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뷰어스=한유정 기자] 불과 석달 전이다. 특유의 호탕함은 여전했지만 김태리는 ‘1987’ 인터뷰 때 만났던 모습과는 조금은 달라졌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87’ 당시엔 말 한마디 한 마디 조심했다면 ‘리틀 포레스트’로 만난 김태리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싱그럽고 편안해 보였다.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과 함께 한 삶이 헛되지 않아 보였다.  “10개월 정도 찍었는데 꽃 필 때 마다 내려가고 추수하러 내려가곤 했어요. 연기하는데 따르는 스트레스는 당연히 있었는데 다른 현장보단 시골에서 촬영해서 그런지 부드럽고 편안했던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혜원(김태리)가 고향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인 ‘아가씨’ ‘1987’에 비해선 소박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만화도 보고 일본 영화도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봤어요. 이런 이미지라는 정도만 새기고 한국판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한국영화에서 조용하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늬앙스의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매력적이었죠. 임순례 감독을 만나보니 이 영화랑 닮아있는지 느꼈고 얼마나 잘 만들어줄지 그려지더라고요.” 충무로의 신데렐라답게 김태리는 박찬욱, 장준환에 이어 임순례 감독의 픽을 받았다. 세 사람 모두 연출에 확고한 색이 있는 스타감독이다. 김태리는 임순례 감독에 대한 신뢰를 여실히 보여줬다.  “처음 만났을 때 꽤 오랜 시간 카페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시나리오 이야기는 안 하고 내 신상정보만 탈탈 털렸어요(웃음) 장점이고 잘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리틀 포레스트’ 현장은 치열하지 않았어요. 임순례 감독이 살고 있는 삶과 같이 현장도 그렇게 흘러갔어요. 연기에 대해서 내버려 두는 스타일 이라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근데 영화를 보니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다 채워지지 않는 게 이 영화의 좋은 지점이에요” 임순례 감독에게 신상정보를 털린 덕분일까.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실제 김태리의 모습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닮아있다.  “은숙(진기주)인 굉장히 터치가 많은 스타일이라면 혜원인 웅크리는 아이에요. 독립적인 면이 크고 인정욕구도 강하고 자존심도 세고 나와 비슷한 지점이 많고 닮아있어요. 아무래도 사계절을 촬영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김태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됐어요. 합리화를 해보자면 임순례감독이 나에게 맡긴 건 그러길 바라지 않았을까요”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 “나에게 힐링되는 곳은 산” 극중 시골로 내려온 혜원은 어릴 적 친구 은숙, 재하(류준열)과 함께 생활하면서 한 뼘 성장한다. 극중 친구로 나오는 세 사람은 현실 친구로 보일정도로 케미를 발산한다. 그간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김태리는 처음으로 또래 배우들과 연기 합을 맞췄다.  “류준열은 성정이 바른 사람이에요. 당혹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고 바른 기운이 있어 그런 정신으로 연기한다는 자체가 부러웠어요. 진기주는 가진 에너지 자체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호감형 인간이에요.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하니 연기적 고민을 되게 쉽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선배들과 할 땐 많이 배우지만 쉽게 질문이 나오진 않았거든요. 그냥 막 이야기하니 좋았어요.”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의 풍광과 요리, 혜원의 시골생활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을 선사한다. 최근 독립해 유기묘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태리에겐 고양이와 할머니의 집밥이 자신만의 작은 숲이다. 힐링이 필요할 땐 산을 찾기도 한다.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예전엔 잠이 나에겐 힐링이었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도피이기도 하고 외면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열려있는 힐링 공간을 생각하면 산이에요. 가끔 너무 바쁘게 스케줄을 처리하다 보면 산이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뭘 해결해주진 않지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요” 영화는 힐링과 동시에 공감과 위로를 준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재하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던 고민이다. 김태리 역시 혜원과 다르지 않았다. 혜원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며 ‘리틀 포레스트’가 주는 의미를 되새겼다.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 같은데 혜원이의 본질적 고민은 삶의 문제에요. 나도 아직은 힐링이 필요한 상태에요. 힘들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싶은데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없어요. 그게 부끄럽고 창피해요. 많은 분들이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분에겐 내려놓음이 해결방법일 수 있고 혜원이처럼 돌아가는 것이 해답일수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리틀 포레스트’는 다양한 길목에서 선택하더라도 잘못된 게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김태리 “‘리틀 포레스트’, 다 채워지지 않아서 좋은 영화”

한유정 기자 승인 2018.02.26 13:54 | 최종 수정 2136.04.23 00:00 의견 0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뷰어스=한유정 기자] 불과 석달 전이다. 특유의 호탕함은 여전했지만 김태리는 ‘1987’ 인터뷰 때 만났던 모습과는 조금은 달라졌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87’ 당시엔 말 한마디 한 마디 조심했다면 ‘리틀 포레스트’로 만난 김태리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싱그럽고 편안해 보였다.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과 함께 한 삶이 헛되지 않아 보였다. 

