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 뷰어스=김재범 기자] 선입견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참 뭐한 느낌이다. ‘범죄 수사물’이란 단어 하나가 어떤 지능적이고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댈 것이란 착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충무로 영화 제작 환경에서 이 같은 장르는 앞선 설명의 해설을 어느 정도는 강요받아 왔다. 비슷한 장르에서 국내 관객들이 원하는 지점이 이른바 ‘전복의 쾌감’으로 불리는 반전 묘미가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봐왔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지점에서 풀어보자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지능적인 스토리의 구조와는 거리가 좀 멀다. 확실한 사건이 드러나고 분명한 ‘악의 축’이 등장한다. 누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과정도 어느 정도는 관객들에게 짐작할 수 있는 힌트와 장면을 선사한다. 드러낸 결과와 진실의 실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은 아니다. 두 가지 지점을 풀어내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하기에 선택한 방식도 아니다. 관객과의 두뇌싸움을 벌일 만한 짜임새의 촘촘함도 결코 헐겁지가 않다. 이 영화는 의외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출발한다.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얘기를 들고 간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그 무게감은 범죄 수사물의 원초적 질문인 ‘죄의 무게’에 대한 해석을 요구한다. ‘죄가 무거운지 그 죄를 지은 죄인이 무거운지 그것도 아니면 속죄의 역할은 무의미한지’를 던진다. 단순히 무거운 스토리도 아니다. 의외로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상당히 경쾌한 리듬감을 갖고 전진한다. 전체적인 톤 자체가 밝기에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과 익산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의 끔찍함이 덜어져 있다. 그렇다고 가벼운 터치로 흘러갔다고 넘겨짚을 수도 없다. 영화의 중심은 전직 경찰이지만 현재는 ‘신이 내린 사무장’이란 별명을 얻게 된 최필재(김명민)다. 어느 날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온다. ‘경사 최필재’ 앞으로 온 편지는 인천지역 재벌 대해제철 회장 며느리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택시기사 권순태(김상호)로부터 온 것이다. 자신의 누명을 벗겨 달란 호소다. 편협한 속물근성의 필재는 의외로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인다. 공명심에 의한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체는 개인적 원한이다. 경찰 시절 파트너인 용수(박혁권)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승진을 빌미로 자신을 고발한 것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의외의 지점에서 파격적인 변주를 맞는다. 보이지 않는 배후가 있음을 알게 된 필재는 어느 순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전락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손을 내민 순태의 딸 동현(김향기)까지 의협을 받게 된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스토리답게 관객들은 일종의 스포일러를 안고 출발하게 된다. 사실상 사건의 중심이 어느 지점에서 무게를 안고 드러난 뒤 어떤 지점에서 쓰러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에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각색 지점에서 ‘개연성’을 찾아야 할 숙제를 안게 되는 점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을 어떻게 색다르게 느끼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처음 시작부터 이 지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물 자체에서 드러나는 지점은 의외로 적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존재감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원론적이고 고리타분한 해석이지만 진정성이 가진 무게의 힘은 확실하다면 그 어떤 방식보다 관객들을 설득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 김명민은 이번 영화에서 사무장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형사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며 또 변호사도 아니다. 이른바 브로커로 불리는 사무장 최필재는 속물근성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은 상처와 동정심은 그의 가슴 밑바닥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지점을 김명민은 세밀하게 보듬으며 영화 내내 양파 껍질 벗겨내듯 조심스럽게 벗어나갔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오롯이 김명민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완벽한 힘의 능력이다. 김명민의 힘은 단순히 혼자만의 동력은 절대 아니다. 김상호 성동일 이한위 이문식이란 충무로 최강 조연 파워 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코미디 연기가 안고 있는 ‘비하’ 혹은 ‘상황극’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 없다. 전체 스토리의 호흡을 따라가는 코미디의 맥을 짚어내며 흐름의 속도를 유지시킨다. 최필재가 달릴 때 이들은 적재적소에서 대기하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사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악역 김영애의 존재감이다. 존재감을 넘어선 이 배우의 무게치는 사실 텍스트로 표현되기 힘든 아우라를 지닌다. 미묘한 표정과 손짓에 담긴 감정의 칼날이 섬뜩하다 못해 끔찍스러울 정도다. 김영애는 기자간담회에서 “‘여사님’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난 그 인물에게 항상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실제 사건 속 그 인물을 소환시켰다는 찬사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비슷한 장르의 복수극 혹은 수사극에 비해 전복의 쾌감은 분명 덜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과정의 진지함이 만들어 내는 색다른 경쾌함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갖고 있는 완벽하게 다른 한 지점이다. 오는 16일 개봉.

