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진희 기자) [뷰어스=아비뇽 박진희 기자] 배우에게 몰입이란 그 자신을 내던지는 일과 같다. 오롯이 배역에 녹아드는 순간 이름은 없다. 오직 작품 속 인물만 남을 뿐이다. 캐릭터가 강렬할 때 혹은 타이틀롤(제목과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일 때는 무게를 더 한다. 여기 ‘두드려라 맥베스’ 속 맥베스처럼 말이다.   연극 두드려라 맥베스는 올해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오프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유일한 작품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연극 축제인 만큼 매년 7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소도시 아비뇽은 술렁인다. 올해는 프랑스가 유로2016을 개최하면서 축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들과 여행객들이 어우러진 축제 현장에 놓인 맥베스. 그 다채로운 인물을 연기한 배우 신한울(31)을 만났다.   ▲ 아비뇽에 온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잘 눈에 띄지 않더군요. 어디에 계시는 건가요? 맥베스라는 인물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극단 배우들과 같이 어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요. 배우들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 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작품에서 음악이나 퍼포먼스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완성도를 동료 배우들이 맡고 있다면 나는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감정 유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 아무래도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이 크겠죠? 물론이죠.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늘 저 자신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고심하고 있어요. 두드려라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갖고 와서 각색한 작품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내용을 잘 알고 있어요. 그 작품을 내가 얼마나 잘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 두드려라 맥베스 초연 때부터 맥베스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자신의 연기를 이토록 예민하게 고민하고 있네요.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감정 또한 있고요.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는 편이에요. 칭찬이나 지적 같은 평가에서 빠져나와서 냉정하게 나를 봐야 해요. 내가 그 작품에 얼마나 쏟아냈나, 상대 말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 했나 돌아보고 고민하죠.   ▲ 배우로서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요? 욕심을 내야죠. 나는 공연자 입장이라서 30회, 그 이상의 공연을 하지만 관객들은 그 공연 한 번을 보잖아요. 한 번 보는 관객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매 공연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만큼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하죠.   ▲ 맥베스는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는 인물입니다. 자칫하면 감정 과잉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요? 솔직히 그 답은 나도 모르겠어요. 감정의 정도를 지키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언제든 호·불호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답을 정해놓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있죠.   (사진=박진희 기자) ▲ 맥베스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맥베스가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강인하죠. 하지만 멘탈(정신력)이 약한 인물이라고 말해요. 원작에서는 마녀의 부추김에 흔들리지요. 우리 작품에서는 내면과 끊임없이 싸워요. 그러다가 결국 왕을 죽이죠. 왕을 죽이는 대목을 보면서 나는 맥베스가 강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멘탈이 약하다면 왕을 죽일 수 없었겠죠. 시해에 타당성이 있어야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자꾸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안에 있는 욕망도 점점 커지죠. 누구보다 높은 지위, 더 나은 삶을 바라보는 거예요. 바로 이 지점이 맥베스와 현대인을 동일시 하는 부분이에요. 현대인들 모두가 그렇잖아요. 자기 안에 욕망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 그러면서도 나아가죠. 동시에 단단해 지고 있다고 봐요.    ▲ 두드려라 맥베스는 2014년에 우즈베키스탄 국립극단이 초청으로 해외 공연을 한 적 있는 작품이잖아요. 이번이 두 번째 공식초청으로 인한 외유인데 주연배우로서 기분이 어떤가요? 해외 어떤 페스티벌에서 초청을 받았다는데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다만 이 공연을 통해서 언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연기나 호흡으로 어떻게 잘 어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늘 봉착하죠. 오늘(7일 현지시간)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어제 리허설 때도 충족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큽니다.   ▲ 대사를 알아 듣지 못하는 해외 관객들에게 공감을 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요? 요즘도 그렇지만 아침마다 혼자 광장에 나가서 사람들을 계속 관찰해요. 그 나라 사람들은 주로 어떤 제스쳐를 하고, 어떻게 호흡하는지 보는 거죠. 그들의 정서를 다 옮겨오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봐야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해외에서 쌓고 있는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죠. 아쉽지는 않나요? 반문해 볼게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야 해외 공연에서 더 좋은 피드백(반응)을 얻나요? 각 나라마다 다른 연기를 해야 하죠. 국내에서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국내 정서에 맞게 또 다시 각색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작품이 갖고 있는 뿌리인 현대인들의 욕망과 실수를 한국적인 정서로 다시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프랑스 아비뇽에서 공연 중이니까 최대한 유럽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연기하는 게 목표에요. 의미를 너무 크게 두면 작은 것을 놓칠 수 있어요. 매번 그 순간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잘 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죠.    (사진=박진희 기자) 연극 두드려라 맥베스는 현재 프랑스 아비뇽의 유서 깊은 인카르네 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아비뇽오프페스티벌이 막을 내리는 오는 30일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객들의 정서에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인터뷰] 배우 신한울, 연극 ‘두드려라 맥베스’의 강렬함 이끌다

욕망의 민낯 보여주는 맥베스 역 호연

박진희 기자 승인 2016.07.08 06:43 | 최종 수정 2133.02.06 00:00 의견 0
(사진=박진희 기자)
[뷰어스=아비뇽 박진희 기자] 배우에게 몰입이란 그 자신을 내던지는 일과 같다. 오롯이 배역에 녹아드는 순간 이름은 없다. 오직 작품 속 인물만 남을 뿐이다. 캐릭터가 강렬할 때 혹은 타이틀롤(제목과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일 때는 무게를 더 한다. 여기 ‘두드려라 맥베스’ 속 맥베스처럼 말이다.
 