“10개월 정도 찍었는데 꽃 필 때 마다 내려가고 추수하러 내려가곤 했어요. 연기하는데 따르는 스트레스는 당연히 있었는데 다른 현장보단 시골에서 촬영해서 그런지 부드럽고 편안했던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혜원(김태리)가 고향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인 ‘아가씨’ ‘1987’에 비해선 소박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만화도 보고 일본 영화도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봤어요. 이런 이미지라는 정도만 새기고 한국판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한국영화에서 조용하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늬앙스의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매력적이었죠. 임순례 감독을 만나보니 이 영화랑 닮아있는지 느꼈고 얼마나 잘 만들어줄지 그려지더라고요.”

충무로의 신데렐라답게 김태리는 박찬욱, 장준환에 이어 임순례 감독의 픽을 받았다. 세 사람 모두 연출에 확고한 색이 있는 스타감독이다. 김태리는 임순례 감독에 대한 신뢰를 여실히 보여줬다. 

“처음 만났을 때 꽤 오랜 시간 카페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시나리오 이야기는 안 하고 내 신상정보만 탈탈 털렸어요(웃음) 장점이고 잘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리틀 포레스트’ 현장은 치열하지 않았어요. 임순례 감독이 살고 있는 삶과 같이 현장도 그렇게 흘러갔어요. 연기에 대해서 내버려 두는 스타일 이라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근데 영화를 보니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다 채워지지 않는 게 이 영화의 좋은 지점이에요”

임순례 감독에게 신상정보를 털린 덕분일까.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실제 김태리의 모습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닮아있다. 

“은숙(진기주)인 굉장히 터치가 많은 스타일이라면 혜원인 웅크리는 아이에요. 독립적인 면이 크고 인정욕구도 강하고 자존심도 세고 나와 비슷한 지점이 많고 닮아있어요. 아무래도 사계절을 촬영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김태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됐어요. 합리화를 해보자면 임순례감독이 나에게 맡긴 건 그러길 바라지 않았을까요”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 “나에게 힐링되는 곳은 산”

극중 시골로 내려온 혜원은 어릴 적 친구 은숙, 재하(류준열)과 함께 생활하면서 한 뼘 성장한다. 극중 친구로 나오는 세 사람은 현실 친구로 보일정도로 케미를 발산한다. 그간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김태리는 처음으로 또래 배우들과 연기 합을 맞췄다. 

“류준열은 성정이 바른 사람이에요. 당혹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고 바른 기운이 있어 그런 정신으로 연기한다는 자체가 부러웠어요. 진기주는 가진 에너지 자체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호감형 인간이에요.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하니 연기적 고민을 되게 쉽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선배들과 할 땐 많이 배우지만 쉽게 질문이 나오진 않았거든요. 그냥 막 이야기하니 좋았어요.”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의 풍광과 요리, 혜원의 시골생활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을 선사한다. 최근 독립해 유기묘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태리에겐 고양이와 할머니의 집밥이 자신만의 작은 숲이다. 힐링이 필요할 땐 산을 찾기도 한다.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리틀포레스트' 김태리(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예전엔 잠이 나에겐 힐링이었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도피이기도 하고 외면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열려있는 힐링 공간을 생각하면 산이에요. 가끔 너무 바쁘게 스케줄을 처리하다 보면 산이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뭘 해결해주진 않지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요”

영화는 힐링과 동시에 공감과 위로를 준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재하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던 고민이다. 김태리 역시 혜원과 다르지 않았다. 혜원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며 ‘리틀 포레스트’가 주는 의미를 되새겼다.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 같은데 혜원이의 본질적 고민은 삶의 문제에요. 나도 아직은 힐링이 필요한 상태에요. 힘들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싶은데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없어요. 그게 부끄럽고 창피해요. 많은 분들이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분에겐 내려놓음이 해결방법일 수 있고 혜원이처럼 돌아가는 것이 해답일수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리틀 포레스트’는 다양한 길목에서 선택하더라도 잘못된 게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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