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김희윤 기자] “영화 참여요? 운이 좋았죠(웃음)” 정동화를 뮤지컬배우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무대 위의 그는 어떤 역할이든 자기만의 색으로 소화해내는 천상배우다. 그만큼 무대를 떼어놓고 그를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를 찍는다. 다작하는 그의 작품 활동에 이색 이력 한 줄이 추가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영화 주연 꿰찬 뮤지컬배우의 도전기 정동화는 광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의 불꽃같은 삶을 다룬 영화 ‘옌안(YENAN)’에 출연한다. “갑자기 영화를 찍게 됐어요. 너무 설레고 흥분됐죠. 올해 초부터 얘기가 됐고, 결정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좋은 취지의 작품인데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참여하게 돼 영광이죠. 지금은 영화 준비를 위해 바이올린, 피아노 등 악기도 많이 배우고 외국어도 준비해야 해서 정신없어요. 다만 우려되는 점은 있죠. 영화 속 메시지나 맡은 배역에 대해 잘 전달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부담감이요. 이것만 빼면 정말 기뻐요” 정율성은 한국에선 상당히 낯선 이름이지만 중국에선 최고의 음악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정동화는 영화 ‘옌안’의 주인공 정율성을 연기한다. “우리나라 출신이지만 중국에서 활동을 많이 한 음악가 정율성 선생의 일생을 담은 작품이에요. 실화에 픽션을 가미한 영화죠. 사실 부끄럽게도 그분에 대해 잘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엄청난 업적을 쌓았고, 일제강점기에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가서 음악활동을 한 분이었죠. 음악으로 독립운동을 했고, 이미 중국에서는 칭송받는 인물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진 잘 모르니까 이번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죠. 그런 기쁜 마음과 정율성 선생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어요” 뮤지컬배우 정동화(사진=뷰어스) 영화 ‘옌안’에는 오만석, 양희경, 허성태, 홍경인, 손병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그는 이들 사이에서 스스로도 엄청난 배역을 맡았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뮤지컬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해서 부담감은 있죠. 정율성 선생이 소위 ‘천재음악가’라는 칭호를 받는 이유가 스스로 작곡, 성악, 지휘는 물론 바이올린, 피아노, 하모니카 연주까지 하죠. 이걸 직접 해야 되는데 그래도 잘할 거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무대연기에 익숙한 만큼 매체연기에 익숙하지 않다. 앞으로의 촬영 일정도 새벽이나 밤샘촬영을 많이 진행하는 만큼 규칙적으로 생활해온 그에겐 이 또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번 달 중순부터 광주로 내려가 촬영을 시작해요. 정율성 선생이 광주 출신이라 한 3주 정도 머물며 촬영하고, 이후 중국으로 넘어가 다시 일주일 정도 촬영하죠. 총 한 달 정도 소요될 걸로 봐요. 다만 꾸준히 최상의 연기나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긴 하죠. 컨디션 조절도 잘해보려 해요” ‘옌안’은 중국에서 더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라 먼저 개봉한다. 이후 국내에도 들어와 선보이게 된다. “공연은 계속해왔던 작업이라 새로운 작품을 만나도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을 소화할 플랜을 갖췄어요. 하지만 영화는 큰 작업이고 현장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하죠. 디테일한 카메라 연기도 배워가야 하는 입장에서 하다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공연보다 훨씬 많죠. 예전에는 영화를 볼 때 무심코 스토리만 따라갔는데, 이제는 배우가 현 앵글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파악하게 돼요. 모쪼록 열심히 준비할 테니 많은 분들이 기대해줬으면 좋겠어요” ■ 스크린과 무대 사이에서 정동화는 차기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연습과 영화 촬영을 병행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기에 더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일정을 잘 정리하며 임하니 기쁜 마음이 더 크다. “바쁘지만 기쁜 일이라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죠. 일을 좋아하니까 작품을 겹쳐서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존 도우’ 때는 원 캐스트여서 한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죠. 반면 한 작품에만 빠져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위험도 크다고 생각해요. 다작한다고 깊이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새로운 작품에서 자극을 받으면 더 좋은 방향으로 잘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기회가 되면 무대와 영화를 병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알릴 여건이 조성된다는 생각이다. “스크린과 무대, 그리고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활동하는 오만석 선배만 봐도 후배한테 큰 귀감이 되는 사람이 분명하죠. 