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건형 기자] “편하고 친근한 이웃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웃 같은 배우가 되기엔 비주얼이 너무 만화 속 인물이다.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빛까지, 외모 하나만으로 타고난 연예인임은 분명하다.
김현준은 최근 드라마 ‘흑기사’에서 최지훈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간 단역만 해왔던 그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흑기사’ 속 김현준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다소 능글맞은 캐릭터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선 순수함과 애틋함을 오갔다. 김현준이 아닌 최지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모델을 꿈꾸던 소년 김현준, 배우가 되기까지
어릴 때 동네에서 제일 컸다던 그는 연예인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로 모델을 꿈꾸게 된다.
“어릴 때 키가 큰 편이었어요. 중학교 입학할 때 키가 173cm정도 됐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처음엔 막연하게 '모델해라' '모델하면 될 것 같다'고 했죠. 그렇다고 패션쇼나 잡지를 본 적도 없었어요. 그저 동네에서 키가 제일 크다는 이유로 권유받았죠. 그래서 그 직업이 멋있어서 꿈꾸게 됐어요. 이후 모델에 도전 하려고 강남으로 나왔는데 내 키가 제일 작더라고요. 그게 현실이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부터 더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부딪혔던 기억이 나요”
김현준의 키는 183cm다. 배우로선 큰 키이지만 모델로선 작은 편에 속한다. 모델 데뷔 후 한계를 느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그는 키로 채울 수 없는 것들을 개성과 연기로 대체한다.
“현실적으로 키가 모델치고는 크지 않다 보니까 벽에 부딪힌 거죠. 한계성을 딱 느꼈어요. 그런데 전에 있었던 소속사에서는 나를 연기자로 만들고 싶어서 캐스팅했던 거였죠. 그런데 모델의 뜻이 너무 강해서 모델 일을 먼저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체 시기가 좀 있었어요”
배우로 데뷔한 건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연기를 배운 적도 없던 그는 용감이란 무기 하나로 연기를 시작했다.
“운이 좋게 '닥치고 꽃미남 밴드'라는 tvN 드라마로 데뷔를 하게 되었죠. 그때는 연기에 대한 개념도 없었어요. 그런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가다 보니까 엉망진창으로 했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진짜 용감하게 했거든요. 그러고 나서는 욕심이 막 생기더라고요. 이걸 뭔가 잘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연기를 잘 하고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연기가 1순위가 되고 모델은 뒷순위로 바뀌었어요”
김현준(사진=뷰어스 DB)
■김현준이라는 배우를 알린 드라마 '흑기사'
김현준은 배우 데뷔 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왕성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중에게 인식되기엔 역할이 작거나 작품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랬던 그에게 ‘흑기사’는 여러 모로 선물 같은 작품이다.
“주변 또래 친구들은 직장인이에요. 직장에는 여성분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 중 '흑기사'를 보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내 친구들이 '내 친구 최지훈이라는 사기꾼'이라고 자랑했다고 해요. 그래서 회사에서 일할 때 이점을 많이 누렸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최지훈 역할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역력하다.
“해라(신세경)가 최지훈한테는 가장 큰 키워드였고 그로 인해 행동하는 거였어요. 해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신들을 보면 지질하게 묘사된 장면도 있지만 그래도 지훈으로선 진심으로 행동하려고 했거든요. 또 다른 여러 배우들이랑 겹치는 신들이 있잖아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내 캐릭터가 자유로움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까 최대한 앙상블이 맞도록 튀지 않게 노력했죠. 역할이 좀 자극적이잖아요. 경계선을 잘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편안하고 친근한, '물' 같은 배우를 꿈꾸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고민한다. 그러더니 ‘물’같은 배우가 되고 싶단다. 이유도 꽤나 그럴 듯하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면) 물? 물은 액체잖아요. 어떤 곳에 담기건 틀에 따라서 형태가 바뀌잖아요. 그렇게 좀 흔들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갑자기 음료를 보고 생각이 났어요(웃음)”
여기에 한 가지 의미를 더 부여한다면 인간에게 꼭 필요로 하는 물처럼 배우계에서 없어선 안될 연기자로 남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