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KBS, SBS)
[뷰어스=노윤정 기자] 안정환, 이영표, 박지성.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뜨거운 장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해설위원은 누구일까.
2018 러시아 월드컵(이하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한지 일주일째.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에 평소 축구를 즐겨 보지 않던 사람들까지 경기 시간에 맞춰 TV를 틀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을 잡기 위한 각 방송사의 중계 경쟁도 뜨겁다. 지상파 3사가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영입한 스타 해설위원들이 그 방증이다. MBC와 KBS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이하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안정환, 이영표를 메인 해설위원으로 내세운다. SBS의 해설위원 자리에는 박지성이 앉았다. 이처럼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뤘던 주역들이 이제는 해설위원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일단 시청률 면에서는 이영표 해설위원을 앞세운 KBS가 우세한 모양새다. 하지만 누구의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관전해야 할지, 축구 팬들과 시청자들의 즐거운 고민은 여전하다.
■ 안정환 vs 이영표 vs 박지성, 각자 매력 내세운 뜨거운 중계 경쟁
MBC의 메인 해설위원은 안정환이다. 안정환은 현역 선수 경험이 있는 것은 물론, A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 후 전 세계 축구 감독이 가능한 P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준비 중이다. 전문성은 보장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안정환 해설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재치와 공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을 쉬운 표현으로 전달하고 유머를 곁들여 경기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솔직하고 직설적인 해설은 시청자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한민국 대 스웨덴 경기 당시를 떠올려보자. 안정환은 아쉬움을 남겼던 심판 판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정환은 주심이 한국 공격 상황에서 파울 선언으로 경기 흐름을 끊자 “이걸 파울을 분다. 이렇게 하면 축구를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경기 종료 후 “반 골은 심판이 넣은 것 같다. 너무 아쉽다”고 패배를 함께 안타까워했다. 스웨덴 선수들이 한 점 앞선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경기를 지연시키는 듯한 행동을 했을 때는 “북유럽 침대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재치있게 독설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 대표팀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성과 구자철이 살아나야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일례다.
이영표는 예리한 분석으로 축구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냉철하게 경기 흐름을 전달하는 해설은 시청자들이 경기를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브라질 월드컵 때는 ‘문어영표’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정확한 예측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영표의 족집게 해설은 당시 KBS가 중계방송 시청률 1위를 기록한 힘이었다.
특히 이영표 해설의 강점은 전술을 설명할 때 드러난다. 스웨덴전 당시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전술적인 면을 설명하는 해설이 돋보였다. 이영표는 중계 내내 “우리보다 좋은 팀과 누가 봐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은 기동력이다”, “상대 뒷 공간에 해답이 있다”, “크로스를 올리기 전에 공간을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크로스가 올라갈 수 있다” 등 경기 상황에 맞는 전술적 조언을 했다. 또한 경기 이후 “스웨덴은 높이와 힘의 우위가 있고, 우리는 스피드가 우위에 있는데 우리의 장점을 살리는 전술적인 플레이를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냉철하게 평가했다. 다만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일본 대표팀 경기 때는 일본의 상대팀에 감정이입하는 모습을 보여, 공감됐다는 반응과 함께 편파적인 해설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박지성은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한국 축구계의 레전드’, ‘영원한 캡틴 박’으로 불리는 박지성이 해설위원으로 나선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처음 중계에 도전하는 만큼 아직 긴장한 모습이 보인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베테랑 축구 캐스터 배성재 아나운서가 노련하게 박지성을 리드하고 있다. 박지성 역시 '어떤~' 등 지적받은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중계 모니터에 지적 사항을 적어놓으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날이 갈수록 해설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지성의 강점을 꼽는다면 풍부한 해외 리그 경험이라 하겠다. 박지성은 세 해설위원 중 가장 최근인 2014년까지 현역 선수로 뛰었다. 일본, 네덜란드 프로 리그에서 활약했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시즌을 보냈다. 현재는 맨유 최초의 비유럽권 출신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때문에 현역 시절 경험을 녹여낸 생생한 해설이 인상적이다. 일본 대표팀 특유의 숏패스를 보며 “맨유가 아스날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둔 이유는 숏패스를 끊고 빠르게 역습을 펼친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해외 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경험을 전해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진=KBS, MBC, SBS)
■ 시청률은 KBS 판정勝
이처럼 지상파 3사가 화려한 해설진을 꾸린 이유는 바로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다. 실제 러시아 월드컵 개막 후 각 방송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중계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중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채널은 바로 KBS다.
지난 15일 0시(한국시간) 개최된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 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KBS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하 동일 기준) 3.3%의 시청률을 보였다. MBC와 SBS가 각각 2.9%, 2.7%로 뒤를 이었다.
국민적인 관심이 높았던 스웨덴전 역시 마찬가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였던 스웨덴전도 KBS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18일 오후 7시 40분부터 KBS에서 생중계된 대한민국 대 스웨덴 경기의 시청률은 17.0%다. 현재까지 러시아 월드컵 중계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영표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 콤비가 시청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의미다. 그 뒤를 이어 12.5% 시청률을 기록한 SBS가 2위를 차지했다. MBC 중계방송 시청률은 11.4%였다.
19일 열린 일본 대 콜롬비아 경기에서도 시청률은 KBS가 5.8%로 가장 높았다. MBC, SBS는 5.3%, 5.2%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KBS가 시청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MBC와 SBS 역시 매력적인 중계진으로 바짝 추격 중이다. 남은 러시아 월드컵 기간 동안 각 해설위원들이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며 관전의 재미를 더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