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한유정 기자]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누가 더 악인일까. ‘7년의 밤’은 그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7년의 밤’은 한 순간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 누적 판매수 50만부를 넘긴 정유정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탄탄한 원작이 뒷받침 해준다는 게 든든하기도 하지만 원작 팬들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따른다. ‘7년의 밤’ 역시 그 무게감이 상당했을 듯하다. 그래서 영화 ‘7년의 밤’은 변화를 선택했다.
가장 큰 변화는 메인 캐릭터인 오영제다. 원작에선 사이코패스에 가까웠던 오영제지만 영화에선 그가 최현수에게 복수를 하는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들이 추가된다. 단순한 악역이라고만 설명할 수 없는 캐릭터다. 오영제 캐릭터 드라마가 더해지면서 스릴러적 요소는 약해졌다. 그 지점에서 원작팬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선 마지막까지 최서원(고경표), 안승환(송새벽)과 오영제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게 소설 ‘7년의 밤’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선 오영제와 최현수 두 사람의 감정에 더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스릴러의 재미는 확실히 반감됐다. 특히 중반부터 보여지는 최현수의 죄의식과 과거에 대한 묘사가 너무 길어져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7년의 밤’은 관객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세령마을이다. 영화는 소설에서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세령마을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음침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늪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또 배우들이 열연은 ‘7년의 밤’의 부족함을 메워주기에 충분하다.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된 후 죄의식에 휩싸여 파멸해가는 최현수는 류승룡과 만나면서 더 절절하게 완성됐다. M자 탈모라는 외형적인 변화까지 시도한 장동건은 비뚤어진 부성애와 복수를 향한 광기에 휩싸인 오영제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맞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