[무비게이션] 경쾌한 수사극도 가능한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지능적 스토리 구조보단 인물간의 설득력 집중
관객이 느낀 설득력은 배우들 존재감

김재범 기자 승인 2016.06.02 15:55 의견 0

[한국정경신문 뷰어스=김재범 기자] 선입견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참 뭐한 느낌이다. ‘범죄 수사물’이란 단어 하나가 어떤 지능적이고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댈 것이란 착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충무로 영화 제작 환경에서 이 같은 장르는 앞선 설명의 해설을 어느 정도는 강요받아 왔다. 비슷한 장르에서 국내 관객들이 원하는 지점이 이른바 ‘전복의 쾌감’으로 불리는 반전 묘미가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봐왔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지점에서 풀어보자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지능적인 스토리의 구조와는 거리가 좀 멀다. 확실한 사건이 드러나고 분명한 ‘악의 축’이 등장한다. 누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과정도 어느 정도는 관객들에게 짐작할 수 있는 힌트와 장면을 선사한다. 드러낸 결과와 진실의 실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은 아니다. 두 가지 지점을 풀어내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하기에 선택한 방식도 아니다. 관객과의 두뇌싸움을 벌일 만한 짜임새의 촘촘함도 결코 헐겁지가 않다. 이 영화는 의외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출발한다.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얘기를 들고 간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그 무게감은 범죄 수사물의 원초적 질문인 ‘죄의 무게’에 대한 해석을 요구한다. ‘죄가 무거운지 그 죄를 지은 죄인이 무거운지 그것도 아니면 속죄의 역할은 무의미한지’를 던진다.

단순히 무거운 스토리도 아니다. 의외로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상당히 경쾌한 리듬감을 갖고 전진한다. 전체적인 톤 자체가 밝기에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과 익산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의 끔찍함이 덜어져 있다. 그렇다고 가벼운 터치로 흘러갔다고 넘겨짚을 수도 없다.

영화의 중심은 전직 경찰이지만 현재는 ‘신이 내린 사무장’이란 별명을 얻게 된 최필재(김명민)다. 어느 날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온다. ‘경사 최필재’ 앞으로 온 편지는 인천지역 재벌 대해제철 회장 며느리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택시기사 권순태(김상호)로부터 온 것이다. 자신의 누명을 벗겨 달란 호소다.

편협한 속물근성의 필재는 의외로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인다. 공명심에 의한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체는 개인적 원한이다. 경찰 시절 파트너인 용수(박혁권)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승진을 빌미로 자신을 고발한 것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의외의 지점에서 파격적인 변주를 맞는다. 보이지 않는 배후가 있음을 알게 된 필재는 어느 순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전락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손을 내민 순태의 딸 동현(김향기)까지 의협을 받게 된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스토리답게 관객들은 일종의 스포일러를 안고 출발하게 된다. 사실상 사건의 중심이 어느 지점에서 무게를 안고 드러난 뒤 어떤 지점에서 쓰러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에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각색 지점에서 ‘개연성’을 찾아야 할 숙제를 안게 되는 점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을 어떻게 색다르게 느끼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처음 시작부터 이 지점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물 자체에서 드러나는 지점은 의외로 적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존재감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원론적이고 고리타분한 해석이지만 진정성이 가진 무게의 힘은 확실하다면 그 어떤 방식보다 관객들을 설득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

김명민은 이번 영화에서 사무장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형사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며 또 변호사도 아니다. 이른바 브로커로 불리는 사무장 최필재는 속물근성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은 상처와 동정심은 그의 가슴 밑바닥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지점을 김명민은 세밀하게 보듬으며 영화 내내 양파 껍질 벗겨내듯 조심스럽게 벗어나갔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오롯이 김명민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완벽한 힘의 능력이다.

김명민의 힘은 단순히 혼자만의 동력은 절대 아니다. 김상호 성동일 이한위 이문식이란 충무로 최강 조연 파워 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코미디 연기가 안고 있는 ‘비하’ 혹은 ‘상황극’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 없다. 전체 스토리의 호흡을 따라가는 코미디의 맥을 짚어내며 흐름의 속도를 유지시킨다. 최필재가 달릴 때 이들은 적재적소에서 대기하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사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악역 김영애의 존재감이다. 존재감을 넘어선 이 배우의 무게치는 사실 텍스트로 표현되기 힘든 아우라를 지닌다. 미묘한 표정과 손짓에 담긴 감정의 칼날이 섬뜩하다 못해 끔찍스러울 정도다.

김영애는 기자간담회에서 “‘여사님’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난 그 인물에게 항상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실제 사건 속 그 인물을 소환시켰다는 찬사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비슷한 장르의 복수극 혹은 수사극에 비해 전복의 쾌감은 분명 덜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과정의 진지함이 만들어 내는 색다른 경쾌함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갖고 있는 완벽하게 다른 한 지점이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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