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권율(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힘들었던 무명 시절, 지금은 가장 든든한 백이에요”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권율.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 신인 연기자론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 단역과 조연을 거친 후 2014년 영화 ‘명량’을 통해 대중들에게 강인한 눈도장을 찍었다.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지금을 권율을 만든 밑받침이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었어요. 힘들었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 싶었죠. 지금은 그 시간이 가장 든든한 백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맞이했다면 지금 더 불안했을 것 같아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때 흠뻑 맞은 게 나를 견고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어서 감사하죠”
긴 터널을 기다리고 뚫고 나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권율은 단 한번도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연기가 천직이라고 느낀 순간이기도 하다. 포기하지 않은 그의 행보가 지금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챔피언' 권율(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무명 시절이 길었는데도 한 번도 다른 일을 할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연기를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기엔 내 코가 석자죠. 근데 그런 시기들이 있다고 낙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 거름이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나도 도전하고 있는 입장이니 같이 도전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세월을 버틴 덕분에 권율은 남부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1000만 흥행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최악의 하루’ ‘잉투기’에선 찌질한 남자, ‘우와한 녀’에선 성소수자, ‘귓속말’에선 극강의 악역으로 분하며 탄탄한 내실을 다졌다.
“무의식적으로 변주를 해야지 생각하는 것보단 다만 해보고 싶고 해보지 않았던 것, 버거운 것을 하고 싶다는 긍정적 도전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거죠. 진기도 나에겐 도전이었고 비싼 표값을 사서 보는 분들이 있으니 엄격하게 하려고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요. 다음 작품도 냉정하게 잘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과감 없이 도전을 하고 싶어요”
'챔피언' 권율(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 “마동석 선배, 10년 전부터 현장에서 존재감 여전해”
권율의 말대로 ‘챔피언’ 역시 그에겐 도전이었다. 현직 팔씨름 선수인 마크(마동석)이 진기(권율), 수진(한예리)의 가족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챔피언’에서 권율은 임기응변 능력과 잔머리가 뛰어난 스포츠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기존의 진지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깨주는 경쾌하고 능글능글한 캐릭터다. 권율의 진짜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캐릭터든 내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악역에서도 나의 나쁜 모습을 확장해서 표현하는데 만들어가요. 진기가 가진 모습도 나랑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많이 낯을 가리는 성격이나 사람들과 친해졌을 땐 활달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유머러스한 편이에요. 이런 성격을 캐릭터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챔피언’에서 진기는 마크와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코믹하면서 끈끈한 브로맨스가 돋보인다. 10년 전 영화 ‘비스티 보이즈’로 인연을 맺어온 마동석과 권율의 실제 관계가 영화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챔피언' 권율(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마동석 선배는 ‘비스티 보이즈’를 했던 10년 전과 그대로에요. 그때도 동생들을 잘 챙겼었는데 지금은 더 넓게 품어줘요. 그때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존재감이 여전해요. 성실하고 부지런한 부분을 보면서 후배로 많이 배우게 돼요. 원래 알았던 형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스스로 존경심을 느끼게 됐고 감사하더라고요”
‘챔피언’은 팔씨름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기가 아니었으면 영화의 톤이 좀 더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권율은 ‘챔피언’을 통해 코미디 연기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스스로 또 다른 모습이 보였다는 것에 의미를 되새겼다.
“코미디 연기가 진짜 힘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챔피언’을 하면서 코미디의 느낌을 내는 선배들, 동료들이 대단한 연기를 하고 있구나 느끼게 됐죠. 나라는 배우가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장시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반듯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쾌하고 가볍고 리드미컬한 캐릭터를 했다는 걸 각인시켰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