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간미연
[뷰어스=김희윤 기자] “뮤지컬은 행복이에요. 물론 공연이 매진되면 더 즐겁고 행복하죠(웃음)”
간미연은 ‘아이러브유’로 뮤지컬에 첫 도전했다. 가수 겸 배우라는 이미지에 익숙하지만 2013년 연극 도전 이후 첫 무대 공연이다. 그는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소개하나 무대 위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첫 뮤지컬이라더니 20대부터 80대까지 전 연령대를 종횡무진하며 훨훨 날아다닌다. 앞으로의 무대 위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 의미 있는 뮤지컬 도전기
“가수로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니까 뮤지컬 쪽으로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연극을 해보기 전까진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죠. 연기는 캐릭터를 명확히 표현해야 하는데, 워낙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잘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땐 ‘연기를 못 하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이 와도 거의 거절했었죠. 그중 뮤지컬은 가장 두려웠던 분야였어요. 대사를 노래처럼 하는 것도 생소해 처음엔 꿈도 꾸지 않았죠(웃음)”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도전하기로 맘먹었다.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스스로를 뛰어넘고자 진중하게 공연계로 출사표를 던졌다.
“오랜 기간 가수였기에 사람들의 편견이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이러브유’ 오디션 기회가 생겼고, 회사에서도 로맨틱 코미디 작품인데 한번 보겠냐고 제안했죠. 바로 대본을 받고 노래까지 연습해서 오디션을 봤어요. 숫기 없는 성격 때문에 사실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죠. 그래도 연기는 재밌었어요. 우선적으로 연극을 접해본 뒤라 무대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죠. 드라마 연기와 달리 무대 연기는 매회 반복되잖아요. 하면 할수록 달라지고 점점 발전하는 것도 보이죠. 매회 상대배우와 대사를 주고받는 부분에선 와 닿는 느낌도 달라 정말 즐거워요”
물론 그는 아직까지 ‘베이비복스’ 출신 가수로 더 유명하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스스로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 점에서 더 당차다.
“도전에 대해 응원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죠. 무엇보다 편견을 잠재우는 건 내 몫이라 생각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욱 일취월장해서 인정받고 싶죠. 당연한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러브유’는 작품이 어렵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는데, 주변 배우들이 ‘네가 이걸 해내면 못할 게 없을 거야’라고 이야기해줘 더 힘을 얻었죠”
배우 간미연
■ 사랑은 돌고 돈다
간미연은 ‘아이러브유’에서 여자2 역을 맡았다. 남녀의 첫 만남부터 사랑에 관한 각종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안에서 톡톡 튀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웃음이 났어요. 공감도 많이 됐죠. 막상 이 부분에 끌렸지만 옴니버스 형식이라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일단 코미디는 어렵잖아요. 그래도 폐는 끼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단 4명의 배우가 60여 가지 캐릭터를 소화하고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많이 부담됐어요. 그땐 잠도 못자고 걱정을 많이 했죠. (웃음)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는 지난 번 연극을 통해 재미를 봤고, 이번 작품은 변신이나 처음 시도하는 포인트가 많아 즐거웠어요. 연출님과 동료들도 힘을 많이 줘서 더욱 즐겁게 임할 수 있었죠”
그는 가수일 땐 늘 비주얼을 생각해야 했는데 이제는 캐릭터만 신경 쓰고 스스로 망가져야 하는 점이 더 즐겁다고 한다. 이제는 관객들이 그의 얼굴만 보고 웃어줘도 희열감을 느낀다.
