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문다영 기자] 무성한 갈대밭은 감성을 움직인다. 성인 키 두 배나 넘게 쑥쑥 자라지만 절대 바람에 쓰러지지는 않는 갈대. 한해살이 풀들이 누렇게 죽어가는 가을에도, 찬바람이 휙휙 휘몰아치는 추운 한겨울에도 갈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부드러운 강함을 보여준다. 한살이를 하면서도, 묵은 갈대가 되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진=봄봄출판사)
'멋지다 썩은 떡'이후 '외아들 구출 소동' '슬픈 종소리' '주먹대장 물리치는 법' 등 수많은 동화를 써온 초등 교사이자 아동작가인 송언은 그런 갈대의 모습을 '갈대의 길을 아는 것'이라 말한다.
한살이를 다한 묵은 갈대는 새봄을 맞이하고도 자리를 내어 줄 생각이 없다. 새봄에 피어난 갈대들이 쑥쑥 발돋움을 하는 동안에도 껑충하게 큰 갈대들은 여전히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그렇게 6월이 가고 7월이 와야 갈대밭에 '심판의 날'이 찾아온다. 갈대들을 사정없이 뒤흔드는 장맛비가 내리 퍼부으면 갈대밭의 묵은 갈대들은 서로 뒤엉킨 채 엎어지고 쓰러진다. 묵은 갈대들은 땅 냄새를 맡으며 바닥으로 드러눕고 그 사이로 새봄에 피어난 갈대들이 허리를 들어 올린다. 다시 햇살 쨍쨍한 가을이 오면 새봄 갈대의 머리숱이 사자 갈기처럼 부풀어 오르는 갈대의 길이 어른의 눈에도, 아이의 눈에도 꿋꿋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송언 지음 | 봄봄출판사
(사진=책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