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건형 기자] “(‘쇼미더머니6’ 1대1 배틀 당시) 보이비 형이 절 골랐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내 랩만 진짜 멋있게 해서 프로듀서와 시청자들에게 잘한다는 것만 인식시키자 했어요. 어쨌든 보이비 형이 유명하니까 ‘TV에는 나오겠지’라며 스스로 위안했죠.”  반전은 일어났다. 신예 블랙나인이 우승후보로 꼽히던 보이비를 꺾은 것이다. 새로운 다크호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신예 래퍼에 목말랐던 대중들은 낯선 이 남자를 금세 주목했다. “‘쇼미6’를 뒤집어 놓을 숫자가 9”. 스스로 뱉은 가사 대로 행해졌다.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래핑을 구사하는 블랙나인은 하드코어 랩을 지향하는 래퍼다. 샤우팅이 랩 전반에 녹아들다보니 듣다 보면 시원한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그의 랩을 다 듣고 있자니 에너지 소비가 엄청 날 것 같았다.  “오히려 이렇게 랩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 공연할 때도 소리를 엄청 지르는 편이죠. 전 그냥 그게 좋아요. 그렇다고 음원에서 계속 샤우팅을 하진 않아요. 공연에선 강하게 소리 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죠.” ■ 래퍼 블랙나인의 시작 래퍼를 꿈꾸기 전 블랙나인은 그저 랩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대학전공도 지금의 생활과는 꽤 거리가 먼 분야다. 블랙나인은 한국체대 노인복지체육학과 학생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래퍼라는 꿈을 꿀 수도 없었을 만큼 조용한 삶을 살았다. 물론 힙합에 대한 흥미는 중학교 때부터 이어졌다. 현재 소속사 수장인 타이거JK와 MC스나이퍼, 소울컴퍼니 래퍼들의 랩을 들으며 힙합에 입문했다.  “너무 평범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살아서 꿈을 못 꾼 거죠. 평범하게 살다보니까. 그러다가 스무 한 살 때 아프고 나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그걸 계기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계속 발로 뛰었어요. 이전까지 음악을 한 번도 해본적도 없었고 배워보지도 않았으니까. 음악을 만들면 그걸 어떻게든 들려주려고 SNS를 통해 아티스트들에게 작업물을 보냈죠. 계속 보냈어요. 그러다가 래퍼 화나라는 형이 ‘공연해볼 생각있냐’ 제안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죠.” 래퍼가 된 그는 새 난관에 봉착했다. 자신을 알리려 발버둥 쳤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기 때문. 그가 택한 최후의 수단은 ‘쇼미더머니’였다. 그저 이름과 음악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던 이 방송이 이토록 큰 행운 안길 줄 알았을까. 그는 “홍보에 어려움을 느꼈다. 계속 발버둥은 치는데 그게 닿질 않으니까. 그래서 ‘쇼미더머니’에서 더 세게 랩을 한 것 같다. 경연용으로 한정적으로 보여 진 부분도 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방송에서 그의 랩은 파워풀했다. 강렬한 샤우팅 랩은 주목되기 쉬웠다. 하지만 그가 주목된 건 단지 목소리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묵직한 울림도 함께였다. 절규와도 같았다. 가사도 이를 뒷받침 했다. 적자생존의 내용의 주된 가사는 결국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그의 애절함이 담겼다.  “랩을 시작한 건 공황장애와 우울증 때문이었어요. 당시엔 죽을 것 같아서 무작정 시작한 게 랩이었죠. 세상이 좋게 보이진 않았어요. 악만 남았었죠. 환멸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기 보단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런 걸 느껴왔죠. 평범함 안에서 박탈감 환멸감이 컸어요. 그래서 내가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주제가 인식이 박혀있었죠.”   ■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블랙나인을 ‘랩’하게 하다 살기 위해 펜을 쥐었다. 손에 쥔 펜대는 그의 고통을 끊임없이 써내려갔다. 그는 자신이 왜 아픈지 조차 모른 채 고통에 허덕였다. 그의 나이 겨우 스물 한 살이었다.  “진짜 아직도 궁금해요. 왜 걸렸는지. 잔병치레도 없었고요. 운동 좋아하고 말도 안 되게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성격적인 거다’라고만 이야기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가사 썼을 때 공황장애에 대해서만 엄청 썼어요. 일기처럼 쓴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랩이란 걸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걸 숨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찌 보면 제 치부니까. 또 랩을 하면서 멋있어 보이고 싶고 약점 드러내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가사에 풍겨져 나오긴 했거든요. 그런데 철저히 배제하려고 했죠. 그냥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싫어서요. 아직도 평범하다고 믿고 있거든요.” 블랙나인은 용기를 냈다. 치부라 여겼던 자신의 병을 방송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그는 “타이거 JK 형이랑 비지 형 엄청난 힘을 줬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나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야지 앞으로 음악을 하는데 스펙트럼이 넓어질 거라고 격려했다. 또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더 자유로워지고 편해질 수 있다고 해주셨다. 이런 말들이 힘이 되게 많이 됐다”며 고마워한다. ‘쇼미더머니’ 인연으로 타이거JK와 한솥밥을 먹게 된 블랙나인은 본격적인 음악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9일 발매한 싱글 ‘거울’은 그에게 새 족적 같은 노래다. 래퍼 우원재가 피처링한 이 노래는 공황장애라는 같은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녹여내 감동을 더했다. 음원차트도 꽤 선전했다. 멜론 실시간차트 100위권에 진입에 성공한 ‘거울’은 20일까지 10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블랙나인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걔는 그런 음악을 하잖아' '음악을 듣고 힘을 받았어'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첫 번째로 제가 꿈꾸던 걸 이룬 게 될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6' 블랙나인, 평범했던 스무 한살의 청년, 래퍼가 된 이유

