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사진=NEW)
[뷰어스=남우정 기자] “부끄럽지만 한편으로 다행이죠”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베테랑인 이성민은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영화 ‘공작’을 촬영하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쳤고 ‘멘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숨도 못 쉬는 상황. ‘공작’에서 이성민은 북한의 실세인 리명운 역을 맡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그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관객들은 그의 연기에 호평을 보냈다.
“관객들은 결과물을 보지만 그 과정이 나에게 원만하진 않았어요. 오롯이 내가 잘한 게 아니라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감독, 스태프 덕이라고 생각해요. ‘공작’ 이후로 많은 생각을 하고 반성 했어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단련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윤종빈 감독이 독해서가 아니라 구강액션이라고 합의를 봤는데 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턴 또 다른 에너지가 있었어요. 서로 마음을 열고 내려놓고 나니 끈끈해진 기분이에요”
이성민이 얼마나 연기에 공을 들이고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랜 연기 경력에도 그는 자신의 연기를 다시 보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만이 아는 창피한 부분만 보여 심지어 집에서 가족들이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보지 말라고 막을 정도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다고 감사해했다.
“언젠가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도공이 자기 그릇을 꺼내서 깨는 마음이에요. 후회 없이 하려고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만족하면 더 이상 이 일을 못하지 않을까요. 다 이룬다면 연기가 재미없어지겠죠. 재미있는 건 영화라는 게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안겼던 ‘공작’에 이어 이성민은 일주일만에 새로운 영화 ‘목격자’를 선보였다. 두 영화가 나란히 개봉하면서 그야말로 아이돌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체력적인 고충과 부담감도 있지만 그는 두 영화 인터뷰를 모두 소화할만큼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금 같은 경우는 힘들죠. 동물 나오는 영화를 촬영을 하고 있는데 영화 두 개가 개봉하니까. 크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 다 소화를 하려고 해요. 점점 등이 휘어요. 인터뷰 끝나고 또 촬영 하러 가야해요. 어젠 완전 아이돌 스케줄이었어요. 밥도 안 먹이고(웃음) ‘목격자’ 무대 인사 끝나고 납치돼서 ‘공작’ 스케줄 갔다 왔어요. 이 모든 피로가 ‘목격자’ 스코어로 풀렸으면 좋겠어요(웃음)”
■ “무섭다기 보다는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어요”
‘공작’에 이어 선보인 추격 스릴러 ‘목격자’에서 이성민은 살인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소시민 상훈 역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그의 친근한 연기가 관객들이 상훈에게 몰입하고 동화되게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이 영화는 전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상훈 캐릭터에 동화가 되어야 영화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신경 쓰면서 살인범을 잔인하게 만들어달라고 했죠. 막상 가족과 살인범이 맞닿아 있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극강의 공포였어요.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 했어요. 컷 하는 순간에 ‘이 영화 장난 아니다’라고 했죠. 말로는 표현이 안돼요. 그런 식으로 상상력을 동원하면 관객들이 관람할 때 짜릿하게 보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성민은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릴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리얼한 현실 공포를 선사하는 ‘목격자’를 해냈다.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이성민은 공포 보단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시사회 때 보고도 안 무서웠어요. 오히려 마음 아픈 부분은 많았어요. 처음에 살해당하는 여자가 아파트 담을 넘어와 ‘살려달라’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 보고 나서 그 연기를 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했죠.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힘들었어요. 가족들 뒤에 살인범이 서 있는 장면은 정말 마음 아팠어요. 그 촬영 때 정말 아무것도 못했어요”
‘목격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지만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상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관객들을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성민 역시 그 점이 ‘목격자’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특별한 공간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들이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에요.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니까 좀 더 쉽고 편안하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훈이라는 캐릭터에 조금 여지를 주고 따라와 주시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