“여자2 역할은 전체적으로 다른 배역들을 받쳐주는 편이에요. 캐릭터로서 특별하게 돋보이는 지점이 있기보단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죠. 그래서 1차원적이지만 전달하는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가수로 노래할 땐 마이크로 직접 부르니까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죠. 그런데 뮤지컬에선 관객 분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무엇보다 발성이 중요했어요. 혼자서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도 다양했죠. 그래서 노래하거나 대사를 칠 때도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정해놓고 관객 분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음성 전달에 신경 썼어요. 특히 2막 후반부 ‘장례식장=부킹장’ 장면에선 할머니를 연기하는데 크게 신경 쓴 만큼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에요”
그는 알고 보면 완벽을 기하는 스타일이다. 도전을 통해 스스로의 역할을 꾸준히 보완하는 점은 물론 동료들과의 호흡까지도 주시한다.
“‘아이러브유’ 팀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다 호흡까지 잘 맞았어요. 동료들이 워낙 베테랑이고 다들 너무 편하게 대해줬죠. 첫 작품이라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어려웠을 텐데 서로 격려하고 잘해주니 합도 잘 맞았어요. 좋은 배우들 덕에 크게 실수하는 부분도 없었죠. 개인적으로 한번은 상의만 바꿔 입고 이전 장면에서 입던 치마를 그대로 입고 나간 적은 있었어요. 살짝 당황했지만 이야기 흐름상 자연스럽게 넘어갔죠”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으면 작품도 좋기 마련이다. ‘아이러브유’는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부터 노년부부가 와서 봐도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연령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일상의 소소한 메시지는 덤이다.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 연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친구나 부모님과 보러 와도 모두들 사랑하고 싶게 만들죠. 남녀가 처음 사랑을 시작하고 노년까지의 사랑을 밟아나가는 과정 안에 작품의 메시지가 있어요. 내 남편, 내 아내를 보내고 나서도 일편단심 지켜나가는 사랑도 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도 있죠. 그래서 사랑은 끝나지 않고 다시 돌아요.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또 하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돌고 도는 게 아닐까요?”
배우 간미연
■ 무엇보다 즐겁게, 행복하게
여자로서 그는 작품에서처럼 얼른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론 뮤지컬을 하면서 일 욕심이 부쩍 늘었다. 누구라도 결혼을 한다면 당장은 연기를 쉬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자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배우로서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같은 작품에선 여자1 배역으로 바꿔서도 해보고 싶고, 또 로맨틱 코미디는 해봤으니까 정석 멜로 작품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흐름이 길게 쭉 이어지는 작품이요. 그럼 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연기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원래 욕심이 없는 성격인데 지금은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요. 무엇보다 즐겁게 하고 싶죠”
배우로서 그는 앞으로 꺼내 보이고 싶은 모습들이 많다. 여전히 어떤 평가를 받을까에 대해서는 긴장하지만 성장할 순간들이 훨씬 더 많은 배우다. 그는 자신의 기대보다 더 높게 비상하고 있다.
“변화를 거부하고 머물러있는 것에 안주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실패가 두렵고 안정된 삶을 원해 섣불리 도전하지 않고 갇혀있었을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런데 지금은 일단 도전해봐요. 뮤지컬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밝아지고 행복해졌죠. 무대 위에선 같이 합심하지 우리끼리의 경쟁이 없잖아요. 연습과정부터 실제 공연까지 전부 화합의 장이에요. 새로운 세상이었죠. 그래서 행복하고 즐거워요. 자신감도 넘쳐 지금은 뭐든 즐겁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훗날 그도 작품이 쌓이면 콘서트를 열어 자신의 노래와 뮤지컬 넘버들을 같이 선보이길 꿈꾼다. 무엇보다 즐거울 거라는 기대감이 가장 크다.
“내게 뮤지컬은 행복이에요. 공연을 통해 밝은 에너지를 얻어왔죠. 어렸을 땐 행복하단 걸 잘 모르고 일에 치이며 살았는데, 뮤지컬은 행복하게 만들어주니까 다른 모든 일들도 다 행복해져요. 공연할 때나 연습할 때도 행복하고, 관객 분들이 호흡하며 웃어주실 때도 행복하죠. 어떤 지점에선 슬럼프가 찾아오거나 살짝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에 임하려 해요. 더욱 행복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