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5월 셋째 주(5월 14일 월요일~5월 20일 일요일)의 앨범은 홍갑, 엔플라잉, 모트, 방탄소년단, 8586 입니다.
■ 홍갑 싱글 ‘혼자가 편해 아님 둘’ | 2018.5.14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는 책이 있다. 표지에는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화자에게 “재필 씨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고 묻는다. 책 속에서 저자(유재필)는 “보통 말이 없는 사람들은 고의로 입을 다문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 말이 많은 사람도 있고 말이 없는 사람도 있고 서툰 사람도 있다는 것. 이는 한 사람의 성향을 자신의 기준으로 이분법적인 판단을 하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를 보여준다. 설명이 이리 길었던 이유는 홍갑의 신곡 ‘혼자가 편해 아님 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용이기 때문. 노래에서 홍갑은 혼자 지내는 법, 둘이 지내는 법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저 아무 일 없는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위트 넘치는 목소리와 조금은 활기찬 멜로디가 중요한 메시지를 아무렇지 않게 전한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듯.
■ 엔플라잉 미니 ‘How are you?’ | 2018.5.16
‘뜨거운 감자’로 시도한 복고 콘셉트는 변화를 위한 과도기였나 보다. 엔플라잉은 이를 기점으로 강하고 유쾌한 곡에서 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하우 아 유?’는 한층 청량해진 밴드 사운드와 그 안에 녹아 있는 차분함이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곡 초반부에서는 어쿠스틱 스타일의 연주로 깨끗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로 향하기 전 잠시 긴장감을 부여하더니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그 포텐셜을 폭발시킨다. 앞서 엔플라잉은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 당시 각자 자신만의 섹시를 강조할 수 있는 의상을 입고 나왔다. 이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후렴구와 함께 조화를 이뤄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엔플라잉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 모트 싱글 ‘깊은 잠’ | 2018.5.17
모트는 제목을 ‘깊은 잠’이라고 지었지만 가사 속 ‘딥 슬립(deep sleep)’이 일차원적으로 숙면을 뜻하는 건 아니다. 잠을 자다가 깨어 내가 지금 자고 있는 건지, 깨어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를 모트는 현실과 꿈의 경계로 표현했다. 그곳은 “무의식으로 가득 찬 곳”이자 “선과 악조차 친해질 수 있는 여기”다. 어느 것이든 경계가 불분명하고 흐릿하다는 것. 정신과 마음으로는 꿈을 좇는다. 몸도 그 길을 따르고자 열심히 허우적대지만, 알고 보니 “꿈은 허공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 가사의 ‘deep’은 너무 어두운 곳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치 구렁텅이 같은 이미지를 지닌다. 모트는 음을 하나하나 끌어내리며 무거운 소리를 내는 특유의 창법을 활용해 듣는 이들을 저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 방탄소년단 정규 ‘LOVE YOURSELF 轉 - Tear’ | 2018.5.18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시리즈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에 해당하는 앨범이다. 지난 앨범인 ‘LOVE YOURSELF 承 - Her’에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내용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가면을 쓴 사랑의 끝,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다. 타이틀곡 역시 진짜가 아닌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 러브(fake love)’다. 방탄소년단은 노래를 통해 뿜어내는 에너지의 방향을 사뭇 달리했다. 방탄소년단은 거짓인 사랑을 알게 된 슬픔을 노래 속 ‘절규’로 표현한다. 처절하게 외치는 보컬과 래핑, 그리고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서정성은 화자의 상실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라는 마지막 가사가 모든 것을 말한다. 이 노래 또한 역시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관통하는 셈. 하나의 주제를 두고 복잡한 미로를 헤매듯, 어려운 퍼즐을 맞추듯 직접 부딪히는 방탄소년단만의 능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 8586 미니 ‘Fast Life’ | 2018.5.17
지난 앨범 ‘룸메이트(Roomate)’에서 사랑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인생이다. ‘인생’이라고 하면 조금은 거창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8586이 ‘패스트 라이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상을 뛰어 넘어 ‘삶의 모토’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앨범을 만들었다고. 타이틀곡 ‘스파티(Sparty)’는 제주도 한 호텔에서 풀파티를 진행하며 만든 곡이다. 그런 만큼 멜로디에서는 청량한 소리와 시원하게 쭉 뻗는 뉘앙스가 돋보인다. 여름을 한 발 빨리 맞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앨범 커버를 보면 옛날 미국 스타일 같기도 한데, 노래 역시 어느 정도 복고 감성을 품고 있어 듣기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