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사진=메이져세븐컴퍼니)
[뷰어스=한수진 기자] “불독의 리더였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건가 자책하기도 했죠”
래퍼 키미는 걸그룹 불독의 리더였다. 한때 걸그룹을 꿈꾸며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1까지 출연했다. 방송 출연 후 빠른 속도로 데뷔까지 해내며 밝은 미래만을 그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했다. 데뷔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 된 것이다.
“첫 앨범 내고 나서 2집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팀 활동이 끝났어요. 데뷔하고 네 달 만에 회사가 정리되기 시작했죠. 너무 아쉬웠어요.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으니까요. 해체가 결정 되는 순간 멤버들끼리 ‘다시 만나자’고 했어요.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더라고요. 다들 하고 싶은 분야가 다르니까요. 지금은 연락하고 응원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어요. 각자 서로의 길을 존중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특히 내가 리더였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건가 자책하기도 했어요. 속상했고 침체돼있던 기간이 있었죠”
책임감이 컸던 만큼 미련도 컸다. 마지막까지 회사에 남아있던 키미는 끝내 회사 간판 내리는 모습까지 목격하고 만다.
“회사에서 나오고 나서 뭘 해야 하는 지는 걱정이 없었어요. 어쨌든 음악을 할 거니까. 다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심사숙고하게 된 건 있어요. 내가 제일 마지막까지 회사에 있었거든요. 회사 사람들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회사 간판 내리는 것까지 봤거든요. 그때 다짐했죠. 잘돼서 날 좋아해줬던 팬들과 회사 사람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만감이 교차했죠. 간판 내리는 것까지 보고 내 신념이 단단해진 걸 느꼈어요. 그 덕분에 엄청 성장했죠. 아무것도 없이 솔로로 나왔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들을 해낼 자신이 생겼죠”
키미(사진=메이져세븐컴퍼니)
그렇게 심기일전한 키미는 래퍼로 새 출발점에 섰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는 그의 말엔 강한 힘이 실려 있다.
“앞으로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요. 물론 실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대중성 있는 랩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가사는 지금처럼 계속 쓰고 싶고요.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웨그 있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 내가 랩을 하게 된 이유도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어요. 이 신념은 놓고 싶지 않아요. 내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래퍼가 되는 게 바람이죠. 나 역시 음악을 들으면 힘든 일들을 이겨냈기 때문에 되돌려주고 싶어요”
솔로 데뷔곡 ‘맘이 맘이’가 발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노력과 동시에 음악적 다양성을 열어 둔 것이다.
“래퍼이기 전에 편안한 모습으로 나를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계절에 맞게 가벼운 곡으로 나왔어요. ‘맘이 맘이’는 ‘썸’타는 사이가 있는데 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애매한 감정을 표현한 곡이에요. 나 역시 성격이 우유부단하거든요. 흔히 있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말괄량이’라 정의한 키미는 매력 있는 아티스트, 그리고 꾸준한 음악 활동으로 대중에게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그냥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계속 음악을 할 아티스트라는 각인을 시키고 싶어요. ‘쟤는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게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