연극 두드려라 맥베스는 올해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오프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유일한 작품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연극 축제인 만큼 매년 7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소도시 아비뇽은 술렁인다. 올해는 프랑스가 유로2016을 개최하면서 축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들과 여행객들이 어우러진 축제 현장에 놓인 맥베스. 그 다채로운 인물을 연기한 배우 신한울(31)을 만났다.
 
▲ 아비뇽에 온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잘 눈에 띄지 않더군요. 어디에 계시는 건가요?
맥베스라는 인물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극단 배우들과 같이 어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요. 배우들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 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작품에서 음악이나 퍼포먼스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완성도를 동료 배우들이 맡고 있다면 나는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감정 유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 아무래도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이 크겠죠?
물론이죠.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늘 저 자신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고심하고 있어요. 두드려라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갖고 와서 각색한 작품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내용을 잘 알고 있어요. 그 작품을 내가 얼마나 잘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 두드려라 맥베스 초연 때부터 맥베스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자신의 연기를 이토록 예민하게 고민하고 있네요.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감정 또한 있고요.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는 편이에요. 칭찬이나 지적 같은 평가에서 빠져나와서 냉정하게 나를 봐야 해요. 내가 그 작품에 얼마나 쏟아냈나, 상대 말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 했나 돌아보고 고민하죠.
 
▲ 배우로서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요?
욕심을 내야죠. 나는 공연자 입장이라서 30회, 그 이상의 공연을 하지만 관객들은 그 공연 한 번을 보잖아요. 한 번 보는 관객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매 공연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만큼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하죠.
 
▲ 맥베스는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는 인물입니다. 자칫하면 감정 과잉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요?
솔직히 그 답은 나도 모르겠어요. 감정의 정도를 지키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다만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언제든 호·불호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답을 정해놓지는 말자고 생각하고 있죠.
 
(사진=박진희 기자)
▲ 맥베스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맥베스가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강인하죠. 하지만 멘탈(정신력)이 약한 인물이라고 말해요. 원작에서는 마녀의 부추김에 흔들리지요. 우리 작품에서는 내면과 끊임없이 싸워요. 그러다가 결국 왕을 죽이죠. 왕을 죽이는 대목을 보면서 나는 맥베스가 강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멘탈이 약하다면 왕을 죽일 수 없었겠죠. 시해에 타당성이 있어야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자꾸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안에 있는 욕망도 점점 커지죠. 누구보다 높은 지위, 더 나은 삶을 바라보는 거예요. 바로 이 지점이 맥베스와 현대인을 동일시 하는 부분이에요. 현대인들 모두가 그렇잖아요. 자기 안에 욕망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 그러면서도 나아가죠. 동시에 단단해 지고 있다고 봐요. 
 
▲ 두드려라 맥베스는 2014년에 우즈베키스탄 국립극단이 초청으로 해외 공연을 한 적 있는 작품이잖아요. 이번이 두 번째 공식초청으로 인한 외유인데 주연배우로서 기분이 어떤가요?
해외 어떤 페스티벌에서 초청을 받았다는데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다만 이 공연을 통해서 언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연기나 호흡으로 어떻게 잘 어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늘 봉착하죠. 오늘(7일 현지시간)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어제 리허설 때도 충족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큽니다.
 
▲ 대사를 알아 듣지 못하는 해외 관객들에게 공감을 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요?
요즘도 그렇지만 아침마다 혼자 광장에 나가서 사람들을 계속 관찰해요. 그 나라 사람들은 주로 어떤 제스쳐를 하고, 어떻게 호흡하는지 보는 거죠. 그들의 정서를 다 옮겨오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봐야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해외에서 쌓고 있는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죠. 아쉽지는 않나요?
반문해 볼게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야 해외 공연에서 더 좋은 피드백(반응)을 얻나요? 각 나라마다 다른 연기를 해야 하죠. 국내에서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국내 정서에 맞게 또 다시 각색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작품이 갖고 있는 뿌리인 현대인들의 욕망과 실수를 한국적인 정서로 다시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프랑스 아비뇽에서 공연 중이니까 최대한 유럽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연기하는 게 목표에요. 의미를 너무 크게 두면 작은 것을 놓칠 수 있어요. 매번 그 순간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잘 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죠. 
 
(사진=박진희 기자)
연극 두드려라 맥베스는 현재 프랑스 아비뇽의 유서 깊은 인카르네 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아비뇽오프페스티벌이 막을 내리는 오는 30일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객들의 정서에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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