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만 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노래가 동시에 발매된다. 이중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만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어렵다. 업계에선 운도 필수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좋은 결과엔 언제나 그만큼의 노력이 동반한다. A레코드에선 실시간차트에 이름을 올린 가수들의 노력과 땀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뷰어스=한수진 기자] 이번 주 A레코드 주인공은 가수 선미다.
선미(사진=메이크어스)
■ 선미, 이렇게 완성됐다
선미는 지난 2007년 걸그룹 원더걸스로 데뷔했다. 당시 나이 겨우 16세. 벌써 12년차 베테랑 가수다. 원더걸스에서 서브보컬을 맡았던 그는 중저음의 보컬로 각 곡마다 개성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텔 미’ ‘소 핫’ ‘노바디’ 등 원더걸스 종전의 히트곡에서 그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원더걸스는 ‘노바디’ 활동 후 국내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에 미국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으나 빌보드 ‘핫100’에 오르는 등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오랜 외국생활로 인한 향수병이 걸림돌이 됐다. 결국 선미는 2010년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홀로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때 선미의 첫 솔로앨범이 탄생했다. 3년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오랜 기다림은 큰 결실을 가져왔다. 첫 솔로곡 ‘24시간이 모자라’(2013)가 엄청난 사랑을 받은 것. 섹시하면서도 몽환적 콘셉트의 ‘24시간이 모자라’는 각종 음원차트뿐 아니라 음악방송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공적인 솔로 데뷔식을 치렀다. ‘보름달’(2014)까지 연타 홈런을 쳤다. 이 두 개의 히트곡으로 선미는 이효리, 엄정화 등과 함께 언급되며 차세대 섹시퀸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선미는 2015년 원더걸스에 다시 합류하게 된다. 선예와 안소희가 팀을 떠나면서 대대적 팀 재편에 나선 원더걸스는 선미, 예은, 유빈, 혜림 4인조밴드로 활동 복귀에 나섰다. 그렇게 ‘리부트(REBOOT)’(2015)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2016)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한 후 굿바이 앨범 ‘그려줘’(2017)를 끝으로 팀을 해체했다. 이와 함께 선미도 어린 시절부터 몸 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어반자카파, 박원 등이 소속된 아티스트 성향이 짙은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새 출발점에 선 선미는 YG 테디의 손을 잡고 솔로 컴백에 나선다. 그 곡이 바로 ‘가시나’(2017)다. ‘가시나’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음원차트, 음악방송뿐 아니라 각종 방송, 행사까지 두루 섭렵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SNS 등에서 ‘가시나’ 커버 영상까지 쏟아져 나왔다.
선미의 포지션은 가요계에서 유일하다 봐도 좋을 만큼 짙은 개성의 소유자다. 앙상한 몸에 역동적인 퍼포먼스,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까지. 기존 섹시스타의 요건들과 상반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면이 선미의 무기가 됐다. 작은 몸에서 풍기는 몽환적 뉘앙스는 굳이 노출을 하거나 야릇한 웨이브를 하지 않아도 섹시미를 발산한다. 선미의 섹시미는 몸이 아닌 눈빛과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보기에 부담이 없고, 볼수록 매료된다.
최근 발매한 ‘워닝’(WARNING)에선 아티스트적인 면모까지 과시했다. 전곡 작사, 작곡은 물론 자신만의 세계관을 투영해 곡마다 나름의 의미를 넣었다.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에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선미(사진=메이크어스)
■ 선미의 종전의 히트곡 ‘가시나’
지난해 8월 발매된 ‘가시나’는 동양적인 분위기의 신스 사운드가 주 테마인 곡이다. 감각적인 베이스 라인에 세련된 멜로디 라인이 더해져 선미의 절제된 섹시미를 완성시킨다. 특히 ‘가시나’는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한 중의적인 표현이다. ‘아름다운 꽃의 무리’라는 순우리말부터 꽃에 돋아 난 ‘가시’처럼 ‘가시 난 내 모습이 더 깊숙이 파고들 거야’, 안타까운 이별 앞의 쓸쓸한 되뇌임인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등 다양한 표현이 내포됐다. 선미의 깊고 예민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 사심의 추천곡 ‘애딕트’(ADDICT)
새 앨범 ‘워닝’의 첫 번째 트랙인 ‘애딕트’는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인트로곡이다. 그만큼 강렬한 분위기가 감도는 노래. 특히 가사 전체가 영어라 유행하는 팝곡을 듣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가사는 사랑에 주도권을 쥔 여성의 당당함을 표현했다. 웅장한 비트와 은유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