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42. 금주의 가수는 공중도둑입니다. 정규 1집 앨범 '공중도덕'   ■ ‘공중도덕’이 ‘공중도둑’이 됐다 ‘공중도둑’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앞서 그는 휴(Hyoo)라는 이름으로 2012년 미니앨범 ‘화원’ ‘해몽양’을 발표했다. 이후 2015년 ‘공중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정규앨범 ‘공중도덕’을 발매했다. 그런데 Mnet ‘쇼 미 더 머니5’에서 도끼와 더콰이엇의 팀이 ‘공중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름 변경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정규앨범 ‘무너지기’를 들고 오랜만에 대중을 찾은 그의 이름은 바로 ‘공중도둑’이었다.  대표곡을 꼽자면 공중도덕으로서 낸 앨범의 첫 번째 트랙 ‘하얀방’이다. 이 곡은 타이틀곡보다 더 유명한 듯하다. 공중도둑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입문’하기에 가장 적절한 곡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소리는 종잡을 수 없이 유려한데 투박한 포크 기타는 접근하기 쉬운 악기여서 공중도둑의 색깔을 그나마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후렴구의 보컬은 다른 파트에 비해 좀 더 힘이 실려 내용이 선명하게 들리고 멜로디컬해서 듣기 좋다. 또 여기서부터 허밍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노래의 킬링파트. ■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아름다운 세계  공중도덕에서 공중도둑. 한 끝 차이로 어마어마하게 다른 뉘앙스를 지니는 단어이지만, 공중도둑은 그걸 너무나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그래서 더 웃기다. 공중도둑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별로 없지만, 이미 그의 스타일은 말투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중도둑은 지난 앨범 ‘공중도덕’에서도 본인의 노래에 “목소리가 약하고 노래를 잘 못 하고 곡이 유치하고 음질이 안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 크레딧 역시 일반적인 것과 달리 ‘가사와 목소리’ ‘앨범아트’ ‘기타 빌려준 사람’ ‘나머지’로 날 것의 (하지만 그래서 더 명확한) 분류로 나눠 성격을 드러낸다.  정규 2집 앨범 '무너지기' 이런 모습은 음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중도둑의 노래는 단순해보이지만 복잡해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몽환적이거나 독특하다기보다 조금은 이상하다. 분명 날카로운 질감이 있는데 포크의 매력을 지닌 기타와 여러 효과음 같은 소리가 어우러져 차가운 것도, 따뜻한 것도 아닌 묘한 기분을 준다. 이상적인 소리가 나는데 또 그것을 자유롭게 배치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을 갖는다. 아울러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곡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철저한 계산과 세밀한 사운드가 촘촘히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공중도둑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형이하학적으로 뒤섞인 콜라주 같은 음악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어떤 하나라도 더하거나 빼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있다. 심지어 그의 앨범에는 트랙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서사가 있으며, 두 번째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이 1번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다. 딱 봐도 맞지 않는 퍼즐 같은데 끼워 넣고 보니 그보다 꼭 맞을 수는 없는 그런 기묘함.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 그래서 더 완벽하고 아름답다. 어떤 하나를 여러 방향으로 바라보며 본질을 알고자 했던 입체주의의 그림 같은 느낌도 든다.  물론 그 본질은 쉽게 알 수 없다. 게다가 공중도덕은 모든 곡의 가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노래 안에서도 보컬이 뭐라고 말하는지 파악하기는 조금 힘들다. 신기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컬파트가 지니는 존재감은 뚜렷해 희미한 선명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하나의 소리로 어우러지는데, 그렇다고 말소리가 다른 소리로 대체되어서는 안 되는 셈이다. 대신 공중도둑은 소리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질감과 거리감을 최우선으로 살려 노래가 만져질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거칠다’라는 한 가지 표현이라도 ‘날카롭고’ ‘까끌까끌하고’ ‘오돌토돌하고’가 모두 느껴지게 하거나, 먼 거리를 나타내더라도 저기 저 먼 곳이냐, 육안으로 보이는 먼 곳이냐를 모두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청각을 공감각적으로 다룬다. ■ 추천곡 ‘곡선과 투과광’ ‘곡선과 투과광’: 새 앨범 ‘무너지기’ 수록곡. ‘수호자’ ‘흙’ ‘무소식’과 같은 단어가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이는 느낌들을 제목으로 택했다는 것부터 흥미롭다. 노래는 어지러운 곡선이 겹쳐져 있는 듯한 소리를 내뿜다가 갑자기 깨끗한 보컬 파트로 전환되며 그 노랫말은 이윽고 다시 뒤틀린다. 또 공중도둑은 이번 앨범의 소리가 작다며 크게 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 이유가 있다. 중간에 ‘노래가 끝났나?’ 싶은 지점이 있는데 볼륨을 키워보면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이는 다른 트랙도 마찬가지.

[이소희의 B레코드] 공중도둑, 이상해서 끌리는 기묘한 세계

이소희 기자 승인 2018.08.09 11:33 | 최종 수정 2137.03.25 00:00 의견 0

[뷰어스=이소희 기자] #42. 금주의 가수는 공중도둑입니다.