마찬가지로 영화를 하게 되면 좀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줄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역시나 무대가 1번이라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공연을 하는 건 가장 값진 일이죠. 막상 무대 위에 서면 관객 분들도 많이 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커요. 그래서 그런 견인차 역할을 스크린을 통해 도움 받는다면 너무 행복한 일이죠” 그는 자신의 모습을 펼쳐 보일 때 가장 행복하다. 관객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땐 더 즐겁다. 배우에게 있어 피드백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작품을 아무리 잘 만들고 심혈을 기울여도 봐주는 분들이 없다면 과연 그게 좋을까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무대를 하며 기쁨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은 커튼콜 때죠. 관객 분들이 박수를 쳐주거나 환호해주면 가장 기쁘고 힘이 나요. 배우 입장에선 그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뮤지컬배우 정동화(사진=뷰어스) ■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다 그의 말마따나 정동화의 본질은 무대다. 그는 ‘라흐마니노프’를 준비하면서 이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기존 작품을 봤던 분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이게끔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또 처음 ‘라흐마니노프’를 보는 분들에게는 이 작품이 왜 사랑받았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죠. 이 작품을 계속 하는 이유도 본질적인 메시지가 정말 좋아서예요. 누구나 슬럼프에 빠지지만 말 한 마디가 주는 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잖아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슬럼프가 없진 않죠. 늘 조금씩은 있어요.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메시지처럼 금방 극복하죠” 믿을 수 없는 일지만 그에게도 종종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슬럼프를 금방 잊을 수 있는 건 함께하는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연을 잘해도 관객 분들이 박수를 쳐주지 않고 극장에 찾아와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내가 아무리 잘해도 마찬가지죠. 배우로서 항상 무대에서 진실하게 공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가끔 ‘오늘은 날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랬다가도 관객 분들이 좋아해주면 또 그 순간 슬럼프가 바로 극복되죠. 그래서 일을 쉬면 안돼요. 오히려 일을 쉬었다가는 슬럼프가 올 것 같아요” 그가 말하길 배우는 작품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다. 작품 속 인물을 표현할 때도 슬럼프를 잊게 만들어주는 관객들에게 흠이 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좋은 걸 주려고 노력한다. “연기를 할 땐 제3자이자 전달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요. 물론 이걸 봐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만족하죠. 사실 관객 분들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부족하니 더 잘해야겠다’ 이러면서 또 분발하겠다는 마음을 느끼죠” 그의 만족감은 현실에 안주하는 만족이 아니다. 그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장해나가기 바쁜 발전형 배우다. 항상 스스로가 미흡한 지점을 보완하고 개선해나간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돋보이고 싶었죠. 그런데 군 입대 전후로 작품의 전체적인 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평소 볼 수 없던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삶도 살았더니 시야가 넓어졌죠. 이후에는 작품을 하면서 더 흐름을 탔어요. 항상 내걸 더 많이 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작품을 더 잘 만들고 싶어졌죠.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은 시야가 생겼어요” 그는 작품을 위해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 뭔가를 하면서도 늘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며 성실함으로 일관한다. “정동화라는 배우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은 많아요. 그럼에도 내가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설명이 안 되죠. 여전히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고, 때마침 내 성실함을 좋게 봐주는 누군가가 있어 기회가 주어진 거라는 생각도 해요. 그래도 아직까진 불완전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이걸 채워나가고 앞으로도 발전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더 성장해나가야죠”

