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광합성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한 페스티벌을 찾고 나서야 가수 장희원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워낙 독특한 음색을 지닌 가수라 라이브 무대에서도 이를 잘 구현해낼지 궁금하던 차였다. 무대 위 장희원은 출중한 라이브에 재치 있는 진행까지 곁들였다. 더 나아가 장희원은 데뷔한 지 2년이 막 지난 신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은 상당했다.
이후 무대 아래에서 다시 만난 장희원은 의외였다.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는 그는 차분해 보였는데, 속으로는 아니었는지 그는 “지금도 횡설수설하고 있다”면서 민망해했다. 장희원에게 음악이란 이렇게 정돈이 되지 않은 자신을 수도 없이 다듬고 다듬어 내보이는 결과물이었다.
■ 장희원의 시선, 어디서부터 나올까
“무대 오르기 전에는 지금도 떨려요. 티를 안 내려고 할 뿐이죠. (웃음) 예전에는 나를 보러 와주시기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려고 오신 분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면, 이제는 관객 중 몇 분은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노래를 잘 들려주는 것 외에도 토크를 한다든가, 커버곡을 한다든가 부수적인 것들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장희원의 무대에서 빠질 수 없는 곡은 멜로망스 멤버 김민석과 부른 ‘5cm’다. ‘5cm’는 좋아하는 사람과 손이 닿을락 말락 하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한 곡이다. 공연에서는 밴드 세션 멤버와 함께 서로의 손이 가까워지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장희원은 사람들이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로 ‘공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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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100% 실화를 담아요. 내가 듣고 보고 느끼고,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쓰죠. 일상생활에서 문장을 떠올리고 거기에 살을 계속 붙이는 과정을 반복해요. 예를 들어 구름 모양이 계속 바뀌는 걸 본다면 ‘내 모습도 이렇게 자꾸 변하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곡 쓰기 전에는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인데, 가닥이 잡히면 그 뒤로부터는 빠르게 진행해요”
이처럼 장희원은 평범한 일상에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더한다. 이를 두고 팬들은 ‘독특한 시선’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장희원은 “내가 그렇게 독특한지 아직도 모르겠다”면서 웃었다. 그에게는 특별함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보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어 ‘장희원’이라는 사람이 묻어나는 평범함을 잘 꾸리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렇게 장희원은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쿨한 줄 알았어요. (웃음)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써 내려간 가사를 보니 아닌 거예요. 고백도 못 하고 언제나 짝사랑이고. 노래의 결말도 해피엔딩이 없거든요. 찌질하더라고요. 그래도 노래를 통해 파악하게 된 내 모습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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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땡’이 유독 새로운 이유
최근 발표한 신곡 ‘여름땡’ 역시 장희원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여름땡’은 ‘얼음땡’ 놀이처럼, 너로 인해서 여름이 ‘땡’하고 녹아내려 더위가 풀린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노래는 잔잔하게 흘러가 ‘가만히 있어 더 시원한 여름’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감상에 대해 장희원은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내 딴에는 거의 댄스 곡 수준으로 신나는 노래를 썼는데 다들 차분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내가 아무리 빠르다고 생각한 곡들도 다들 조용하게 들어주세요. 목소리 자체가 차분한 편이어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원래 성격은 차분하지 않아요. 오히려 횡설수설하고 약간 들떠있어요. 음악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이고요. 음악을 만들면서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을 시간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장희원의 깊숙한 성향과 가장 닮은 곡은 무엇일까.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 ‘ㅎ/’ 타이틀곡 ‘배드민턴’이다. 그는 “가장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곡이다. 노래를 들어보면 정신없기도 하고 차분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내 안에 있는 여러 모습들이 다 뒤섞여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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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여름땡’은 원래 장희원이 부르려던 곡이 아니었고, 그래서 노래를 만들 때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듣는 이들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간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더 집중했어요. 대중성만을 생각하고 곡을 쓴 적은 없었죠.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들어주시는 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시는 걸 깨닫고, ‘앞으로는 더 대중적으로 시도해도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내 최대치가 남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여름땡’을 통해 많은 공부가 됐어요”
■ 불완전하지만 명확한 장희원의 음악
보이는 것보다 은은한 실제를 지닌 장희원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실제로 그는 평소에도 얕고 넓게 음악을 듣는 편이다. 롤모델이나 좋아하는 가수도 딱히 정해놓지 않았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고민하기도 했다. 나만의 강렬한 색깔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것을 장점으로 삼으며 하고 싶은 걸 다 시도해보려 한다.
“‘여름땡’에서 새롭게 시도한 게 또 있다면 예쁜 척하며 노래를 한 것? (웃음) 목소리가 어두운 편이라 밝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또 요즘 칩튠 사운드에 빠져 있어서 8비트 소스 같은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여름땡’을 그 버전으로 편집해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장희원은 최근 미디작업에 다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놓지 않는다. 이게 진짜 악기 소리인지, 미디로 만들어낸 소리인지 인식이 되지 않아야 노래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잘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장희원은 가사가 지니는 전달력을 중요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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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하나의 흐름이 깃든 앨범을 내고 싶어요. 단순한 미니나 정규 형태가 아니라,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앨범 제목이 ‘컨트롤’이면 트랙의 제목은 ‘s’ ‘v’와 같은 식으로요. 앨범 재킷도 그래요. 동일한 그림체로 시리즈를 잇는 가수 분들 많잖아요. 그런 게 멋있더라고요. 지금 내 커버에도 뒷모습이 계속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장희원이다. 정확히는 ‘내 이야기를 잘 정돈해 들려주고 싶은 욕심’인 셈. 장희원이 꾸준히 음악을 공부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려는 이유도 메시지의 전달을 위해서다.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많은 요소를 구현해내 더 정확히, 간결하게 의도를 드러내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원하는 목표는 늘 쉽게 이뤄지기 힘든 것들이에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지만 나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게 원동력이 돼요.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차근차근 목표를 실천해나가고 있죠. ‘몇 년 뒤에는 무얼 하고 있을 거다’라는 계획이 있거든요. 실제로 고등학생 때 해피로봇 레코드에 가고 싶었는데 이뤘어요. 또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성과를 이루고 싶었는데 대상을 수상했어요. 예상보다 1, 2년씩 늦긴 했지만 이뤄지긴 했지만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는 목표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인데 이것도 1, 2년 후에 성사되겠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