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 판 포스터(사진=국립극단)   [뷰어스=한수진 기자] 네 명의 공연연출가들이 흥미로운 무대 연출에 나섰다. 기존 연극의 상투적 관습에서 벗어나 연출가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한 것.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연극 연습을 온라인상에서만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시도는 국립극단이 기획한 ‘연출의 판’ 프로젝트를 통해서 실현된다. ‘연출의 판’은 국립극단이 기존 지원금 경쟁으로 제 목소리 하나 내기 어려운 연출가들에게 발언권을 제공하고, 소극장 판을 연출가 중심의 실험극장으로 발전시키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총 4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연출의 판’은 극단 그린피그 대표 윤한솔이 총괄감독을 맡아 전체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연출로는 응용연극연구소의 박해성,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의 하수민, 이언시 스튜디오의 김지나가 참여했다. 윤한솔 감독은 ‘연출의 판’에 의의에 대해 “이번 공연은 과정 중심의 연극을 지향한다”며 “중진 연출가들이 각자 천착하고 있는 연극의 방향과 극장의 공공성 그리고 동시대성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참여 연출가 4명이 모여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라는 국립극단 선언문에서부터 출발해 각자의 작품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 선언문’에 의거해 만들어진 4편의 작품은 직접 보기 전까진 어떤 공연이 탄생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각 연출진의 입을 통해 살짝 예고된 작품들은 연출의 세계관마다 무게감과 주제가 아예 다르다.      왼쪽부터 윤한솔,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연출(사진=국립극단)   ■ 연출 없는 연극·온라인상에서만 연기 연습…생소한 시도들 ‘연출의 판’의 첫 포문을 연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9월8-10일)은 연출 없는 연극을 지향한다. 박 연출은 “연극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엄숙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이런 데에는 연출의 탓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며 “극장이라는 곳이 일상과 떨어진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연출이 없는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공연은 성황리에 종료됐다. 곧 공연을 앞둔 남인우 연출은 ‘가제317’(9월15-17일)을 통해 국립극단 선언문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선언문이 만들어졌던 2014년도와 비교할 때 지금은 자기검열이 줄어들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분위기의 제작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국립극단 선언문이 연극계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센슈얼한 연출로 그려나간다. ‘아기’(10월5-7일)를 선보이는 하수민 연출은 ‘연극의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선언문은 연극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번 작품은 공공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면서 공공성과 개인 창작의 중간 지점에서 하는 발표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잉그리드, 범람’(10월13-15일)을 선보이는 김지나 연출은 연극의 존속 여부에 대해 풀어나갈 전망. 특히 김 연출은 기존 연습 형식의 틀을 깨는 시도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기존 공연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연습실 대관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배우들이 SNS에서 익명으로 만나 연습하다가 공연 당일에 무대에서 처음 만난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대에 발맞춘 연습 방식을 생각하다 이 같은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습 과정은 9월말 공개될 예정이다. ■ 연극계 신선한 활로, 온라인 활용으로 관객 접근성 높일까 ‘연출의 판’은 여러 모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쇼케이스, 극장 문 오픈, 연습실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연습 진행 등 획기적 시도들이 굽이친다. 물론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자본이나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 연출가의 다양한 시도를 얻기 위해 기획된 ‘연출의 판’은 흥행 여부가 아닌 새로운 것들을 모색하는 데에 의의를 뒀다. 남인우 연출은 “윤 감독이 관객 없어도 된다고 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니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원금 없이 예술 활동이 어려운 연극계에선 연출가들의 제 목소리를 내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연출의 세계관을 앞세우기 보다는 타인의 입맛에 맞춰야 작품을 올릴 수 있던 상황. 뿐만 아니라 연극이 어렵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업계 발전을 방해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도는 연극계에 좋은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에 없던 시도를 통해 신선함을 부여한다. 여기에 연출들의 보다 순수한 세계관까지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연출의 판’에 대한 호응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연극계를 살리는 활로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수다뉴스] “실패도 괜찮아”…연극연출가들의 ‘틀’ 파괴

한수진 기자 승인 2018.09.11 14:08 | 최종 수정 2137.05.22 00:00 의견 0
연출의 판 포스터(사진=국립극단)
연출의 판 포스터(사진=국립극단)

 

[뷰어스=한수진 기자] 네 명의 공연연출가들이 흥미로운 무대 연출에 나섰다. 기존 연극의 상투적 관습에서 벗어나 연출가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한 것.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연극 연습을 온라인상에서만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시도는 국립극단이 기획한 ‘연출의 판’ 프로젝트를 통해서 실현된다.