[마주보기] ‘옌안’ 정동화, 발전형 배우 지망생을 위한 건전한 안내서

김희윤 기자 승인 2018.05.11 17:33 | 최종 수정 2136.09.18 00:00 의견 1

[뷰어스=김희윤 기자] “영화 참여요? 운이 좋았죠(웃음)”

정동화를 뮤지컬배우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무대 위의 그는 어떤 역할이든 자기만의 색으로 소화해내는 천상배우다. 그만큼 무대를 떼어놓고 그를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를 찍는다. 다작하는 그의 작품 활동에 이색 이력 한 줄이 추가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영화 주연 꿰찬 뮤지컬배우의 도전기

정동화는 광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의 불꽃같은 삶을 다룬 영화 ‘옌안(YENAN)’에 출연한다.

“갑자기 영화를 찍게 됐어요. 너무 설레고 흥분됐죠. 올해 초부터 얘기가 됐고, 결정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좋은 취지의 작품인데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참여하게 돼 영광이죠. 지금은 영화 준비를 위해 바이올린, 피아노 등 악기도 많이 배우고 외국어도 준비해야 해서 정신없어요. 다만 우려되는 점은 있죠. 영화 속 메시지나 맡은 배역에 대해 잘 전달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부담감이요. 이것만 빼면 정말 기뻐요”

정율성은 한국에선 상당히 낯선 이름이지만 중국에선 최고의 음악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정동화는 영화 ‘옌안’의 주인공 정율성을 연기한다.

“우리나라 출신이지만 중국에서 활동을 많이 한 음악가 정율성 선생의 일생을 담은 작품이에요. 실화에 픽션을 가미한 영화죠. 사실 부끄럽게도 그분에 대해 잘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엄청난 업적을 쌓았고, 일제강점기에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가서 음악활동을 한 분이었죠. 음악으로 독립운동을 했고, 이미 중국에서는 칭송받는 인물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진 잘 모르니까 이번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죠. 그런 기쁜 마음과 정율성 선생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어요”

뮤지컬배우 정동화
뮤지컬배우 정동화(사진=뷰어스)

영화 ‘옌안’에는 오만석, 양희경, 허성태, 홍경인, 손병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그는 이들 사이에서 스스로도 엄청난 배역을 맡았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뮤지컬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해서 부담감은 있죠. 정율성 선생이 소위 ‘천재음악가’라는 칭호를 받는 이유가 스스로 작곡, 성악, 지휘는 물론 바이올린, 피아노, 하모니카 연주까지 하죠. 이걸 직접 해야 되는데 그래도 잘할 거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무대연기에 익숙한 만큼 매체연기에 익숙하지 않다. 앞으로의 촬영 일정도 새벽이나 밤샘촬영을 많이 진행하는 만큼 규칙적으로 생활해온 그에겐 이 또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번 달 중순부터 광주로 내려가 촬영을 시작해요. 정율성 선생이 광주 출신이라 한 3주 정도 머물며 촬영하고, 이후 중국으로 넘어가 다시 일주일 정도 촬영하죠. 총 한 달 정도 소요될 걸로 봐요. 다만 꾸준히 최상의 연기나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긴 하죠. 컨디션 조절도 잘해보려 해요”

‘옌안’은 중국에서 더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라 먼저 개봉한다. 이후 국내에도 들어와 선보이게 된다.

“공연은 계속해왔던 작업이라 새로운 작품을 만나도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을 소화할 플랜을 갖췄어요. 하지만 영화는 큰 작업이고 현장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하죠. 디테일한 카메라 연기도 배워가야 하는 입장에서 하다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공연보다 훨씬 많죠. 예전에는 영화를 볼 때 무심코 스토리만 따라갔는데, 이제는 배우가 현 앵글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파악하게 돼요. 모쪼록 열심히 준비할 테니 많은 분들이 기대해줬으면 좋겠어요”

■ 스크린과 무대 사이에서

정동화는 차기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연습과 영화 촬영을 병행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기에 더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일정을 잘 정리하며 임하니 기쁜 마음이 더 크다.

