만기가 해설을 맡았지만 사실상 중심이나 다름없다. 기술을 중시하는 태백급과 금강급의 선수들이 펼치는 화려함은 눈길을 끌었지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낮은 시청률에 화제성도 아직 제대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비인기종목이나 다름없는 처지에 몰린 씨름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감독으로 나선 SBS ‘핸섬타이거즈’가 9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서장훈을 비롯해, 레드벨벳 조이, 배우 이상윤, 서지석, 김승현, 강경준, 줄리엔강, 이태선, 가수 차은우, 쇼리, 유선호 등이 합류했다.
서장훈으로서는 비록 예능이지만, 7년 만에 농구 코트에 복귀하는 셈이다. 안정환이나 이만기처럼 서장훈도 예능인으로서 수년 간 이미 내공을 다졌다. 즉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맡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된 셈이다.
그러나 서장훈은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의 방향을 “기존 농구 예능이 예능에 치우쳐져 있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웃기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성장기를 담은 다큐 이야기 같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에 대한 서장훈의 성격이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을 짐작케 한다.
스포츠 전설들이 축구를 배워가는 성장기적 성격의 ‘뭉쳐야 찬다’와 예능이라기 보다는 스포츠 경기를 방송에 옮겨 놓은 듯한 다큐 느낌의 ‘씨름의 희열’이 방송되는 가운데, ‘핸섬타이거즈’의 포지션이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씨름의 희열’보다 더 다큐 쪽으로 치우쳐 질지, 두 프로그램 가운데 성격을 가질지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뭉쳐야 찬다’보다는 더 예능의 성격을 보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예능인이 아닌 스포츠인으로서 서장훈이 이끌 ‘핸섬타이거즈’의 화제성과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