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뷰어스=손예지 기자] 신하균 주연의 ‘나쁜형사’가 MBC 월화극과 리메이크작의 부진을 끊을 수 있을까?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새 월화드라마 ‘나쁜형사’(극본 허준우 강이헌, 연출 이동현) 제작발표회에는 공동 연출자 김대진 PD와 신하균·이설·박호산·김건우·차선우 등이 참석했다.
‘나쁜형사’는 연쇄살인마보다 더 독한 형사와 연쇄살인마보다 더 위험한 사이코패스의 아슬아슬한 공조 수사를 그린 범죄 드라마로, 영국 BBC ‘루터(Luther)’가 원작이다. 올해 안방극장에서는 유난히 많은 리메이크작이 시청자들을 만난 가운데, ‘나쁜형사’는 ‘재현’과 ‘재해석’을 넘어 ‘재창조’ 수준의 각색을 예고했다.
김대진 PD는 “리메이크 연출은 처음”이라며 “그래서 리메이크를 경험한 제작진을 많이 만났다.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기만 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현지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작 ‘루터’를 보고 영화 ‘배트맨’이 떠올랐다. 실제 BBC 관계자들도 ‘배트맨’을 영국식으로 재해석해 ‘루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쁜형사’도 원작보다 ‘배트맨’을 우리나라식으로 가져오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태석(신하균)은 배트맨처럼 보이도록 검은색 수트를 주로 입습니다. 그 옆에 있는 채동윤(차선우)은 로빈의 역할을 하는 셈이죠. 또 은선재(이설)와 장형민(김건우)이 조커 역할을 양분화하고요. 단 전춘만(박호산)은 원작 시즌2에 등장하는 스타크라는 캐릭터를 고정 인물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인물들을 놓고 보니 우리 식의 해석이 가능해지더라고요. 또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두고 회마다 캐릭터에 대한 서사를 조금씩 녹여 원작의 단점을 보완했습니다(김대진 PD)”
타이틀 롤을 맡은 신하균 역시 원작 주인공 루터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우태석을 표현할 전망이다. ‘나쁜형사’를 통해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신하균은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면서 “‘나쁜형사’는 장르물로서 주는 재미가 뛰어나지만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 관계와 그 속에 수많은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매력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태석에 대해서는 “거칠고 강인하지만 여리고 섬세한 면도 있다”며 “원작의 루터가 육중한 곰 같다면 ‘나쁜형사’ 속 우태석은 서글프게 울부짖는 늑대 같다”고 차이점을 짚었다.
극 중 우태석과 대립각을 세우는 형사 전춘만 역에는 최근 안방극장 ‘대세’로 떠오른 박호산이 출연한다. 전작 OCN ‘손 the guest’나 tvN ‘나의 아저씨’에서 유머러스한 인물을 맡았던 만큼 이미지 변신이 기대된다. 이에 대해 박호산은 “‘나쁜형사’라는 제목만 보면 전춘만이 주인공인가 싶을 만큼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인물”이라면서도 “배역을 맡는다는 것은 친구를 사귀는 느낌이다. 전춘만을 통해 나쁜 친구를 사귀는 기분이 들었다. 대본의 힘과 구성이 좋아서 많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원작 ‘루터’가 너무너무 궁금한데 내가 만든 전춘만이 여물었을 때, 흔들리지 않겠다 싶을 때 참고하려고 아직 보지 않았다.원작을 아껴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진=MBC)
신예들의 캐스팅도 눈에 띈다. 천재 사이코패스이자 사회부 기자 은선재를 연기하는 이설은 “신하균 선배와의 호흡을 위해 선배 사진을 표정별로 A4 용지에 인쇄해서 집에 붙여놨다”며 “기죽지 않기 위해서”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검사와 연쇄살인마로 이중생활을 펼치는 장형민 역의 김건우는 “다양한 작품 속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을 참고했다”면서 “현장에서 신하균 선배가 내가 준비해온 것에 맞춰 최고의 호흡을 이끌어 내주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보이그룹 B1A4 출신으로 최근 팀을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한 차선우는 ‘나쁜형사’에서 우태석을 따르는 후배 채동윤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이 나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PD님, 선배들과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 한편 오는 12월 3일 오후 10시에 방송하는 ‘나쁜형사’ 1~2회는 19세 이상 시청 등급 판정을 받았다. MBC에서는 9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우려하는 시청자도 적잖다. 김 PD는 “9금을 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캐릭터를 규정하는 데서 비롯됐다. 있다 예를 들어 우태석은 범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구해주지 않고 방관한다. 은선재는 부모를 살해하면서 서사가 시작된다. 이런 장면을 빼놓으면 캐릭터 성립이 안 된다.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쁜형사’의 이야기를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기대어 풀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앞으로의 전개는 많이 완화홰서 모든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작품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너무 어둡지만은 않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밝은 기운을 가진 배우들을 섭외했다. 보시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MBC 월화극은 물론, 리메이크작들의 성적이 좋지 못하다. ‘나쁜형사’가 그 부진을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 PD는 “시청률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만듦새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듣자는 마음으로 상의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일복과 동료복이 있다”고 자랑한 박호산은 “‘나쁜형사’ 현장도 항상 행복하다. 드라마 촬영장이 피폐해지기 쉬운 장소인데 여긴 다들 장믈 잘 자서 얼굴이 좋다. 팀워크도 좋다. 과정이 훌륭한 작품이 결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