정규 1집 앨범 '공중도덕'
정규 1집 앨범 '공중도덕'

 

■ ‘공중도덕’이 ‘공중도둑’이 됐다

‘공중도둑’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앞서 그는 휴(Hyoo)라는 이름으로 2012년 미니앨범 ‘화원’ ‘해몽양’을 발표했다. 이후 2015년 ‘공중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정규앨범 ‘공중도덕’을 발매했다. 그런데 Mnet ‘쇼 미 더 머니5’에서 도끼와 더콰이엇의 팀이 ‘공중도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름 변경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정규앨범 ‘무너지기’를 들고 오랜만에 대중을 찾은 그의 이름은 바로 ‘공중도둑’이었다. 

대표곡을 꼽자면 공중도덕으로서 낸 앨범의 첫 번째 트랙 ‘하얀방’이다. 이 곡은 타이틀곡보다 더 유명한 듯하다. 공중도둑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입문’하기에 가장 적절한 곡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소리는 종잡을 수 없이 유려한데 투박한 포크 기타는 접근하기 쉬운 악기여서 공중도둑의 색깔을 그나마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후렴구의 보컬은 다른 파트에 비해 좀 더 힘이 실려 내용이 선명하게 들리고 멜로디컬해서 듣기 좋다. 또 여기서부터 허밍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노래의 킬링파트.

■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아름다운 세계 

공중도덕에서 공중도둑. 한 끝 차이로 어마어마하게 다른 뉘앙스를 지니는 단어이지만, 공중도둑은 그걸 너무나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그래서 더 웃기다. 공중도둑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별로 없지만, 이미 그의 스타일은 말투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중도둑은 지난 앨범 ‘공중도덕’에서도 본인의 노래에 “목소리가 약하고 노래를 잘 못 하고 곡이 유치하고 음질이 안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 크레딧 역시 일반적인 것과 달리 ‘가사와 목소리’ ‘앨범아트’ ‘기타 빌려준 사람’ ‘나머지’로 날 것의 (하지만 그래서 더 명확한) 분류로 나눠 성격을 드러낸다. 

정규 2집 앨범 '무너지기'
정규 2집 앨범 '무너지기'

이런 모습은 음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중도둑의 노래는 단순해보이지만 복잡해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몽환적이거나 독특하다기보다 조금은 이상하다. 분명 날카로운 질감이 있는데 포크의 매력을 지닌 기타와 여러 효과음 같은 소리가 어우러져 차가운 것도, 따뜻한 것도 아닌 묘한 기분을 준다. 이상적인 소리가 나는데 또 그것을 자유롭게 배치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을 갖는다. 아울러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곡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철저한 계산과 세밀한 사운드가 촘촘히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공중도둑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형이하학적으로 뒤섞인 콜라주 같은 음악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어떤 하나라도 더하거나 빼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있다. 심지어 그의 앨범에는 트랙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서사가 있으며, 두 번째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이 1번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다. 딱 봐도 맞지 않는 퍼즐 같은데 끼워 넣고 보니 그보다 꼭 맞을 수는 없는 그런 기묘함. 불규칙에서 오는 규칙. 그래서 더 완벽하고 아름답다. 어떤 하나를 여러 방향으로 바라보며 본질을 알고자 했던 입체주의의 그림 같은 느낌도 든다. 

물론 그 본질은 쉽게 알 수 없다. 게다가 공중도덕은 모든 곡의 가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노래 안에서도 보컬이 뭐라고 말하는지 파악하기는 조금 힘들다. 신기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컬파트가 지니는 존재감은 뚜렷해 희미한 선명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가사와 멜로디가 하나의 소리로 어우러지는데, 그렇다고 말소리가 다른 소리로 대체되어서는 안 되는 셈이다. 대신 공중도둑은 소리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질감과 거리감을 최우선으로 살려 노래가 만져질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거칠다’라는 한 가지 표현이라도 ‘날카롭고’ ‘까끌까끌하고’ ‘오돌토돌하고’가 모두 느껴지게 하거나, 먼 거리를 나타내더라도 저기 저 먼 곳이냐, 육안으로 보이는 먼 곳이냐를 모두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청각을 공감각적으로 다룬다.

■ 추천곡 ‘곡선과 투과광’

‘곡선과 투과광’: 새 앨범 ‘무너지기’ 수록곡. ‘수호자’ ‘흙’ ‘무소식’과 같은 단어가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이는 느낌들을 제목으로 택했다는 것부터 흥미롭다. 노래는 어지러운 곡선이 겹쳐져 있는 듯한 소리를 내뿜다가 갑자기 깨끗한 보컬 파트로 전환되며 그 노랫말은 이윽고 다시 뒤틀린다. 또 공중도둑은 이번 앨범의 소리가 작다며 크게 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 이유가 있다. 중간에 ‘노래가 끝났나?’ 싶은 지점이 있는데 볼륨을 키워보면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이는 다른 트랙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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