‘연출의 판’은 국립극단이 기존 지원금 경쟁으로 제 목소리 하나 내기 어려운 연출가들에게 발언권을 제공하고, 소극장 판을 연출가 중심의 실험극장으로 발전시키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총 4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연출의 판’은 극단 그린피그 대표 윤한솔이 총괄감독을 맡아 전체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연출로는 응용연극연구소의 박해성,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의 하수민, 이언시 스튜디오의 김지나가 참여했다. 윤한솔 감독은 ‘연출의 판’에 의의에 대해 “이번 공연은 과정 중심의 연극을 지향한다”며 “중진 연출가들이 각자 천착하고 있는 연극의 방향과 극장의 공공성 그리고 동시대성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참여 연출가 4명이 모여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라는 국립극단 선언문에서부터 출발해 각자의 작품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 선언문’에 의거해 만들어진 4편의 작품은 직접 보기 전까진 어떤 공연이 탄생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각 연출진의 입을 통해 살짝 예고된 작품들은 연출의 세계관마다 무게감과 주제가 아예 다르다. 

   

왼쪽부터 윤한솔,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연출(사진=국립극단)
왼쪽부터 윤한솔,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연출(사진=국립극단)

 

■ 연출 없는 연극·온라인상에서만 연기 연습…생소한 시도들

‘연출의 판’의 첫 포문을 연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9월8-10일)은 연출 없는 연극을 지향한다. 박 연출은 “연극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엄숙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이런 데에는 연출의 탓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며 “극장이라는 곳이 일상과 떨어진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연출이 없는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공연은 성황리에 종료됐다.

곧 공연을 앞둔 남인우 연출은 ‘가제317’(9월15-17일)을 통해 국립극단 선언문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선언문이 만들어졌던 2014년도와 비교할 때 지금은 자기검열이 줄어들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분위기의 제작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국립극단 선언문이 연극계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센슈얼한 연출로 그려나간다.

‘아기’(10월5-7일)를 선보이는 하수민 연출은 ‘연극의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선언문은 연극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번 작품은 공공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면서 공공성과 개인 창작의 중간 지점에서 하는 발표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잉그리드, 범람’(10월13-15일)을 선보이는 김지나 연출은 연극의 존속 여부에 대해 풀어나갈 전망. 특히 김 연출은 기존 연습 형식의 틀을 깨는 시도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기존 공연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연습실 대관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배우들이 SNS에서 익명으로 만나 연습하다가 공연 당일에 무대에서 처음 만난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대에 발맞춘 연습 방식을 생각하다 이 같은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습 과정은 9월말 공개될 예정이다.

■ 연극계 신선한 활로, 온라인 활용으로 관객 접근성 높일까

‘연출의 판’은 여러 모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다. 유튜브 채널을 통한 쇼케이스, 극장 문 오픈, 연습실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연습 진행 등 획기적 시도들이 굽이친다.

물론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자본이나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 연출가의 다양한 시도를 얻기 위해 기획된 ‘연출의 판’은 흥행 여부가 아닌 새로운 것들을 모색하는 데에 의의를 뒀다. 남인우 연출은 “윤 감독이 관객 없어도 된다고 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하니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원금 없이 예술 활동이 어려운 연극계에선 연출가들의 제 목소리를 내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연출의 세계관을 앞세우기 보다는 타인의 입맛에 맞춰야 작품을 올릴 수 있던 상황. 뿐만 아니라 연극이 어렵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업계 발전을 방해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도는 연극계에 좋은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에 없던 시도를 통해 신선함을 부여한다. 여기에 연출들의 보다 순수한 세계관까지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연출의 판’에 대한 호응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연극계를 살리는 활로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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