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기획사들이 자체 인디레이블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흘러나왔다. 특히 2016년에는 그 관심이 집중돼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 대한 여러 논란도 있었다. 게다가 각종 SNS와 영상 플랫폼들이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음악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경로가 바뀌는 과도기였다.
그 과정을 거친 결과, 활동지나 영역을 떠나 생소한 이름의 가수가 역주행으로 차트 상위권을 지키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대중은 아이돌이든 비아이돌이든, 힙합을 하든 포크음악을 하든 ‘어쨌든 음악’이라는 통합의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윤딴딴(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 가능성 보여준 문문·윤딴딴, 소속사에 들어가기까지
최근 가수 문문과 윤딴딴은 기획사 없이 활동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다. 문문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의 레이블 하우스 오브 뮤직에, 윤딴딴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둥지를 틀었다.
문문은 ‘비행운’이라는 노래로 이름을 알렸다. 아이유와의 인연과 방탄소년단 정국의 추천 등에 힘입은 것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음원차트 상위권에 장기 집권할 정도는 아니었다. 연예인들의 영향으로 인해 이 노래가 뜬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윤딴딴은 솔로가수이지만 ‘딴딴한 피플’이라는 팀의 매니지먼트와 활동해오며 탄탄한 지반을 구축해온 가수다. 그의 성장은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딴딴이 지금까지 펼쳐온 공연 중 대다수가 지난해 이뤄진 것들이다. 2016년 참가했던 두 번의 페스티벌은 2017년 6개로 늘어났다. 버스킹을 많이 해오던 가수라 버스킹과 합동 콘서트까지 합하면 그 증가폭은 더욱 크다. 무엇보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전국투어를 진행했다.
이처럼 기획사는 가수가 점점 탄탄한 팬층을 형성해 나가는 양상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이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쭉 지켜봐온 팬들 역시 ‘이 정도면 어디선가 영입을 할 것 같은데’라고 눈치를 채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문문은 전속계약 전 스타쉽 소속 가수인 소유의 앨범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문문(사진=하우스 오브 뮤직 제공)
■ 아티스트 개성 살리고, 새로운 모델 제시하고
과거 기획사들이 인디가수를 데려올 때는 아이돌 선발 과정과 달리 이미 유명한 이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수들의 트레이닝, 마케팅 방식, 목적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이 음악 그 자체로 통합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 완성된 가수를 영입해 리스크를 피하기보다, 스스로 영역을 넓혀가며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수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최근에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소수빈, 어웨이크는 신해경, 록스타뮤직앤라이브는 밴드 기프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SNS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는 이들이지만 아직 모두 신인이다.
문문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스타쉽의 하우스 오브 뮤직은 신설된 레이블이다. 이 레이블은 ‘작가주의’를 모토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도하려고 한다. 윤딴딴의 경우에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딴딴한 피플’과 에이전시 계약도 맺었다. 소속사 측은 “딴딴한 피플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아티스트 뿐 아니라 다양한 레이블들을 돕는 새로운 생태계 모델을 회사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로 유니버셜 뮤직의 산하 레이블 온더레코드를 들 수 있다.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의 반대 개념으로, 보다 널리 알려져야 하는 음악을 다루겠다는 목표다. 온더레코드는 가수의 매니지먼트를 도울 뿐, 가수의 색깔에 칼을 휘두르려 하지 않는다. 소속 듀오 1415는 뮤직비디오 관련 컨택과 미팅을 직접 할 정도로, 음악 작업에 있어서는 소신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렇게 음악시장에서 인디와 메이저를 나누는 ‘다름’의 기준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요즘 소속사(레이블)는 단순히 가수를 영입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원론적인 목표에서 더 나아가는 중이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효율적인 매니지먼트 등을 제시하는 방식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리고 시장 내 벽을 허물고 음악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개척의 움직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