이건형 기자 승인 2017.10.23 10:10 | 최종 수정 2135.08.15 00:00 의견 0

[뷰어스=이건형 기자] “(‘쇼미더머니6’ 1대1 배틀 당시) 보이비 형이 절 골랐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내 랩만 진짜 멋있게 해서 프로듀서와 시청자들에게 잘한다는 것만 인식시키자 했어요. 어쨌든 보이비 형이 유명하니까 ‘TV에는 나오겠지’라며 스스로 위안했죠.” 

반전은 일어났다. 신예 블랙나인이 우승후보로 꼽히던 보이비를 꺾은 것이다. 새로운 다크호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신예 래퍼에 목말랐던 대중들은 낯선 이 남자를 금세 주목했다. “‘쇼미6’를 뒤집어 놓을 숫자가 9”. 스스로 뱉은 가사 대로 행해졌다.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래핑을 구사하는 블랙나인은 하드코어 랩을 지향하는 래퍼다. 샤우팅이 랩 전반에 녹아들다보니 듣다 보면 시원한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그의 랩을 다 듣고 있자니 에너지 소비가 엄청 날 것 같았다. 

“오히려 이렇게 랩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 공연할 때도 소리를 엄청 지르는 편이죠. 전 그냥 그게 좋아요. 그렇다고 음원에서 계속 샤우팅을 하진 않아요. 공연에선 강하게 소리 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죠.”

■ 래퍼 블랙나인의 시작

래퍼를 꿈꾸기 전 블랙나인은 그저 랩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대학전공도 지금의 생활과는 꽤 거리가 먼 분야다. 블랙나인은 한국체대 노인복지체육학과 학생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래퍼라는 꿈을 꿀 수도 없었을 만큼 조용한 삶을 살았다. 물론 힙합에 대한 흥미는 중학교 때부터 이어졌다. 현재 소속사 수장인 타이거JK와 MC스나이퍼, 소울컴퍼니 래퍼들의 랩을 들으며 힙합에 입문했다. 

