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사진=tvN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할’에는 유독 연극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덕분에 모두가 오랜 내공과 신선한 얼굴로 본인이 아니면 상상이 가지 않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배우 김경남이다. 김경남이 연기한 준돌은 김제혁(박해수)의 친구이자 교도관 준호의 동생이다. 준돌은 극 초반 미스터리한 정체로 호기심을 자아냈다. 후반부에서는 본래 직업인 기자와 또 다른 ‘직업’인 덕후의 매력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수감자들 위주의 전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살아남은 김경남의 활약은 주목할 만 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최강배달꾼’ 하면서 어느 정도 팬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하고 나서 10배가 늘었어요. 댓글도 많이 살펴보는 편이에요. 전작(‘최강배달꾼’)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내용이 기분 좋았어요. 변신에 성공한 거니까요. 그리고 다들 귀엽다고 해주셔서 처음엔 당황했어요. 그런 칭찬이 어색해요. 평생 들을 귀엽다 소리를 다 들은 것 같아요”
정경호와 시종일관 투닥대며 진지한 표정으로 장난을 치던 준돌이다. 덕분에 웃음 포인트를 가득 안고 있는 캐릭터가 됐다. 남들에게 그렇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고 나면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매력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김경남은 “나중에는 ‘아, 내가 귀엽구나’ 받아들이게 됐다”고 농담조로 던져놓고는 본인도 민망한 듯 웃었다.
“평소에 귀여운 이미지는 아니에요. 낯가림이 있어서 말 수가 적어보이는 것도 있고 말을 아끼는 편이기도 하고요. 친한 사람들에게는 준돌을 연기할 때 모습이 익숙할 수도 있어요. 내 안 깊숙이 있는 진짜 모습 중 하나죠. 역할을 잘 만난 것 같아요”
김경남(사진=슬기로운 감빵생활 화면 캡처)
■ 김경남이 ‘덕후’가 되어가는 과정
김경남은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처음 진행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남은 살갑게 웃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말도 잘 하고 낯가리는 것처럼은 안 보인다”고 하자 김경남은 “준돌을 만나고 마음을 더 열게 된 것도 있다”고 답했다.
계속 대화를 이어가며 그를 들여다봤다. 김경남은 낯은 가려도 예의가 발라 상대방의 분위기를 적당히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인 듯 했다. 기자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면서도, 덕후로 돌아왔을 때는 열렬히 애정을 고백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준돌과도 비슷했다.
“PD님께서 준돌이 기자로 변신했을 때 멀끔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기자와 덕후) 두 가지 면모를 중점에 두고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아요. 준돌은 화면에 잠깐 잠깐 등장하지만 이런 반전매력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수감자가 아니라 감옥 밖에 있는 사람이니 나올 때마다 환기가 되기도 하고요”
김경남은 양극의 매력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자인 친구에게 자문도 구하고 영상을 보며 발음 훈련 등을 했다. 준돌이 리포팅을 하는 장면은 그의 정체가 드러나던 최초의 순간이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 또 그는 공개방송을 다니고 브로마이드를 모을 정도로 트와이스의 광팬인 친구에게도 팬심을 배웠다.
“어느 하나에 광적으로 빠져본 적은 없어요. 두루두루 관심을 갖는 편이죠. 만약 무언가의 덕후가 된다면, 아무래도 연기를 하고 있으니 비슷한 것들에 빠지지 않을까 싶어요. 음, 생각해 보니 왜 덕후가 될 만 한 게 없었을까요? 훌륭한 취미도 못 갖고... 성실하지 않았나봐요 (웃음)”
김경남(사진=tvN 제공)
사실 캐릭터 특성상 ‘준돌처럼 무언가에 빠져본 적 있는가’라는 질문은 필수로 나올 수밖에 없다. 김경남은 앞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을 터. 그때마다 김경남은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고, 뜻밖에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됐다고 민망해했다.
“야구팬인 준돌을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어떤 팀의 팬도 아니에요. 친구들은 야구를 좋아하고 친구 중에서는 야구 전문 기자도 있는데, 나는 쉽게 어느 팀의 팬이라고 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웃음) 팬이 될 만한 결정적인 계기가 딱 있었으면 하는 마음 아시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 동기를 갖고 덕후가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아보려고요”
■ “지금은 위험한 시기, 행복의 기준 흔들리지 않았으면”
‘집돌이’라던 김경남은 밖을 나가더라도 동네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집에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쉬는 편이라고 했다. “TV만 본다고 노는 것 같아도 그건 공부다. 나는 떳떳하다”라고 말하는 착실한(?) 배우의 면모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지금 김경남은 연기 말고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연극배우로서는 7년차인 그이지만, 브라운관에서는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신인 같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연극 경력이 많아도 드라마는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인으로 보셔도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시청자 분들이 일부러 안 알아주시는 것도 아니고 접할 기회가 적었던 거잖아요. 뒤늦게라도 발견해주셔서 감사하죠.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건 맞아요.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많고, 연기자로서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생각하게 돼요. 그 결과, 하고 싶은 걸 하자고 결론도 내렸고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연극은 배우들과 연습을 하며 함께 연기적인 고민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기는 어렵다. 반면 드라마는 호흡의 여유가 부족한 반면 순간순간 집중을 키울 수 있고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알 수 있다. 김경남은 앞으로도 두 가지를 병행하며 실력은 키우고 도전은 이어나가고자 한다. 성향이 다른 장이지만 결국 ‘연기를 향한 믿음’이라는 공통점으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김경남(사진=엘엔컴퍼니 제공)
“요즘 드라마들 장르도 많고 편성 채널도 다양하잖아요. 지금까지 감정선이 짙은, 센 역할은 거의 안 해봐서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막연하게 나쁘다기보다 사연이 있는 서정적인 악역 같은 캐릭터요. 최근 ‘하얀거탑’이 재방송되던데 나도 다시 보고 있었거든요. 극중 김명민 선배님 역할은 10년이 지나도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역할이에요”
의외였다. 약 7년의 시간 동안 김경남은 주로 말 안 듣는 철부지 같은 역할을 주로 해왔다고 했다. 본인이 말한 ‘보이는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이를 두고 김경남은 “내 이미지랑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잘하는 건 언제든 잘할 수 있지만 그것만 하면 재미없지 않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편이다. 그로부터 나오는 반전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올해가 되면서 ‘작년 같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2017년은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참 좋은 해였거든요. 올해도 그때처럼 하던 대로 하려고요. 욕심을 부린다면 지난해보다 좀 더 나았으면 하는 정도? 연말에 2018년을 돌아봤을 때 ‘행복한 해’가 됐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 많은 걸 내포하고 있죠. 일을 떠나 자칫하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위험한 시기에요. 일도 열심히 하면서 끝까지 행복에 대한 기준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