“바쁘지만 기쁜 일이라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죠. 일을 좋아하니까 작품을 겹쳐서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존 도우’ 때는 원 캐스트여서 한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죠. 반면 한 작품에만 빠져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위험도 크다고 생각해요. 다작한다고 깊이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새로운 작품에서 자극을 받으면 더 좋은 방향으로 잘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기회가 되면 무대와 영화를 병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알릴 여건이 조성된다는 생각이다.

“스크린과 무대, 그리고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활동하는 오만석 선배만 봐도 후배한테 큰 귀감이 되는 사람이 분명하죠. 마찬가지로 영화를 하게 되면 좀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줄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역시나 무대가 1번이라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공연을 하는 건 가장 값진 일이죠. 막상 무대 위에 서면 관객 분들도 많이 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커요. 그래서 그런 견인차 역할을 스크린을 통해 도움 받는다면 너무 행복한 일이죠”

그는 자신의 모습을 펼쳐 보일 때 가장 행복하다. 관객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땐 더 즐겁다. 배우에게 있어 피드백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작품을 아무리 잘 만들고 심혈을 기울여도 봐주는 분들이 없다면 과연 그게 좋을까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무대를 하며 기쁨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은 커튼콜 때죠. 관객 분들이 박수를 쳐주거나 환호해주면 가장 기쁘고 힘이 나요. 배우 입장에선 그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뮤지컬배우 정동화
뮤지컬배우 정동화(사진=뷰어스)

■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다

그의 말마따나 정동화의 본질은 무대다. 그는 ‘라흐마니노프’를 준비하면서 이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기존 작품을 봤던 분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이게끔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또 처음 ‘라흐마니노프’를 보는 분들에게는 이 작품이 왜 사랑받았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죠. 이 작품을 계속 하는 이유도 본질적인 메시지가 정말 좋아서예요. 누구나 슬럼프에 빠지지만 말 한 마디가 주는 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잖아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슬럼프가 없진 않죠. 늘 조금씩은 있어요.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메시지처럼 금방 극복하죠”

믿을 수 없는 일지만 그에게도 종종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슬럼프를 금방 잊을 수 있는 건 함께하는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연을 잘해도 관객 분들이 박수를 쳐주지 않고 극장에 찾아와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내가 아무리 잘해도 마찬가지죠. 배우로서 항상 무대에서 진실하게 공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가끔 ‘오늘은 날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랬다가도 관객 분들이 좋아해주면 또 그 순간 슬럼프가 바로 극복되죠. 그래서 일을 쉬면 안돼요. 오히려 일을 쉬었다가는 슬럼프가 올 것 같아요”

그가 말하길 배우는 작품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다. 작품 속 인물을 표현할 때도 슬럼프를 잊게 만들어주는 관객들에게 흠이 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좋은 걸 주려고 노력한다.

“연기를 할 땐 제3자이자 전달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요. 물론 이걸 봐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만족하죠. 사실 관객 분들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부족하니 더 잘해야겠다’ 이러면서 또 분발하겠다는 마음을 느끼죠”

그의 만족감은 현실에 안주하는 만족이 아니다. 그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장해나가기 바쁜 발전형 배우다. 항상 스스로가 미흡한 지점을 보완하고 개선해나간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돋보이고 싶었죠. 그런데 군 입대 전후로 작품의 전체적인 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평소 볼 수 없던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삶도 살았더니 시야가 넓어졌죠. 이후에는 작품을 하면서 더 흐름을 탔어요. 항상 내걸 더 많이 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작품을 더 잘 만들고 싶어졌죠.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은 시야가 생겼어요”

그는 작품을 위해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 뭔가를 하면서도 늘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며 성실함으로 일관한다.

“정동화라는 배우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은 많아요. 그럼에도 내가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설명이 안 되죠. 여전히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고, 때마침 내 성실함을 좋게 봐주는 누군가가 있어 기회가 주어진 거라는 생각도 해요. 그래도 아직까진 불완전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이걸 채워나가고 앞으로도 발전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더 성장해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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