“너무 평범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살아서 꿈을 못 꾼 거죠. 평범하게 살다보니까. 그러다가 스무 한 살 때 아프고 나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그걸 계기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계속 발로 뛰었어요. 이전까지 음악을 한 번도 해본적도 없었고 배워보지도 않았으니까. 음악을 만들면 그걸 어떻게든 들려주려고 SNS를 통해 아티스트들에게 작업물을 보냈죠. 계속 보냈어요. 그러다가 래퍼 화나라는 형이 ‘공연해볼 생각있냐’ 제안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죠.”

래퍼가 된 그는 새 난관에 봉착했다. 자신을 알리려 발버둥 쳤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기 때문. 그가 택한 최후의 수단은 ‘쇼미더머니’였다. 그저 이름과 음악을 알리기 위해 출연했던 이 방송이 이토록 큰 행운 안길 줄 알았을까. 그는 “홍보에 어려움을 느꼈다. 계속 발버둥은 치는데 그게 닿질 않으니까. 그래서 ‘쇼미더머니’에서 더 세게 랩을 한 것 같다. 경연용으로 한정적으로 보여 진 부분도 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방송에서 그의 랩은 파워풀했다. 강렬한 샤우팅 랩은 주목되기 쉬웠다. 하지만 그가 주목된 건 단지 목소리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묵직한 울림도 함께였다. 절규와도 같았다. 가사도 이를 뒷받침 했다. 적자생존의 내용의 주된 가사는 결국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그의 애절함이 담겼다. 

“랩을 시작한 건 공황장애와 우울증 때문이었어요. 당시엔 죽을 것 같아서 무작정 시작한 게 랩이었죠. 세상이 좋게 보이진 않았어요. 악만 남았었죠. 환멸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기 보단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런 걸 느껴왔죠. 평범함 안에서 박탈감 환멸감이 컸어요. 그래서 내가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주제가 인식이 박혀있었죠.”

 


■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블랙나인을 ‘랩’하게 하다

살기 위해 펜을 쥐었다. 손에 쥔 펜대는 그의 고통을 끊임없이 써내려갔다. 그는 자신이 왜 아픈지 조차 모른 채 고통에 허덕였다. 그의 나이 겨우 스물 한 살이었다. 

“진짜 아직도 궁금해요. 왜 걸렸는지. 잔병치레도 없었고요. 운동 좋아하고 말도 안 되게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성격적인 거다’라고만 이야기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가사 썼을 때 공황장애에 대해서만 엄청 썼어요. 일기처럼 쓴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랩이란 걸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걸 숨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찌 보면 제 치부니까. 또 랩을 하면서 멋있어 보이고 싶고 약점 드러내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가사에 풍겨져 나오긴 했거든요. 그런데 철저히 배제하려고 했죠. 그냥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싫어서요. 아직도 평범하다고 믿고 있거든요.”

블랙나인은 용기를 냈다. 치부라 여겼던 자신의 병을 방송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그는 “타이거 JK 형이랑 비지 형 엄청난 힘을 줬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나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야지 앞으로 음악을 하는데 스펙트럼이 넓어질 거라고 격려했다. 또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더 자유로워지고 편해질 수 있다고 해주셨다. 이런 말들이 힘이 되게 많이 됐다”며 고마워한다.

‘쇼미더머니’ 인연으로 타이거JK와 한솥밥을 먹게 된 블랙나인은 본격적인 음악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9일 발매한 싱글 ‘거울’은 그에게 새 족적 같은 노래다. 래퍼 우원재가 피처링한 이 노래는 공황장애라는 같은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녹여내 감동을 더했다. 음원차트도 꽤 선전했다. 멜론 실시간차트 100위권에 진입에 성공한 ‘거울’은 20일까지 10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블랙나인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걔는 그런 음악을 하잖아' '음악을 듣고 힘을 받았어'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첫 번째로 제가 꿈꾸던 걸 이룬 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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